검찰의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사회 각계의 미투 운동을 촉발시켰던 서지현 검사(수원지검 성남지청)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는 인권상을 수상했다. NCCK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는 지난 1987년부터 우리 사회의 인권증진과 민주 발전에 기여한 개인 혹은 시민사회 단체에 인권상을 수여해 왔다. 올해는 서지현 검사와 일본에서 소수민족으로 차별 받고 있는 재일동포의 인권신장을 위해 오랫 동안 헌신해 온 사토 노부유키씨에게 수여했다.
NCCK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시상식을 진행했다. 인권센터 소장인 박승렬 목사는 서 검사를 수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권보호에 앞장서는 건 현직 검사의 기본 덕목이라는 반론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서 검사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검사가 아닌, 여성 서지현에게 상을 줬다. 서 검사는 수 많은 여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부어줬고, 우리 사회가 나갈 지표를 제시했을뿐만 아니라, 그가 겪은 아픔을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서 검사의 수상에 대해 "여성인권은 물론 우리 사회의 전반적 인권을 다시 돌아보게한 역할을 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2014년 수상한 바 있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검찰이 인권에 앞장서면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뀔 것"이라고 격려했다.
사실 서 검사의 미투 고발은 개신교계에도 적잖은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서 검사는 지난 1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를 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면서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서 검사는 수상 소감에서 "가해자의 간증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는데 상을 줄지는 몰랐다"라면서도 "더욱 뜨겁게 기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서 검사의 동의를 얻어 수상 소감 전문을 아래 싣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상을 주신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 사실 좀 놀랐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모든 종교는 통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기독교인의 눈으로 보면 사이비 신자일 수 있고, 제가 가해자의 간증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비난했었는데, 참 너그러우신 단체구나 하고요.
고백하자면 사실 솔직히 하나님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당신은 정의의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이 아니시냐고, 당신의 정의와 당신의 사랑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이냐고, 당신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짐만 주신다던데 왜 이토록 감당하지 못할 고통을 주시느냐고.
당신이 그렇게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하면서도 회개한다는 자를 용서하시는 분이시라면, 나는 당신을 외면하겠노라고, 당신이 하시는 모든 일에는 뜻이 있다 믿었는데 도대체 이런 불의와 고통에 당신의 어떤 뜻이 있는 것이냐고 울부짖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저를 외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실 것이라면 내가 직접 하겠노라고, 내가 직접 정의를 부르짖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큰 소리치고 나온 후 돌아보니 그 모든 순간에 당신이 함께 계셨습니다. 제가 고통 받을 때도, 제가 울부짖을 때도, 제가 큰 소리 칠 때도 그 모든 걸음 걸음에 제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주신 당신이 계셨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여전히 저를 비롯하여 많은 피해자들이, 여성들이, 약자들이 고통 속에 있습니다.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만큼의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어떤 개인 혼자서 그 모든 고통을 다 감당해내라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함께 해주고, 그 고통을 나누어 지고, 그 고통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몫을 이 공동체에 남겨놓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과분한 상은 피해자들의, 약자들의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여러분의 뜨거운 응원이자 간절한 기도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더욱 뜨겁게 기도하겠습니다.
당신의 정의를, 당신의 사랑을 제 입을 통해 말하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