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독교계 단체들이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추진에 반대하며, 정부에 한미관세협의 전반에 대한 자주적 재협상을 촉구했다.
한국교회인권센터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9일 공동 성명을 내고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정부의 자주적 재협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우리는 일방적 강요로 이뤄진 한미관세협의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며 "정당한 주권의 훼손, 산업과 안보에 끼칠 중대한 영향, 더불어 국민 모두에게 전가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2025년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체결된 '한미관세합의'가 국제법상 조약이 아닌 행정부 간 양해각서(MOU) 형식의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 핵심 전제가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상호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었지만,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해당 법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고 판시하면서 상호관세는 위법·무효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판결로 한미관세합의는 법적 근거를 상실했는데도, 대한민국 국회가 이를 이행·관리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반대 이유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법적 근거가 무너진 합의를 국내법으로 고착화하는 것은 입법권의 자기제약에 해당하며, 정부 간 잠정적 합의를 입법으로 고정해 향후 정부의 정책 자율성과 협상 여지를 스스로 봉쇄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또 대미투자특별법이 통상 현안을 넘어 재정·산업·안보 정책 전반을 특정 국가와의 교환 구조 속에 제도화하는 효과를 갖는다며, 위법적 관세 위협을 배경으로 형성된 합의를 뒷받침하는 법률 제정은 민주적 통제 원칙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을 근거로 관세 압박을 지속하더라도, 이는 협상을 전제로 한 절차적 권한일 뿐 대통령의 즉각적 결단을 정당화하는 수단은 아니라며, 한국이 먼저 국내법으로 대규모 투자 의무를 고정하는 것은 스스로 협상력을 약화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동맹은 일방의 위법적 조치를 상대방이 무조건 수용하는 관계가 아니다"라며 "핵심 전제가 무너졌다면 합의 사항을 재조정하는 것이 오히려 성숙한 동맹 관리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정한 전략적 동맹은 상호 존중과 법적 정당성 위에서 재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는 주권 국가의 행정부로서 전략적 자율성을 행사해 한미 관세 및 투자 패키지 전반에 대한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성명 말미에서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로서 변화된 법적 현실에 맞추어 당당하게 재협상을 요구할 권리와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가 외부의 압력과 막연한 공포에 휘둘리지 않고 헌법적 원칙과 국민의 권익에 기초해 자주적 재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