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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과 초점(9)] 결국 다시,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숨밭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입력 Oct 20, 2019 06:09 AM KST

뜻 품으면 사람, 뜻 잃으면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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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제목의 명문은 지금부터 61년전 함석헌 옹이 1958년 <사상계>에 발표한 역사적 글이다. 6.25 한국 전쟁이 지난지 8년이 지나고 어정쩡한 휴전협정이라는 것에 의해 전선에서 포성이 잠시 멈춘지 5년이 지난 때였다. 그런데, 당시 자유당 이승만 정권시절이었는데 정치계는 밤낮 정권다툼이요, 국민의 피폐한 살림은 고달프기만 한 대, 소 팔아서 번성해간다는 우골탑 대학들은 지식장사요, 형식적이나마 민주주의 사활이 달린 국회의원들 뽑는 총선 투표현장은 고무신 한 켤레에 투표권을 헌신짝처럼 사고 팔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상황에서, 함석헌은 우리들에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생각' 할줄 알아야 하고 생각하면서 고난을 이겨가야 한다고 호소한 글이다.

여기에서 '생각한다'는 뜻은 데카르트가 갈파했다는 고상한 철학적 명제 곧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경우와 같은 고상하고 추상적인 인간의 사유능력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도 못가서 한글도 깨치지 못하더라도, 무식하다고 천대받고 살아가는 사회의 맨바닥 계층 사람일지라도, 하늘이 품수해준 사람으로서의 뜻 물음과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양심의 소리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족끼리 서로 '합법적 살인행위'라고 핑계하면서 수백만 희생자를 낸 참혹한 전쟁을 치르고서도, 역사적 집단경험의 이유와 그 과정과 결과를 놓고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는다면, 그런 삶은 뜻을 갖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개나 돼지 같은 짐승과 다름없지 않느냐고 호소한 글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실존적 삶을 "한손엔 성경, 다른 손엔 신문을 들고"라는 말로 압축한 신학자가 있다. 아무리 신령한 영성생활을 추구 한다고 해도, "하나님 나라가 땅위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주기도문을 진지하게 드리는 신도는 성경과 신문으로 상징되는 두 세계 현실을 늘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요즘 우리사회 생각 깊은 지성인들은 소위 "조국사태, 그 이후"라는 큰 화두를 내걸어 놓고 깊은 성찰을 내어 놓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성공회대학교 엔지오대학원장직을 가지고 늘 바른 사회적 통찰을 보여주는 김동춘 교수의 기고문 중에서 다음 같은 말에 큰 울림을 받았다. 미국 콜게이트 대학교 교수 마이클 존스턴이 한국사회의 부패형태 특징을 "엘리트카르텔 유형"이라고 규정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사회 타락과 비극의 원인은 엘리트카르텔 유형

중고등 교과서에서 배운것을 회상화면 '카르텔'(Kartel)이란 본래는 경제학 전문용어 이다. 같은 분야의 기업들이 시장통제와 힘 가진 큰 기업들의 경제적 독점이익을 위해서 생산량이나 가격들을 서로 짜고 장사하는 행위다. 한국사회의 사회적 온갖 비리와 부패의 근본원인을 '엘리트카르텔 유형'이라고 규정한 것은 단순한 경제계 기업들 문제가 아니라 "많이 배우고 가진 놈들이 조직적으로 똘똘 뭉쳐 대다수 국민을 등쳐먹는 부패구조"라는 말이다.

한국사회의 모순과 비리 단초가 일제 시대 매국친일파로부터 시작되지만, 해방이후 사회적 모순이 서서히 축적되고 내면화 되어서 사회부패의 본질과 서민들의 고통의 큰 원인이 '엘리트카르텔 유형'이란 것을 대다수 국민들은 자각하지도 못한다. 국회의원이나 장차관등 고급 공무원 등 정치 권력자,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사법계 권력자, 재벌 기업 회장 사장 등 경제계 권력자, 어용교수와 재벌급 교회 성직자들과 보수언론매체들의 소유주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형식으로 서로 알고 모르게 결속하고 봐주고 하면서 사회적 부와 권력을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 부끄러운 현실이 이번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생각하는 시민들 눈에 좀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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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 이활 기자 )
▲지난 10월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선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리던 모습.

서초동에 모인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광화문 집회 소위 태극기 부대 참가자들의 역사의식을 동질의 것이라고 필자는 보지 않는다. 소위 '진영논리' 블랙홀에 빠져있다고 필자는 초연한 듯이 경박한 판단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역사에서 상대적 선택과 참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 나는 서초동 집회를 더 지지한다고 솔직하게 말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필자가 말하려는 핵심은 서초동이나 광화문 두 진영의 모두에게 '흑백 분리 단순사고법'을 넘어서서 우리민족과 사회를 이 비극적이고도 비인간적 현실로 휘몰아 가는 숨겨진 '악의 정체'를 좀 더 깊이 생각하자는 것이다.

부장검사출신 변호사의 1년 변호사 수임료가 100억원이 되고, 정치계에 몸담고 있다가 대학으로 돌아가면 월급이 1천만원 수준까지 보장 되고,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완전히 당파정치로 세월 보내는 국회의원 월급과 활동비가 상상을 초월하는데, 정작 서민들과 살아보려는 청년들은 '만년 흙수저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며 고통당한다면 이건 예수님이 꿈꾸는 '하나님 나라'의 지상에서 준비 실현이 결코 아니다. 한국교회 3대 큰 교회라고 말하는 명성교회, 순복음교회, 사랑의 교회가 온갖 구설수에 오르고 세상 재판정에서 까지 '패소' 판정을 받았다면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한 참 잘못된 것이다.

복음의 싸움대상은 만만치 않는 것

예수님의 말씀이 괜히 하신 말씀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노니 이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리요"(눅 12:49).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라.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19:23-24). 참으로 두려운 말씀이 아닐 수 없다.

한국사회와 우리 교회의 부패와 비극, 그리고 개혁의 긴급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여려가지 있지만 그 본질중 하나가 '엘리트 카르텔 유형' 극복이라고 서양학자가 갈파한 것처럼, 우리시대는 그 악의 카르텔 구조를 폭로하고 끊어내서 <정의, 자유,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되도록 힘쓰는 일이다. 그렇다면 '엘리트 카르텔 유형의 죄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결국은 인간본성 속에 있는 죄성 곧 이기심, 탐욕, 허영심 등에서 오는데, 개인들의 죄성이 집단화될 때, 그 죄성은 강화되고 자기를 정당화 하고 신성시 하려 든다.

기독교 복음의 싸움대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사랑'이 기독교의 최고 덕목이지만 성서가 말하는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고전 13:6) 것이다. 저항하는 사랑, 함께 고통 받는 사랑, 용서하며 포용하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하는 백성과 교인들이 되는 길밖에 개혁의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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