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속 극우 세력으로 지목되고 있는 전광훈의 "국민저항권이 헌법 위에 있다"는 발언과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은 종교적 수사와 정치적 저항이 교묘하게 결합되었을 때 나타나는 폭력 사태를 직시하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폭력 사태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정치 성향의 일부 신앙인들은 여전히 '국민저항권'을 운운하며 광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저항권'을 공공신학적으로 고찰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백석대 김민석 교수는 「한국조직신학회」 최신호에서 "'국민저항권'을 헌법 위에 둔다는 주장은 민주공화국의 헌법 질서를 신앙의 이름으로 무력화시킬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신앙의 공적 책임과 민주주의의 원리를 동시에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오늘날 한국은 성숙한 민주주의 제도와 헌법적 절차를 갖추고 있는국가이며, 따라서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폭력적 저항을 신앙적 의무로 오인하는 행위는 오히려 기독교 신앙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독교인이 '저항'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신학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을지 그리고 신앙의 이름으로 가능한 공적 실천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민저항권은 본래 권력이 정당성을 상실하고 헌법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할 때 시민이 최후의 수단으로 행사할 수 있는권리로 이해되어 왔다. 로크의 저항권 이론, 프랑스 인권선언의 인민주권 사상 등은 이러한 국민저항권을 뒷받침한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하지만 오늘날처럼 입헌주의가 정착된 민주사회에서는 헌법 질서, 입법과 사법의 분립, 선거 제도, 표현의 자유등 제도적 장치들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고있다"며 "이런 조건 속에서 법의 경계를 넘어선 폭력적 저항은 더 이상 정당한 수단이 될수 없으며, 오히려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반작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논문에서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제기된 전광훈의 '국민저항권' 발언과 그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파장을 계기로 기독교인의 저항권 이해가 신학적, 법적 측면 모두에서 어떻게 재정립되어야하는지를 고찰했다.
특히 그는 "전광훈식 저항권 주장은 종교적 언어를 통해 헌법질서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민주사회에서 보장된 법적 절차와 공적 신앙의 책임성 모두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입헌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는 폭력적 수단이나 무력집단행동이 저항권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저항권은 법치국가 내에서 허용되는 절차적 수단들과 구별되어야 하며 헌법은 국민에게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불의에 항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기독교인의 공공적 책임과 정치 참여에 대한 균형있는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김 교수는 칼뱅의 정치신학도 살펴봤다. 그는 "칼뱅은 질서와 권위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동시에, 권력이 하나님의 뜻을 명백히 거스르는 경우 정당한 저항이 가능함을 언급하였다"며 "그러나 그는 그 저항이 폭력적 무력항쟁이 아닌 정당한 권위를 가진 '백성의 관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으며, 일반시민은 소란이 아닌 'remontrer'(보고함)의 방식으로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보았다"고 전했다.
논의를 마무리하며 김 교수는 "전광훈식 저항권 이해는 법적으로도, 신학적으로도 정당화 되기 어렵다. 기독교인은 불의에 대해 침묵 하지 말아야 하지만, 그 저항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제도적절차 안에서 이루어져야하며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현 되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는폭력적 저항이 아니라 공공영역에서 신앙의 책임을 신중하게 감당하는 것이다"라며 "이를 위해 공공신학은 교회가 다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복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데 필수적인 신학적 도구로서 활용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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