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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호익] 신간 『예수 그리스도 1, 2』

출처 : 허호익 교수의 한국신학마당 <바로가기 클릭>


 

최근에는 ‘예수 거꾸로 보기’, ‘예수 뒤집어 보기’, 그리고 ‘예수 새로 보기’ 같은 “예수 삐딱하게 보기”가 유행인 것 같다.

예수가 살던 시대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수의 실생활을 목격할 수 있었던 유대인들도 예수를 ‘먹보요 술꾼’(마 11:19), ‘거짓말쟁이’(마 27:63), ‘바알세불[귀신의 왕]에 사로잡힌 사람’(막 3:22, 요 8:48), ‘신성모독 자’(막 14:64)로 여겼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반기독교적인 사이트들이 무수히 생겨나 ‘예수 삐딱하게 보기’를 무슨 경쟁하듯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www.theologia.kr)의 ‘신학상담 마당’에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밝힌 어떤 분이 한꺼번에 다음과 같은 6가지 삐딱한 질문을 올린 적이 있다. 

1. 예수는 로마 군인의 사생아가 아닌가?
2. 예수는 결혼했으며 창녀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아내가 아닌가?
3.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지 않고 가사상태에서 소생한 것이 아닌가?
4.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지 않고 살아나서 프랑스로 간 것이 아닌가?
5.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빌라도의 사기극이며, 다른 사람이 대신 처형된 것이 아닌가?
6. 12살 이후 예수는 인도로 가서 부처의 제자가 된 것이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하여 하나하나 반박하는 자세한 답변을 올렸더니, 며칠 후 질문자가 자신의 6가지 질문을 모두 삭제한 적이 있다. 예수에 대해서 바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반기독교적인 주장에 흔들리는 기독교인들이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 땅의 신학도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이 왜곡된 주장에 변증하려는 의도에서 예수 그리스도 교훈과 생애에 관련된 모든 주제들을 망라하되 성경을 한 번도 읽지 않은 독자라도 예수와 관련된 성서 기록의 기본 내용과 그 깊고도 앞선 의미를 쉽게 밝혀 ‘예수 그리스도 바로 보기’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이 책을 서술하였다.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언론회의 청탁으로 “오강남 교수의 『예수는 없다』를 반박한다”는 글과 “디모시 프리크의 『예수는 신화다』를 반박한다”, 그리고 “루벤슈타인의 『예수는 어떻게 하나님이 되셨는가』의 예수 신성 부정론 반박한다”는 글을 쓰면서 본서와 같은 책을 저술할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예수에 관한 왜곡된 정보가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상업성에 편승하여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시대이므로, 예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새롭게 제기된다. 거꾸로 보고, 뒤집어 보고, 새로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보기”인 것이다. 디모시 프리크와 피터 갠디가 쓴 『예수는 신화다』는 예수의 인성을 부정하고 예수를 신화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그 반대 리차드 루벤슈타인이 쓴 『예수는 어떻게 하나님이 되셨는가』는 “인간 예수가 4세기 가톨릭교회에 의해 신성을 지닌 그리스도로 변형되었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전자는 현대판 가현설이고 후자는 현대판 양자론이라 할 수 있다.

성서의 가르침과 기독교의 정통적인 교리에 의하면 예수는 그리스도로 고백되었다. 그러므로 예수에 관한 무수한 칭호(title) 가운데 ‘그리스도’라는 칭호가 대표적인 것으로 수용되어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 ‘그리스도인’(행 6:5)으로 불렸으며, 그리스도교라는 명칭이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고 성서는 이미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자”(요일 2:22)는 거짓말하는 자라고 규정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의 히브리어 ‘메시아’를 희랍어로 번역한 말이지만 ‘구세주’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베드로의 저 유명한 고백에 따르면 예수는 그리스도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아들(마 16:16)로 고백되었다.

그러므로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명제 속에는 세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첫째는 역사적 예수로서 그리스도이다. 둘째는 구세주로서 그리스도이다. 셋째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그리스도이다. 그래서 역사적 예수가 어떤 의미에서 구세주이고 하나님의 아들인가 하는 주제를 여러 측면에서 다루었다.

이 책의 제목을 『예수 그리스도 -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바로 보기』라고 정한 이유이다. 현대에 와서 역사적 예수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고 많은 연구들이 쏟아졌다. 따라서 우선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여러 주제와 쟁점에 대한 현대의 여러 신학적 연구들을 종합하여 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역사적 예수에 관한 연구를 통해 역사적 예수가 어떤 의미에서 그리스도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 과제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몰트만이 잘 지적한 것처럼 ‘역사적 예수 연구’가 단지 예수론(Jesulogia)로 끝나면 역사적 예수가 곧 그리스도라는 성서적 가르침과 기독교적 교리의 근간이 훼손된다. 예수론은 그리스도론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동정녀 탄생과 부활에 대해서도 회의와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지난 2000년 동안 동정녀 탄생과 부활에 대해 제기된 여러 비판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동정녀 탄생과 부활에 대한 성서적, 신학적 의미를 새롭게 밝히려고 시도하였다.

무엇보다도 역점을 둔 것은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과 삶의 행태(Life Style)이다. 역사적 예수가 세례와 시험을 받은 후,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고 제자들을 모아 양육하고 파송한 일, 병자를 치유하고 귀신을 쫓아낸 일, 죄인들과 더불어 먹고 마신 일, 성전의 멸망을 예언한 일, 그리고 십자가에서 정치범으로 처형된 일 등이 당시 식민지 유대 사회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었고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자세히 서술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예수를 따르는 구체적 삶의 자세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그 지침을 제시하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 책을 저술함에 있어 세 가지 방법론을 적용하였다.

첫째, 2000년 전 팔레스타인에 살았던 목수의 아들인 나사렛 예수라는 한 인간의 역사적인 면모만을 가지고는 예수를 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이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한 역사적 인물인 나사렛 예수,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가 바로 우리의 구세주인 그리스도라고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예수를 신앙의 그리스도로 바로 보기 전에는 예수를 바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논지이다.

둘째, 해석학적 방법론이다. 성서신학은 여타의 학문보다 해석학이 발달했다. 해석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먼저, “본문은 기록될 당시에 독자들에게 무엇을 의미하였는가?”(What it meant?)를 이해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그 본문이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What it means?)를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해석의 두 차원을 예수 그리스도 바로 보기의 방법론으로 적용하려고 한다. 예수의 역사성에 대한 여러 비판적인 학자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그 반박을 제시하고 예수의 역사적 언행을 가능한 한 역사적으로 재구성하려고 한다. 그러한 예수의 언행이 당시의 종교적인 상황뿐 아니라 정치 ‧ 경제적인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무엇을 의미한 것이며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의미를 캐묻고 밝히려고 시도하였다.

셋째, 예수는 유대교의 유산 속에서 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유대교의 모태에서 벗어나 그 공통점보다 차이점을 강조하여 새로운 종교의 창시를 선언하였다. 따라서 기독교와 유대교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리적 방법으로서 켄 윌버(Ken Wilber)가 인간의 의식을 시간의 축으로 나누어 제시한 평균적 의식(average consciousness)과 전향적 의식(advanced consciousness)이라는 개념과 칼 마르크스가 제시한 상부구조의 부정적 이데올로기로서의 전도된 허위의식(distorted consciousness)을 종합하여 인간 의식의 세 가지 차원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의식을 공간의 축으로 구분하여 현재의식, 잠재의식, 무의식으로 나누었으나, 윌버는 인간의 의식을 시간의 축으로 나누어 시대에 앞선 생각으로서의 전향적 의식과 시대에 편승하는 평균적 의식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첨가하여 시대에 뒤진 전도된 의식을 포함하려고 한다. 전도된 의식이라는 개념은 마르크스에 의해 제시된 것으로서 지배의식, 적대의식, 허위의식으로 규정되는 부정적 의미의 이데올로기로서의 상부구조를 지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시간을 축으로 삼아 인간의 의식을 셋으로 나누고 이를 방법론으로 하여 예수의 율법 이해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1) 구약성서의 가르침과 초기 이스라엘 계약공동체의 이상은 그 당시의 고대 근동 종교의 ‘평균적인 의식’(보통 생각)과 비교해 볼 때 ‘전향적인 의식’(앞선 생각)이었다.
2) 그러나 예수 시대의 후기 유대교에 와서는 이러한 전향적인 의식이 지배적이고 적대적이며 허위적인 율법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서 본말이 뒤바뀐 ‘전도된 의식’(거짓 생각)으로 전락한 것이다.
3) 따라서 예수는 구약성서의 앞선 생각을 회복하여 그 본래적인 의미의 전향적 의식을 재발견하고 후기 유대교에 의해 전도된 의식을 재해석하여 그 본래의 전향적 의식(앞선 생각)으로 재진술한 것이다.

분명히 예수는 그의 언행을 통해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갈등이 극에 달한 당시의 상황에서 전향적인 의식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언행은 당시의 유대 종교의 배경에서 보아도 가장 앞선 생각이었으며, 20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앞선 생각임을 펼쳐 보임으로써 “예수의 그리스도 되심의 지금 우리에게 의미하는 전향적 면모”를 밝히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성경을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는 독자라도 성경 본문을 확인하지 않고 그 내용과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다루는 주제에 대해 가능한 한 성경 본문 전체나 이를 요약하여 간략하게 제시하였음을 밝혀둔다.

이 책은 이전에 저술한 바 있는 『예수 그리스도 바로 보기』를 바탕으로 출판하지만 많은 부분을 개정 증보했다. 분량도 배 가까이 많아져서 편의상 두 권으로 나누어 『예수 그리스도 -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바로 보기 1, 2』라는 제목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아무쪼록 예수를 바로 알고자 하는 진지한 사람들에게 예수를 바로 보게 하는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 책을 품위 있게 편집하고 꼼꼼히 교정을 보고 아름답게 디자인하여 이렇게 보기 좋은 책으로 출판해 준 동연의 김영호 사장님과 직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2010년 10월

허호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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