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인간을 예속시키며 자기를 확장하는 인공지능의 몸

전철 한신대 교수, 『신학사상』 2023년 여름호에 연구논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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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전철 한신대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사진 가운데

전철 한신대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조직신학)가 『신학사상』 2023년 여름호에 노동을 이유로 인간의 몸을 점차로 예속시키면서 자기 확장을 꾀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몸에 대한 담론을 풀어가는 논문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의 몸: 몸의 이미지에 대한 종교와 과학의 대화'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그는 화이트 헤드와 존 폴킹혼의 몸에 대한 관점이 "인공지능의 물리성과 신체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확장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이 논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신체성의 지향성과 방향성에 대한 윤리적 착수를 도모하게 한다"고 전했다.

전철 교수는 특히 화이트 헤드가 사물의 창조성에 입각해 인간과 인공의 관계를 메타적으로 정립한 것을 두고 "전통적인 인간의 몸의 이해 방식을 해체한 측면이 있다"고도 밝혔다. 화이트 헤드가 이른 바, 다항 관계의 관점에 의거해 사물의 몸에 대한 새로운 의미의 지평을 열어젖혔다는 주장이다.

전철 교수는 "몸에 대한 생물학적이며 물리적인 관점이 그것의 작용인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몸에 대한 현상학적 관점은 그를 기반으로 하여 몸과 신체의 지향성과 목적인적 측면을 더욱 주목한다"며 "화이트 헤드에서 인간과 인공의 차이는 몸이라는 사건에서 그리 부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새로움과 창조성을 그 몸이라는 사건이 얼마나 담지 하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고 말한다.

아울러 "몸은 정신의 새로움(novelty)이 직조되는 운동의 결정체이자 사물화이다. 이러한 점에서 화이트 헤드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지능에 의하여 수동적으로 피조된 운동의 물리적 박제이기보다는 사물들이 머금은 창조성(creativity)의 역량이 인공지능이라는 고유한 사회적 패턴을 통하여 구현된 새로움의 사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전철 교수는 이러한 화이트 헤드의 몸에 대한 현상학적인 이해를 인간의 신체성에 관한 신학의 두 개념 중 소마(soma)와 연관지어 논의를 심화한다. "인간의 육체적 존속에 기여하는 물리적 여건" 또는 "육체적 육망의 의미로 확대해" 쓰이는 사르크스(sarx)와 달리 소마에 목적인적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육체적 신체로서의 사르크스, 영적 신체로서의 소마로 말할 수 있다. 전자가 작용인적 측면의 신체라면 후자는 목적인적 측면의 신체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살과 몸, 사르크스와 소마 개념의 관계성은 과학적 상응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고도의 문화적이며 종교적인 의미 체계 속에서 조명되고 구현되는 개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사르크스와 소마 개념에는 물질적인 질료와 정신적인 형상의 상관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를 물질과 정신의 이분법, 물질성과 정신성에 관한 중세적 사유의 재현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며 "오히려 육신이 거룩한 가치를 담아낼 때 그것은 소마의 가치를 얻으며 육신이 자아 욕심의 확장으로 치달을 때 그것은 사르크스의 운명을 겪는다"고 전했다.

이 같이 몸에 대한 신학 개념을 심신 이원론이 아닌 통전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한 전철 교수는 화이트헤드와 폴킹혼은 몸(soma)과 살(sarx)을 구분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적어도 모든 물리적 신체는 소마적인 몸의 지향의 그림자로서 우리에게 감각화되거나 물리화된 사건이라고 보아도 그렇게 무리를 지닌 해석이 아닐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몸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전철 교수는 "이러한 점에서 인간의 몸과 인공지능의 몸의 외양적 차이(sarx)에 과도한 의미를 두기보다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정보의 발현이 어떠한 방식으로 더 상위의 레벨에서 하나의 몸(soma)를 이루면서 나아가는지를 주목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몸과 함께하는 인간의 관점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이며 영적인 무엇인가를 건들고 있다는 점 △인공지능이 신체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작용, 구축, 체계화, 행동이 인공지능의 몸이다. 인공지능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상호 작용의 체화 속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의 몸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유발 하라리가 데이터교를 미래 사회와 종교의 오메가 포인트로 제시한 것은 이 문화적 경향성을 구체적으로 예증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보의 체화로서 몸을 이해하는 이러한 방식이 갖는 한계점도 짚었다. 전철 교수는 "정보 체현과 발화의 관점에서 몸을 조명하는 것은 표상주의적인 몸 이해와 영육이원론의 날카로운 대립을 극복하게 하는 장점을 제공한다"면서도 "정보 체화로서의 몸과 인공의 몸의 격차와 차이를 정보적 관점에서만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환원주의로 퇴락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학적으로는 고도의 상징체계로서의 '신령한 몸'(soma pneumatikon)이 인공지능 문명이 구현하는 '디지털 몸'과 어떠한 대면과 공존을 취할 수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며 "거대한 디지털 인공지능 마음/몸의 탄생, 체화, 지향에 대한 논의는 "몸의 구원"에 관한 인공 지능 시대 종교와 과학 담론의 중요한 과제다"라고 전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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