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텍스트 사이에서 20]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 이야기: P 문서와 J 문서

김균진의 『기독교 신학 2』 "창조론" 편에서 발췌

에덴동산

신약성서의 창조신앙은 구약성서의 창조신앙을 전제한다. 구약신앙의 창조신앙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소중한 기록이다.

구약성서에서 창조에 관한 기록은 창세기 1장과 2장이다. 창세기 1장 1절부터 2장 4절까지는 창조주의 6일간의 창조와 7일째 안식의 서사가 기록되어 있다. 창세기 2장 4절부터는 또 다른 창조의 기록이 시작된다. 이 두 기록의 결은 사뭇 다르다. 이 두 기록을 김균진 교수는 『기독교 신학 2』의 "창조론" 편에서 소개한다. 이 책이 소개하는 두 창조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하여 나누고자 한다.

김균진에 따르면 창세기 1:1-2:4a까지의 기록은 제사장 문서[P 문서]의 이야기이고, 2:4b-3:24까지는 야위스트 문서[J 문서]의 이야기이다. 두 가지 창조 이야기 중 J 문서 이야기가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J 문서의 창조 이야기는 ①인간의 창조 ②죄의 타락 ③은혜로운 창조자 하나님의 새로운 시작,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은 P 문서의 창조 이야기와 J 문서의 창조 이야기를 위 책에 근거해 소개한다. 이번 글은 명료한 전달을 위해 책에서 문장을 거의 그대로 발췌하였다.

P 문서의 창조 이야기

P 문서의 창조 이야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론에서 포로 생활을 할 때, 당시 바빌론의 창조신화의 자극을 받아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바빌론의 창조 신화에는 '신들의 투쟁을 통한 창조', '신들의 성관계', '손을 통한 창조 행위,' '말씀을 통한 창조' 이렇게 네 가지 모델이 있었다. 네 가지 모델 가운데 P 문서의 기자는 말씀을 통한 창조를 선택한다. 다만 여기서의 말씀은 주술적 말씀이 아니며, 창조자의 의지를 현실화시키는 힘을 가진 '말씀'으로 나타난다.

P 문서의 히브리어 원문은 독특한 표현 양식과 문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반복하여 읽을 수 있는 문장 형식, 도식적 구조, 표현의 반복들, 지식의 전달과 정확한 수에 대한 관심, 반복되는 종결어 등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P 문서가 이스라엘 백성의 지식층 곧 제사장 계층이 기록했음을 시사한다.

P 문서의 창조 이야기는 세계의 생성에 관해 해박한 우주론적 지식 체계를 보인다. 그리고 치밀한 논리적·조직적 체계성을 가지고 있다. 시작(첫째날), 중심(넷째날), 끝(일곱째날)이 세 "각의 날"에 생명의 기본이 되는 시간적 질서가 창조된다. 첫째날 시간 기준을 설정하는 빛이 창조되고, 넷째날 별들을 창조하여 일(日)과 월(月)이 구별되게 된다. 이 세 날 사이에 창조주는 세계의 유지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창조한다. 여섯째 날 땅 위의 짐승들과 사람이 창조된다. 창조의 완성은 일곱째 날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P 문서는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초월성과 전능하심을 부각시키려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서 하나님은 만물을 "없음"에서 있게 하신다. P 문서가 사용하는 동사 bara는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의 창조적 행위에서만 사용되고, 하나님의 창조의 무전제성 곧 없는 것을 있게 하는 절대적 시작을 나타낸다. 이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의 근거가 된다.

P 문서에서 땅 위의 세계는 하나님이 세우신 영원한 질서를 가지며 모든 것이 조화되어 있는 피라미드처럼 생각된다. 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인간이 있다. 인간은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다스리고 돌보아야 할 유일한 "하나님의 형상"이다. 이로써 P 문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구별성과 존엄성과 독립성을 강조한다.

P 문서에서 물은 땅 위의 모든 생명들을 위협하는 요소로 생각된다. 그래서 하나님은 땅 위에 있는 생물들의 생명을 가능케 하기위해 물을 위로 밀어내고 튼튼한 막(궁창)을 만들어 물이 쏟아져 내리지 못하도록 한다. 이에 반해 J 문서에서 물은 생명 유지를 위해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다. 이 대조를 통해 P 문서 이야기는 물이 범람하는 지역, 곧 바빌론 지역에서 생성된 것으로 유추된다.

에덴동산

"하나님의 안식"은 P 문서에서만 발견된다. 그리고 P 문서에서는 남자와 여자 다 같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다.

J 문서의 창조 이야기

J문서의 창조 이야기는 야위스트(Jahwist)의 창조 이야기'다. 하나님은 여기서 "야웨"(jahwe)로 불린다. 야웨신앙은 이스라엘 족장시대부터 가나안 종교와의 만남 속에서 갖고 있었던 이스라엘의 아주 소박한 구전 형태의 민속신앙을 나타낸다.

J 문서의 창조 이야기에는 P 문서와 같은 시적 운율이나 우주론적 세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J 문서는 민속설화적인 "에덴동산"을 이야기하며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의 세계에 대한 소박한 표상들을 나타낸다. 창조주는 흙으로 인간을 빚고, 남자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든다. J 문서에서 창조는 체계가 없는 모습을 보인다. 하나님은 인간과 자연의 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는 자연 환경 조건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을 창조한다. 그 다음에 에덴 동산을 지으시고, 강을 내어 물을 공급하고, 인간과 더불어 살 자연의 생물들을 지으신다.

J 문서에서 하나님은 시골 농부처럼 땀을 흘리면서 수고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하나님과 세계의 내적 관계성과 하나님의 노동이 부각된다. 하나님은 사람과 짐승을 흙으로 빚어 만들고, 강을 끌어들이어 생명에 필요한 물을 공급한다. 여기서 하나님에 대한 세계의 의존성이 두드러진다. 하나님이 그의 숨 혹 영(ruach)을 불어넣을 때 모든 생물들은 살아 움직이는 영, 곧 생령이 된다.

J 문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속성과 의존성, 인간 존재의 허무성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인간을 흙으로 빚어 만드신다. 그는 흙, 곧 자연에 속한, 자연으로부터 오는 존재이다. 땅에 대한 인간의 소속성과 의존성은 "인간"곧 adam이라는 히브리 단어와 "땅"을 가리키는 adamah란 단어의 어원적 동일성을 통해 증명된다. 여기서 인간은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존재이다. 그리고 인간과 마찬가지로 짐승들도 흙으로 만들어진 "살아 있는 영"(nephesh haja)라 불린다.

J 문서에서는 물이 생명의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다. 그리하여 강물을 끌어들여 물을 공급하는 것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의 중요한 일로 부각된다. J 문서의 창조 이야기는 물이 부족하고 메마르고 척박한 지역, 곧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P 문서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다 같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는 것에 반해, J 문서에서는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인간은 남자와 여자, 곧 두 가지 성(性)을 가진 존재로 더불어 살도록 창조되었다는 점에서 두 문서는 일치한다.

* 두 가지 창조 이야기들의 차이들은 결코 모순이 아니라 하나님과 세계와 인간에 대한 각자의 관점을 각자의 언어로 다양하게 이야기하면서하나님과 세계와 인간의 다양한 측면들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성서의 창조 이야기들은 더욱 풍성한 내용들을 갖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이 세계를 창조 하였고, 세계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다"라는 점에서 이 두 문서는 일치한다.

글쓴이: 종교철학을 공부하고 Ph.D를 받았다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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