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재난 문제,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 옳지 않아"

정재영 교수,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밝혀

itaewon
(Photo : ⓒ 베리타스 DB)
참사 당시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 공간의 모습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기독교사상' 최신호(2023년 12월호)에 기고한 특집 기고문에서 변화와 위기의 시대를 맞아 회복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논했다. 그는 특히 재난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 이념에 따라 판단하고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정 교수는 먼저 우리 사회에 코로나 뉴노멀이 가져온 변화 중 업무 환경의 변화를 꼽으며 이런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언택트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고 반드시 대면 업무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재택근무로 대체되는 일이 많아졌다. 또 대면 방식의 상거래와 상품 주문, 온라인 회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무인 점포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정 교수는 "이러한 상황은 4차 산업혁명을 더욱 빠르게 진전시키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융합하여 초연결성, 초지능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언급했다"며 "이로써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생물학적, 디지털 경계를 허무는, 또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의 상호교류를 통해 이루어지는 기술 융합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집적된 데이터가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 및 활용을 거쳐 산업을 비롯한 폭넓은 범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다시 데이터로 최적화되는 구조이다. 이는 속도와 범위, 영향력에서 과거의 산업혁명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차별성을 가진다"고 했다.

챗GPT 파급력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정 교수는 "챗GPT는 기존 인터넷의 단순 검색 기능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내용도 짧은 시간에 편집하고 정리해서 비교적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다"며 "심지어 챗GPT를 이용하면 누구라도 쉽게 설교문을 작성할 수 있다. 다양한 신학 정보들도 손쉽게 얻을 수 있고, 기존의 탁월한 설교들을 모아서 더욱 훌륭한 설교문을 내놓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공지능이 계속해서 발전하면, 목회자가 해 오던 일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목회자의 79%가 챗GPT에 대해 알고 있으며, 47%가 이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것은 비슷한 시기에 조사한 일반인들의 챗GPT 사용 경험(36%)보다 높은 수치로, 목회자가 일반인에 비해 챗GPT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공지능 맹신을 우려하는 입장도 동시에 나타냈다. 그는 "인공지능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보들을 취합하는 것이므로 현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선입견 등 잘못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관점이 그대로 담기게 된다는 약점을 지닌다"며 "성차별적인 내용이나 특정 부류에 대한 혐오 표현이 걸러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챗GPT를 일상생활에서 정보를 취합하거나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할 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전문적인 영역에서 활용할 때는 보다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코로나 뉴노멀 시대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정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했으며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특히 정 교수는 "사회적 고립의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었다"며 "한 트렌드 전문가는 코로나 이전부터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을 분석하여 '외로움'을 핵심 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인해 암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우울감이 극도로 증대되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동안에는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자살률이 다소 떨어지기도 했으나 향후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사람들 사이에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지만, 상황이 호전되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의 박탈감이 더욱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의 고립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교회도 마을 돌봄과 같은 활동을 통해 사회적 고립이나 자살 예방을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여파에 대해서는 재난을 정치 이념에 따라 판단하고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정치인들은 코로나 사태 동안의 방역에 대해서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했고 서로 다른 대책을 내놓기도 하였다"며 "말로는 '과학적인' 기준을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더욱 따졌다. 이는 최근 일본의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특히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정치 이념보다 기독교적 가치와 성서의 가르침을 우선해야 한다. 지나치게 비난하거나 정죄하는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슬픔을 함께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생태계 교란과 기후 위기에 대해 "인류 사회를 더욱 크게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 문제가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위험 요소를 증가시키는데 이것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3-4년 안에 코로나보다 훨씬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며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기후변화로 지구의 물순환이 바뀌고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면서 인간의 문명이 빈번한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역시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파괴된 모든 생물이 대대적인 이주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처럼 생태계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인류 모두의 과제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기후 위기 시계는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지수 기자 veritasnews20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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