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재혁의 통합의학 6] '마음의 의학'

한재혁 목사(연세바른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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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한재혁 목사(연세바른의원 원장)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은 몸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심기혈정(心氣血精)'의 존재이다. 정(精)은 현대의학(서양의학), 혈(血)은 기능의학, 기(氣)는 한의학(동양의학), 심(心)은 양자의학에 해당된다. 이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의학이며, 지면을 통해 한의학까지 다루었다.

이제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영역이자 모든 질병의 뿌리인 마음(心)을 다루는 양자의학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양자의학은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데이비드 봄(David Bohm, 1917~1992)의 '양자이론'을 의학에 접목한 것으로, 질병의 원인을 몸에서뿐만 아니라 마음에서 찾아내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치유 또는 통합의학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종착역은 결국 마음이다.

마음의 의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사의 마음은 환자의 치료에 큰 영향을 끼친다. 플라시보(placebo) 효과란 나을 것이라 믿고 약을 먹는 긍정적인 마음이 치료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플라시보의 역사는 구약성서에서 비롯된다. 라틴어 성서에 나오는 'placebe'는 '진정시키다(placate)', '기쁘게 한다(to please)'라는 뜻이며, 14세기에 들어서면서 종교적 의미에서 벗어나 지금은 주로 심리학적, 의학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몸의 세계인 입자(particle)와 달리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wave)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빛과 색을 이용한 만다라와 미술치료(시각), 음악치료(청각), 아로마 치료(후각), 마음을 이완하는 요가와 명상(meditation), 깨달음과 선(禪, Zen), 마음 챙김(mindfulness), EFT(Emotional Freedom Technique), NLP(Neuro Linguistic Programming)를 이용하는 심리치료, 각종 도구를 사용하는 상담 치료, 시간선 치료(Time Line Therapy), 최면 치료(Hypnotherapy)는 모두 넓은 의미에서 양자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도 중에 나오는 방언, 성령 체험이나 통렬한 회심 경험도 마찬가지다.

반면 첨단 과학 기계를 사용하여 외형상 주파수나 파동의 힘을 일부 빌려와 치료하는 모든 기계적인 치료 즉, 광양자 치료, 중입자 가속기 등은 근본 원인인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현대의학의 극단적인 형태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진정한 양자의학이란 보이지 않는 마음을 터치하고 이완하여, 자신 혹은 절대자의 사랑으로 가장 근원에 있는 형이상학적 원인을 치유하는 기법이다. '기적같이 치료되었다'라는 경우 양자의학이 관여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위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치료들은 모두 위대한 치료 방법들이지만, 이중 최면은 가장 강력한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면 치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인한 치료법으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58년에 미국의학협회가 최면을 정식 의료기술로 인정하면서 유수 명문 대학인 스탠포드, 하버드, UCLA 등에서 최면 전문 의사를 양성하고 있다.

우스갯소리이지만 최면 치료하는 상담센터를 4차 병원이라고 한다. 대학병원이나 3차 의료기관에서 해결이 되지 않아 오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 치료는 결코 마지막으로 가야 할 곳이 아니다. 공황장애나 우울, 불안, 불면, 자가면역 질환, 만성질환, 각종 암, 각종 '증후군'이란 병명이 붙는 원인 모르는 난치병이라면, 오히려 의료비 절약을 위해서라도 가장 먼저 치료해야 할 대상이 바로 '마음'이다.

최면 치료의 효과는 서서히, 강력하게, 반드시 나타난다. 최면은 마술이 아니라 수련의 결과물이다. 교회 다니면서 원수를 용서했다고 했으나, 무의식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만성질환 약을 계속 드시는 분들을 필자는 수없이 목격했다. 분노와 불안과 슬픔과 죄책감을 내려놓고, 타인과 원수, 자연과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고질적으로 낫지 않던 병들이 서서히 좋아하기 시작한다.

말의 힘은 굉장히 중요하다. 만성 질환자들의 경우 부정적 정서와 제한적 신념이 있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병이 깊어지니 그렇게 된 것이라 하소연 할 수도 있겠으나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 몸 60조개의 세포는 긍정적인 말과 신념, 태도를 갖는 순간부터 질병에 대항하는 자세가 확 달라지게 된다.

말의 힘은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 세상의 처음에 가장 먼저 있었던 것은 말씀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모두 말씀으로 창조되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창 1:3)"

말은 빛보다 앞선, 태초의 근원이자 세상 만물의 뿌리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말한 대로 모두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입으로 음식과 영양제를 먹으면 몸의 세포가 다 흡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것도 착각이다. 영양제가 잘 흡수되기 위해서는 오메가3라는 불포화지방산이 체내에 충분히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세포에 흡수되지 않고 대소변으로 그냥 배출된다. 현대인의 식단은 오메가6가 높고, 오메가3는 터무니없이 낮다. 그러므로 오메가3가 높은 음식을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말을 내게 하는 것과 그것이 내 세포에 흡수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때 <시크릿>이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책에 의하면 "나는 건강하다. 부자가 된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좋은 말들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왜 이대로 반복해도 우리는 부자가 되거나 질병이 낫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중요한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판단력이 깨어 있는 '의식'상태에서 했기 때문이다.

"나는 건강하다"라고 외치는 말은 "그런데 지금은 건강하지 않다"라는 말과 동격이며, "부자가 된다. 할 수 있다"라는 말은 "하지만 지금은 부자가 아니며 할 수 없다"라는 말과 동격이다. 전자의 말을 '의식'상태에서 아무리 말해도, 우리 의식의 판단력은 후자의 말과 신념을 동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꿈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렇다고 완전히 잠든 무의식 상태에서는 더욱 전달력이 떨어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비결은 이렇다. 의식과 잠재의식(무의식)이라는 표현은 시대와 장소와 저자에 따라 모두 다르게 쓰이는 말이므로, 여기서는 기본적인 원리만 설명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말들은 '잠재의식'에 제대로 주입되었을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식과 잠재의식이 소통하는 중간단계인 '트랜스(trance, 변성의식) 상태'에서 전달하는 것이 비결이다.

트랜스란 의식의 상태에 일종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의식과 잠재의식이 만나다 보니 비판, 판단하는 사고가 사라지고 극도로 이완되면서, 고도의 몰입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먼 산이나 넓은 바다를 바라볼 때 멍 때리는 느낌과도 비슷하다.

사람은 누구나 최소 하루 2번은 이런 경험을 하는데 바로 잠들기 직전, 깨어난 직후이다. 이렇게 의식과 잠재의식이 교차할 때 주입되는 긍정적인 말들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이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스스로 명상과 기도를 통하여 트랜스 상태에 들어갈 수 있지만, 이것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면 인덕션(induction, 유도)은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게 하고, 디프닝(Deepening, 심화)은 이 상태를 길게 유지하는 기술을 최적화한 기법이다. 극도의 이완된 상태에서는 mind-body connection(심신상관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타인과 자신, 특히 자기 자신을 위한 사랑을 회복하는 변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일어난다.

최면에 관해 잘못 알려진 2가지 오해가 있다.

첫 번째, '최면에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의 오해다. "저는 최면에 걸리지 않아요"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최면은 결코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의 '이분법적' 문제가 아니다. 오직 '이완의 단계'만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이완이 적게 되고 어떤 사람은 이완이 깊게 된다. 이것은 노력과 횟수에 비례하므로 반복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우리는 마음을 이완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을 뿐이다.

최면은 무언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무언가를 하지 않도록 해서 리소스를 확보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스트레스나 불안, 긴장 등의 과거 프로그램이 삭제되지 않아서 뇌의 리소스가 과도하게 점유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 "기억이 사라지니까 실수를 할까 두려워요"라는 오해다. 프로이트의 빙산 모델에 의하면 의식(생각, 기억)은 수면 위에 떠 있고, 무의식(감정)은 물 밑에 있다. 최면 과정에서 빙산이 물 밑으로 가라앉으니 의식이 물에 잠겨 기억이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물 수위가 약간 내려가서 의식(기억)은 그대로 물 위에 떠 있는 반면, 무의식이 수면 위로 조금 올라오게 된다. 그러므로 수면 위로 살짝 떠오른 무의식과 대화를 하는 전 과정을 우리의 의식(기억)은 모두 지켜볼 수 있다. 단언컨대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전 과정이 모두 생각나며, 마음만 먹으면 도중에 눈을 뜰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행 전에 눈을 뜨지 않기로 아주 유치한 약속을 하고 시작한다.)

결국 모든 최면은 자기 최면이다. 숙련된 전문가에게 맡기고 반복하면 누구나 다 이완을 잘 할 수 있게 된다. 최면은 무의식에 접근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렇지만 무의식의 변화를 만드는 소중한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최면가는 실력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 마음 자세가 의사나 성직자 이상으로 순수해야 한다. 전문가로써 자부심을 가지되 환자와 내담자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가진 선한 사람만이 최면을 사용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면 치료의 하이라이트는 어떠한 질병이 호소하는 메시지를 알아낸다는 것이다. 모든 질병, 모든 통증은 우리에게 호소하는 메시지가 있다. 다음 지면에서 다루기로 한다.

※성경에는 "마음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한다(잠언 17:22)"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마음(心)에서 시작된 근심이 기와 혈을 거쳐 물질(精)의 세계에서 뼈를 마르게 한다는 뜻이다. 글쓴이는 사람이 마음부터 몸까지 모두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심기혈정 존재라는 인식으로 통합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의사이자 목회자다. 30년 이상 진료실에서 현대의학을 펼쳐온 그는 현대의학의 장, 단점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의 전인적인 치유는 몸뿐 아니라 마음 치료가 병행될 때 비로소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글쓴이는 연세대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차의과학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을 나왔다. 연세대 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와 종교철학을 수학했고 현재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의료고문/목사, 한국 NLP 최면교육협회 부회장, 한마음 자연치유 상담센터/ 연세바른의원/ TLC 클리닉 원장으로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외래교수이기도 하다. 통합의학에 관한 글 총 7편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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