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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에큐메니컬 운동기구의 설립(Ⅰ)

에큐메니컬 운동 이해(7)- 안재웅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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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Aug 25, 2009 06:42 AM KST

에큐메니컬 운동은 무엇인가?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은 그 범주도 문제이거니와 그 다양성도 문제일 것이다. 에큐메니컬이란 말은 본래 그리스어인 오이쿠메네(Oikoumene)에서 비롯됐다. 신약성경에만 15회에 걸쳐 쓰인 오이쿠메네는 세계, 우주, 땅이란 뜻으로 여러 차례 사용됐다. ‘하나님의 선교’(Missi Dei)란 새로운 선교관으로 기존 보수·복음주의 선교관을 송두리째 흔들기도 했던 에큐메니컬. 때문에 에큐메니컬은 정의, 평화, 인권, 평등 그리고 통일 등의 다양한 사회 현안에 큰 관심을 갖고, 실제적으로 접근했다. 이 에큐메니컬 운동은 한국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교회의 분열엔 ‘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으로 민족의 분단엔 ‘평화 통일 운동’의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

혹자는 에큐메니컬 운동을 “(에반젤리컬과 함께)그리스도 몸의 한 지체”로 혹자는 “세계 전체를 하나님의 집안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에큐메니컬에 대한 소개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이 때문에 에큐메니컬 운동이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선도했던 과거 금빛 영광을 잃고, 위축됐다는 말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본지는 7월 14일부터 매주 월요일 에큐메니컬 운동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에큐메니컬 운동 이해’(대한기독교서회, 2006)를 저자 안재웅 박사의 동의를 얻어 연재한다. 에큐메니컬 운동의 권위자 안재웅 박사는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총무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을 역임했고, 홍콩에 주재하면서 세계학생기독교연맹(WSCF) 아시아 태평양지역 총무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무를 역임하는 등 평생을 에큐메니컬 운동에 종사했다. 저자의 염원대로 위축된 에큐메니컬 운동이 이 연재를 통해 보다 널리 알려져 옛 활기를 되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편집자주.

▲ 안재웅 박사 ⓒ베리타스 DB

초창기 에큐메니컬 운동을 주도한 인물은 모두 구미(歐美) 교회의 지도자들이었다. 그러므로 이들은 에큐메니컬 운동 하면 당연히 서구 중심이어야 하고 더욱이 WCC의 본부가 있는 제네바가 바로 에큐메니컬 운동의 센터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교회 지도자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아 교회의 일치와 갱신, 선교와 봉사, 교회와 사회, 종교와 인간, 정의와 평화, 환경과 개발, 창조와 구원, 영성과 제자의 삶 등에 관해서 폭넓게 협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이렇게 해서 피선교국 교회 대표들은 서방교회의 배려와 주선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한편 고맙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시아교회 대표들은 아시아교회의 친목과 공동의 선교적 과제를 협의하기 위한 에큐메니컬 지역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마침내 1957년 인도네시아의 프라팟에서 CCA의 전신인 EACC의 창설준비 회의가 소집됨으로써 제네바를 거점으로 한 서구 중심이 아닌 아시아 지역을 한데 묶는 세계 최초의 지역 에큐메니컬 운동기구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에큐메니컬 운동은 여러 대륙으로 번져나갔고 지역 에큐메니컬 운동기구가 서서히 생겨나게 되었다. 지역 에큐메니컬 기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CCA는 2007년에 창립 50주년을 맞게 된다. CCA는 아시아는 물론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19개국의 120여 회원 개신교와 정교회가 가입되어 있고 4천 5백만 신도가 소속되어 있다. 그 동안 CCA가 주도한 사업을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겠다.

△ 아시아 선교를 위한 노력으로 EACC 창설 당시부터 지금까지 선교부서를 두고 선교의 열정을 쏟는 일

△ 교회의 일치와 갱신을 위해 노력하는 일

△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일

△ 아시아 상황신학 정립을 위해 노력하는 일, 즉, 한국의 민중신학을 널리 보급한 일이나 아시아 여러 나라의 상황신학을 다듬어 내는 일.

△ 아시아신학자협의회를 만들어 2년에 한 번씩 신학자들이 모여 당면한 신학적 의제를 협의하는 일

△ 행동신학이나 실용적 논리와 같은 책을 출판하여 신학적 담론을 이끌어 낸 일

△ 원주민 신학과 소수민족 신학의 정립을 위해 노력하는 일

△ 아시아 여성신학을 꾸준히 다듬는 일

△ 장애인 문제를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다듬는 일

△ 에큐메니컬 지도력 개발을 위해 여러 종류의 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

△ 정의와 평화와 인권을 위해 여러 모로 노력하는 일

△ 치유와 화해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일

△ 타종교와의 대화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일

△ 소외와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일

△ 제반 교류와 협력을 넓혀가는 일

뿐만 아니라 로마 가톨릭 교회와 긴밀하겨 협력하는 일인데, 그 대표적인 예로, CCA가 아시아 에큐메니컬 위원회를 구성하고 아시아주교회의(FABC)와 주기적으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고 있다. 또한 AEC는 아시아 교회의 일치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AMCU(Asian Movement for Christian Unity)라는 협의회를 꾸준히 운영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오재식 박사는 70년대 초기에 FABC 인성위원회와 CCA-URM 공동으로 두 개의 조직을 만들었는데, 하나는 지역주민조직을 위한 실무자 훈련 프로그램인 ACPO(Asian Committee for People's Organization)라는 기구로서 많은 지도자들이 ACPO를 통해서 배출되었다. 또 하나는 아시아 현장에서 활약하는 실무자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기구인 DAGA(Documentation for Action Group in Asia)를 만든 일이다. DAGA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인 의제를 종합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현장의 실무자들에게 여러 자료를 제공하는 꼭 필요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WCC는 기구의 성격상 새로운 영역의 관심이 생길 때마다 프로그램 데스크를 조직 안에 상설해 오고 있다. 그러나 CCA는 관심의 분야에 따라 조직을 만들어 재정적인 안정을 확보한 다음 독립기구로 활약하도록 해온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생겨난 여러 단체들은 CCA를 측면에서 돕고 아시아 에큐메니컬 운동을 든든하게 만들어 가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아시아 교회는 여러 종류의 에큐메니컬 연구소와 아카데미를 가지고 있다. 강원용 목사는 70년대 초 CCA 의장단의 한 분으로 활약하면서 인도의 토마스와 함께 ACISCA(Association of Christian Institute for Social Concern in Asia)를 만들었다. ACISCA는 아시아 회원단체의 실무자들을 매년 한 차례씩 모아 지도력개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CCA와 더불어 에큐메니컬 운동의 협력과 연대를 긴밀하게 해오고 있다.

또한 제3세계의 관광문제를 신학적으로 접근하고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환경문제 등을 통전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ECTWT(Ecumenical Coalition on Third World Tourism)를 만든 일이다. ECTWT는 CCA가 주도해서 아프리카, 중동, 태평양 지역과 남 아메리카 지역 에큐메니컬 기구를 끌어들여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관광의 문제는 제3세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이기 때문에 단체의 이름을 ECOT(Ecumenical Coalition on Tourism)으로 바꾸었으며 이 조직은 80년대 초 박상증 전 CCA 총무가 주도해서 만들었다.

60년대 초에는 신학자 다케나카의 주도로 ACAA(Asian Christian Art Association)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아시아 기독교예술의 여러 측면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 당시 다케나카는 EACC의 컨설턴트로 활약하였고 지금은 원로로 측면에서 성원하고 있다.

80년대 초에는 나이난이 중심이 되어 CAW(Committee for Asian Women)를 만들었고 존은 아시아 인권문제를 전담하는 AHRC(Asian Human Rights Commission)를 창설하여 굴지의 인권기구로 활약할 수 있도록 초석을 놓았다.

90년대 초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되자 이들의 제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AMC(Asian Migrant Centre)를 만들었고, 이 기구는 괄목할 만한 일을 해오고 있다. 또한 1993년 UN이 제정한 “세계 원주민의 해”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소수민족 대표를 모아 AIPP(Asian Indigenous People's Pact)라는 조직을 만들어 그들의 권익을 위해 협력하도록 하였다. 이 두 조직은 필자가 만든 것들이다.

카리뇨 전 CCA 총무와 김용복 박사는 90년대 후반 아시아 신학자들의 포럼은 CATS를 조직하고 2년에 한 번씩 많은 신학자들이 모여 아시아 신학의 대 토론장을 마련하였다. 이 밖에도 많은 에큐메니컬 기구들이 CCA와 연관되어 조직되었거나 또는 협력 프로그램으로 알찬 일들을 해오고 있다.

유럽기독교협의회(CEC)

CEC는 1959년 덴마크에서 창설되었고 현재 126회원 교단 교회가 가맹되어 있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회원은 아니지만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유럽은 동서 냉전의 긴장이 고조되었던 대륙인 동시에 제3세계를 착취한 전형적인 유럽 중심주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과거 동 유럽 교회의 분포를 보면, 정교회의 경우,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그리고 러시아에 집중되어 있고, 개신교는 동독과 라트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에서 큰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로마 가톨릭 교회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그리고 슬로베니아에 편재해 있다.

이 교회들은 동서 냉전이 끝난 후 국가와 교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정교분리를 말하면서도 많은 학교를 소유하고 있는 교회는 쉽사리 정교분리 원칙을 따르려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나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공산주의 국가에 속해 있던 교회는 국가가 종교의 역할을 제한하기 때문에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역할을 적절하게 지속할 수 없는 처지를 경험하고 있다.

비록 국가와 교회와의 관계가 미묘한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과거 동 유럽에 속해 있던 일부 정교회는 교회 사목과 사호 봉사라는 큰 역할을 국가로부터 그 권한을 위임받은 경우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유럽교회는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었던 관계로 화해가 에큐메니컬 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었다. 또한 크리스천평화회의(CPC)는 1958-60년 로마드카의 주도로 프라하에서 조직되어 동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건설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조직은 큰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986년 프라하의 이기를 경함한 후 1990년 냉정한 자체 평가와 재정 압박으로 인하여 2001년 문을 닫고 말았다.
1989-90년에는 동서의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되자 유럽 교회들은 동 유럽에 속해 있던 교회들이 보다 많은 종교의 자유와 자율을 가질 수 있도록 협력하게 된다. 러시아는 300여개의 선교와 교육관련 자선사업 단체들이 정교회 안에 조직도었고 선교와 교육과 여러 사업을 이 단체들이 주도하게 되었다. 유럽 개신교회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고 하겠다. 우선 교회의 구조적 연합이 이루어진 경우로서, 1972년과 2000년에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1979년 벨지움과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2000년 네달란드에서 그 본을 보여주었다.

또한 1973년에 루터 교회와 개혁교회가 서로의 신학적 입장을 좁히는 협의각서에 서명한 것. 1966년 영국교회와 모라비안 교회 간에 맺은 협의서 등, 그 외의 여러 협력각서는 유럽 교회가 이룩한 커다란 공헌이라 하겠다.

유럽의 에큐메니컬 운동은 위기에 처해 있다. 유럽 교회는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유럽 통합을 위한 교회의 역할조차 제한된 형편인지라 발칸 반도의 긴장 완화에도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슬람교도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이념의 한계를 뛰어넘는 유럽 에큐메니컬 운동은 21세기를 맞아 옛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