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시선] 슬픈 우리끼리의 이야기

6월 11일자 <기독교뉴스>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실언을 한 C 목사와 O 목사가 유가족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유가족 9명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우편으로 보낸 고소장에서 C 목사를 유가족 명예훼손 및 사자 명예훼손죄로, O 목사를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발했다. 이들의 실언은 세월호 참사로 고통스러워하는 전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본지 5월23일자 기사 참조]. 국민들의 전반적인 반응은 “우는 자와 함께 울어야” 할 목회자에 대한 기대가 배반당한 것에 대한 분노를 반영하고 있었다. 물론 어떤 사태에 대해 논평할 수는 있지만, 그들은 국민들이 공감하며 애타하는 고통에 대해 사실상 제3자의 입장에서 논평하며 부지불식간에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그들의 과오를 부지불식간에 저질러진 일이라고 보는 이유는 그들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해치려는 의도를 갖고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발언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기 위한 한 단체의 긴급임원회의 석상에서, 그리고 한 교회의 세미나 석상에서 참사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 중에 돌출된 것들이다. 이와 같이 고의성이 없었다는 해석은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발언을 그들 개인의 경솔함으로 치부하고 그간 목회자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냉소적으로 확인하는 정도로 넘겨버리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지불식간에 나와 버린 발언이 그들의 평상시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성품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신앙상의 문제까지 우려 깊은 시선으로 되짚어봐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 
신앙상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그런 발언들이 ‘내부’ 발언으로 간주될 가능성이다. 소위 우리끼리 이야기한 것인데 왜 이렇게 과민하게 반응하느냐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심정이 그들에게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세미나에서, 그리고 임원회에서 발언한 것이니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끼리의 이야기인 것은 맞다. 우리끼리 이야기라면 대통령도 욕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세미나든 임원회든 하나님이 주인인 공동체를 위한 공간에서 우리 바깥의 사람들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 편에만 계신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신앙인은 기본적으로 하나님이 모든 창조물의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경각하고 있어야 한다. 하나님이 비를 우리에게만 내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예수 또한 네편 내편으로 구분하지 않고 항상 고통받는 자들의 편에 서셨다. 그런데 목회자들이 안과 밖을 나누고 안에서 바깥의 일을 논평하며 거리를 두는 태도를 지닌 채 바깥의 사람들을 구원하려고 한다는 것은 자기우월적인데다, 확장해서 말하면, 제국주의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끼리 나눈 이야기의 맹점은 또 있다.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을 비난했기 때문에 그러한 발언들은 위와 모순되게도 우리가 하나님의 공동체 밖에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남을 비난하는 심정의 근저에는 내가, 혹은 우리가 남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내가 나의 주인인 것이다. 그러나 신앙인들은 하나님이 내 삶의 주인인 것을 고백하는 공동체이다. 일반 신도들도 그러해야 하는 판국에 목회자는 말해야 무엇 하겠는가? 그들은 스스로를 하나님의 종으로 공언하는 사람들이니 그들의 주인은 하나님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을 자신의 주인으로 섬기고 있다. 하나님이 이웃의 고통에 대해서 이런 종류의 발언을 하셨겠는가를 물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그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고 말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자신을 섬기고 있으니 사실상 하나님의 공동체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슬픈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해서 망언을 삼가라느니 명예훼손의 대가를 치르라느니 주장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외양적으로만 갱신하라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이번에 실수를 했으니 다음부터는 조심하라는 차원의 경고라면 목회자들로 하여금 훨씬 더 지능적이고 세심하게 위선자가 되라고 조언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강단에서나 공동체 안에서나 자신의 속내가 드러나지 않도록 교묘하게 자신을 잘 포장하는 목회자! 그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다른 목회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 기본적으로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사실인 것은 분명하다. 목회자는 우선 자신의 말을 듣는 양들이 실족할까봐 조심해야 한다. 물론 복음과 회개를 전하는 일에서도 주저하라는 말이 아닌 것은 알 것이다. 그리고 더 본질적으로는 그들이 스스로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가를 고민하고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이러한 발언들이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에서 튀어나온 것이라면 목회자가 제왕적인 권위에 취해서 눈 아래 아무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 것이므로 크게 회개할 일이다. 사실, 이 모든 말이 우리끼리 나눈 이야기인데 왠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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