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시선] 교단 지도부에 바란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아야

오늘날 기독교가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주지하다시피 성공지상주의와 맘몬숭배의 행태가 교회의 신앙활동 가운데서 적발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신앙생활 자체가 교회라는 섬 안에서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신앙행위’ 정도로 평가절하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그러한 반(反)복음적인 행태를 회개하고 그 뿌리를 뽑아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마침, 교계의 지도부가 교체되고 있는 시절이라 새롭게 구성된 지도부가 교단 차원에서 이러한 회개의 노력을 주도할 것을 기대해본다. 교단이 실행할 이러한 노력은 상징적 측면에서나 개별 교회들에 대한 파급효과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예상하게 한다. 물론, 교단 지도부가 지도하고 지시하기만 한다면 결국 그러한 노력도 성취의 관점에서 평가받게 될 것이므로 이러한 노력에는 지도부의 섬기는 자세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섬김은 성공지상주의와 맘몬숭배의 해독제이기 때문이다.   

교단 지도부가 섬기는 자세로 성공지상주의와 맘몬숭배의 잔재를 씻어낼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는 일에 집중할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일은 전통적으로 개별교회나 단체가 헌신해온 영역이기는 하나, 교회가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 일이 현 상황에 대해 아무런 방호역할을 해 오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 일이 행사성이거나 퍼주기식이든지, 혹은, 일회적이거나 실적 위주의 활동으로 실행되어 온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는 일은 사실상 행사처럼 치러지는 성격의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레미야에 따르면, 그들을 돌보는 일은 하나님께서 조상에게 영원무궁토록 준 땅에서 살게 될 조건 중의 하나이다.  
“너희가 만일 길과 행위를 참으로 바르게 하여 이웃들 사이에 정의를 행하며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지 아니하며 무죄한 자의 피를 이곳에서 흘리지 아니하며 다른 신들 뒤를 따라 화를 자초하지 아니하면 내가 너희를 이곳에 살게 하리니 곧 너희 조상에게 영원무궁토록 준 땅에니라” (예레미야 7:5-7)   
게다가 이처럼 현실적인 복에 대한 약속에 그치지 않고 최후심판에서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기도 하다.  
“그 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받으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마태 25:34-36)  
그러므로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는 일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본질적인 임무라 할 수 있다. 이 일은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는 차원에서만 실행되는 사회복음적인 기여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교회가 본질적인 임무에 충실할 때 반 복음적인 행태가 교회로부터 사라지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교단이 복음에 충실한 태도를 유지할 때 그 “선한 영향력”은 즐거운 상상의 주제가 될 것이다.       
물론, 교단 차원에서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본다고 하면 그 동안 그 일을 해 온 개별교회나 단체들과 경쟁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교단 지도부는 개별교회나 단체가 할 수 없는 수준과 정도에서 그 사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기자는 그러한 종류의 사업 중 미자립교회와 남편 목사가 고인이 되어 홀로 남게 된 사모님들, 그리고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아동들을 지원하는 일을 거론하고 싶다. 그들이 바로 교단 차원에서 돌보아야 할 우리 사회의 고아이며 과부이며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교단이 돌보아야 하는 고아로서 미자립교회는 한국교회의 67%에 달한다. 교회가 미자립 상태이면 그 교회는 사실상 고아처럼 방치된 처지라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중대형교회들이 미자립교회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대개 재정지원의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단은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일을 재정지원과 더불어 인적 지원까지도 병행할 방안으로 프로그램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대형교회에서 잘 훈련된 신도들을 인근의 미자립교회로 보내어 그 교회에서 지속적으로 봉사하고 헌금하게 함으로써 그 교회를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다. 더불어 그 과정을 교단차원에서 홍보하고 그것의 모범 사례를 발굴하여 권장하는 일도 해야 한다. 이 일을 위해 교단은 무엇보다 교단 지도부가 시무하는 교회부터 솔선한 뒤 중대형교회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복음정신을 먼저 교회 간에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례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교단은 목사인 남편이 서거해서 홀로 남게 된 ‘사모님’들의 재활과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 담임 목사가 시무 중에 서거하면 그의 가족들은 교회의 ‘무자비한’ 처사로 인해 생계의 곤란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함께 겪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들을 돕는 일은 교단의 담을 넘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일을 개별 교회가 감당하기에는 여러 가지 사정상 어려운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교단간 협의를 통해서 기금을 만들고 재활교육기관을 설립하여 그들에게 직장 알선 등의 생계대책을 마련해주는 일은 교단의 역량이 필요한 영역인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이 원한다면, 남편이 못 다한 사역자로서의 사명을 이어가도록 지원하는 일도 해야 한다. 현재 그러한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홀사모선교회, 이에스더 목사, 02-3216-7171)가 있기는 하지만 350여명에 이르는 이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세 번째로 교단은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아동을 돌보아야 한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미등록 상태로 살게 되는데 이들에 대한 지원은 복지뿐만 아니라 교육 및 선교의 영역에서도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상한 갈대의 상태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심정으로 장기간 돌보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일은 국가가 할 수 없는 일인 반면에 전혀 공적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상 인권과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나그네를 대접하는 일에 해당한다. 교단 차원에서 이들을 ‘등록’하고 복지적 지원뿐만 아니라 대안학교를 통한 교육 지원도 도모해야 한다. 이것은 소모적인 사업처럼 보이지만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당한 사람을 도와준 것이 어떤 목적을 지닌 것이 아니듯이 이들을 돌보는 일은 선한 이웃이 되고자 하는 우리의 의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사업들은 빠른 시일 내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추진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돌출할 소지가 많다. 더군다나 우리 가운데 “지극히 작은 자”(마태 25:40)들에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곧장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묵묵히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바로 섬기는 자세의 면모이다. 그들을 섬긴다는 것은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com+passion) 마음을 가졌음을 증명한다. 마태복음에 묘사된 최후심판의 장면에서 예수께서는 이러한 공감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런 자세로 교단의 지도부가 위와 같은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섬김의 영성은 당연히 개별교회로 흘러 갈 것이다. 어느 단체든지 우두머리의 영성이 소속원들에게로 흘러내려가게 되어 있지 않은가? 섬김의 영성이 흘러내리는 곳에는 성공지상주의와 맘몬숭배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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