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절차적 정의가 진짜 정의다

사랑의교회·예장합동, 오정현 목사 논란에 책임 있게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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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C채널)
오정현 목사는 대법원 판단에따라 적어도 법적으로는 예장합동 교단 목사가 아니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목회사역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동서울노회와 예장합동 총회는 묵묵부답이다.

법적으로는 교단 소속 목회자가 아니다. 그러나 이 목회자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 당회는 목회 사역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이야기다.

아무리 따져 보아도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일이다. 사랑의교회 당회가 오 목사의 목회사역이 문제없다고 주장한 근거는 소속 노회인 동서울노회 임시 결의다.

동서울노회는 3월 서초구 내곡교회에서 임시노회를 열어 오 목사 위임청원결의를 가결했다. 그런데 이 결의가 과연 정당했는지는 의문이다.

위임청원결의가 있기 전 오 목사는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었다. 이 와중에 오 목사는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 총회가 실시한 편목 정회원 자격 특별과정에 등록했고, 2주간의 교육과정을 마쳤다. 과정을 마치자 사랑의교회 공동의회는 오 목사 위임 청빙 결의를 통과시켰다. 이어 동서울노회 결의가 나왔다.

절차적으론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보면 시비거리 투성이다. 먼저 오 목사가 이수한 편목 정회원 자격 특별과정은 타교단 목사를 예장합동 목사로 받기 위해 편목 과정을 줄여주는 특별 프로그램인데, 3년간 시행된 적은 없었다. 특혜시비가 일만한 지점이다. 더구나 오 목사가 편목 특별과정을 수료한 바로 다음날 사랑의교회 공동의회가 열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회 결의과정도 의문이 이는 지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편목 특별과정 이수 후 오 목사의 강도사 고시 응시여부는 아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사랑의교회 임시당회장 박진석 씨는 임시노회에서 목사고시 청원과 위임목사 결의 청원 안건을 동시에 올렸다. 말하자면 노회에서 시험을 치르게 하고, 위임목사로 임명해 달라는 의미였다.

놀랍게도 이 같은 청원은 실행에 옮겨졌다. 동서울노회는 우선 정회시간 동안 오 목사에게 목사 고시를 치르게 했다. 회무가 재개되자 고시부는 오 목사의 고시 합격을 발표했다. 이 모든 과정에 소요된 시간은 채 두 시간이 되지 않았다.

이 모든 과정은 흡사 기획된 것인 양 일사천리로 흘렀다. 대법원에서 오 목사가 패소할 가능성을 대비해 목사 자격을 갖추도록 하고자 과정을 요새 유행하는 말로 ‘패스트트랙'에 태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는 대목이다.

대법원 판단 대비해 ‘패스트트랙' 태웠나?

이 지점에서 잠시 재판 상황을 되짚어 보자. 지난 해 4월 대법원은 "오 목사가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 교단이 정한 목사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오 목사가 목사 자격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면서 파기환송한 사건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저간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동서울노회, 더 나아가 예장합동 총회가 오 목사를 위해 제도를 '엿장수 맘대로' 주물렀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동서울노회나 예장합동 총회는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오 목사 위임결의가 적법하다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드러난 정황은 오 목사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심만 살 뿐이다.

사랑의교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다. 그리고 이 교회가 속한 예장합동 교단은 국내 최대 교세를 가진 '장자교단'이다. 이 교회와 교단에 속한 성도는 사회 각 분야에 포진해 있고, 몇몇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따라서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위임엔 고민이 따라야 한다. 만에 하나, 담임목사 임명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나 목사 후보자 자질에 문제제기가 있다면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이게 사랑의교회와 예장합동 총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오 목사는 이 외에도 논문표절, 학력 위조 등 여러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 목사와 사랑의교회는 단 한 번도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은 적이 없었고, 예장합동 총회는 이 같은 논란을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이제 세상 여론의 인내도 임계점에 와 있다. 오 목사와 사랑의교회, 예장합동 교단과 동서울노회가 그간 보여준 행태로 일관할 경우 세상에서 격리돼 자신들만의 게토에 갇히게 될 것이다.

또 하나, 그리스도교 언론이 교회를 향해 정의로움이나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가지라고 호소하는 이 현실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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