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한국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입력 Dec 22, 2019 07:03 AM KST

존 쉘비 스퐁: 성경의 문자주의를 너머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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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오강남 교수 페이스북)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의 저자 존 쉘비 스퐁 신부

스퐁 신부는 1931년 6월 1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샤로트에서 출생했다. 성공회 신부가 되겠다는 목적으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버지니아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성공회 신부가 되어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에 있는 몇몇 교회에서 목회를 한 후 1979년부터 2000년까지 뉴저지 주 뉴와크의 성공회 주교로 봉사한 후 은퇴했다. 성공회를 미국에서는 에피스코펄 처치(Episcopal Church)라 부른다. 목회를 하면서도 기회 닿을 때마다 뉴욕의 유니온 신학대학원, 예일, 하버드, 에든버러,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은퇴 후 하버드 대학교 초빙 교수로 강의하는 것을 비롯해 세계 곳곳 500개 이상의 대학과 신학교에서 강연도 하고, 잡지에 기고도 하고, TV의 여러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그의 생각을 전했다.

스퐁 신부에게 영향을 준 멘토들이 셋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학적으로 특히 중요한 이는 둘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첫째가 영국 성공회 주교로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신약학을 강의하고 1963년 '신에게 솔직히(Honest to God)'라는 책을 써서 그리스도교계에 돌풍을 일으킨 존 A. T, 로빈슨(John A. T. Robinson)으로 1983년 그가 죽을 때까지 그를 멘토와 친구로 모셨다. 1972년에 나온 스퐁 신부의 첫 저작이 Honest Prayer라는 것도 로빈슨 주교로부터 받은 영감에 의한 결과물이라 고백할 정도로 스퐁 신부의 신학적 출발도 기본적으로 로빈슨 신부와 같은 노선이라 할 수 있다.

스퐁 신부에게 영향을 준 또 한 사람은 영국 버밍엄 대학 신약학 교수였다가 스스로 무신론자라고 선언한 마이클 더글러스 굴더(Michael Douglas Goulder)였다. 그에 의해서 마태복음의 기록이 예수의 생애를 연대기적으로 적은 것이 아니라 유대교 달력의 절기 순서에 따라 씌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깨달음은 스퐁 신부가 성경 문자주의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런 탈문자주의는 스퐁 신부의 저술 전반에 걸친 기본 전제가 되었다. 스퐁에 의하면 굴더는 로빈슨처럼 가까운 친구는 아니지만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라는 것을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스퐁 신부는 많은 책을 썼다. 그가 마지막으로 쓴 책 속표지에 그의 저술 목록이 있는데, 모두 25권이 나와 있다. 그는 자기 생애에서 이것이 마지막 책이라고 하면서 쓴 책만도 다섯 권이다. 그에 의하면 2018년에 출판된 책은 정말로 마지막 책이라고 한다. 2016년 9월 10일 아침 뇌졸증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회복되어 걸을 수도 있고 손으로 글을 쓸 수도 있지만 그 글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는 현재 88세이다.

그가 쓴 저술 중 많은 책이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나왔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예거하면,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새 시대를 위한 새 기독교>, <성경을 해방시켜라>, <예수를 해방시켜라>, <성경과 폭력>, <영생에 대한 새로운 전망>, <만들어진 예수, 참 사람 예수>, <아름다운 합일의 길 요한복음> 등이다.

신학적 입장

그의 신학적 입장을 철저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 책들을 다 섭렵해야 하겠지만 그의 기본 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마지막으로 쓴 책 세 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여기서는 이 세 권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그 세권 중 첫째는 The Fourth Gospel: Tales of a Jewish Mystic이다. 변영권 목사에 의해서 <아름다운 합일의 길 요한복음 - 어느 유대인 신비주의자의 이야기>로 번역되어 2018년 한국기독교연구소에서 발행했다. 이 책은 <요한복음> 해설서이다. 스퐁 신부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을 스스로 요약해 놓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요한복음은 약 30년에 걸쳐 각기 다른 저자들에 의해 기록된 것을 여러 층으로 모아놓은 기록물이다.
요한복음에는 어떤 의미로든 문자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이라 여겨질 수 있는 것이 포함되어 있을 수 없다.
요한복음에 예수님의 말씀이라고 한 말씀의 그 어느 것도 역사적 예수가 직접 말한 말이라고 볼 수가 없다.
요한복음에 표적(signs)라고 불리는 기적, 예수님이 행했다는 그 기적은 실제로 일어난 적이 없다.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저자의 문학적이거나 가상적인 창작으로서 실제로 살았던 인물들이 아니었다.
외계의 신이 인간의 육신을 입었다고 하는 언어,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이 복음서를 읽는 방식을 꼴 지우고 있지만, 이것은 이 복음서 저자가 의도했던 것과는 상관이 없다.(p. 10)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그리스도교에서는 신이 인간의 몸을 쓰고 세상에 왔다고 하는 이른바 수육受肉 혹은 성육신成肉身(incarnation) 교리를 그리스도교의 중심교리로 받들고 있고, 이런 교리의 근거를 요한복음에서 찾는데, 스퐁 신부에 의하면 이런 교리가 요한복음 저자의 본의도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요한복음이 말하려고 하는 진짜 메시지는 무엇인가. 스퐁 신부는 이 책의 부제에 나타난 것처럼 요한복음은 "어느 유대인 신비주의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기본 메시지는 신비주의, 곧 우리가 이 책에서 말하는 심층 종교를 말해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스퐁 신부는 자신이 신비주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자 "갑짜기 요한복음이 내 앞에 유대교 신비주의의 작품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요한복음의 예수는 외계에서 온 방문자가 아니라 새로운 신 의식(God consciousness)을 경험한 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비주의의 핵심은 무엇인가? 신과 나와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가르침이다. 스퐁 신부에 의하면 예수는 "그가 제공하는 하느님과의 하나 됨이 인간의 가장 깊은 배고픔을 충족시키고 인간의 가장 깊은 목마름을 풀어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분이라는 것이다.(p. 60) 요한복음에는 계속 이런 하나 됨(oneness)을 강조하는 말이 나온다. "나와 아버지는 하나다."(요10:30) "내가 아버지 안에 거하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심을 믿으라"(요14:11)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요14:20).

둘째 책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지만 곧 번역되어 나올 예정이라 한다. 이 책 영어 제목은 Biblical Literalism: A Gentile Heresy-A Journey into a New Christianity Through the Doorway of Matthew's Gospel 이다. '성경 문자주의: 이방인들의 이단--마태복음의 문을 통해 새로운 그리스도교로 들어가는 여정'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 요지는 마태복음이 유대인들을 위해 쓰이어졌기에 마태복음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기본적으로 '미드라쉬(midrash)' 기법으로 쓰인 문서라는 것이다.

미드라쉬 기법이란 유대인들에게 잘 알려진 옛 이야기를 빗대어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유대인들이 잘 아는 출애굽기 이야기에 모세가 이집트에서 태어났을 때 이집트의 바로 왕이 히브리인 가정에서 태어난 모든 남자 아이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지만 모세는 살아나 '자기 백성들의 구원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마태복음 저자는 예수가 태어났을 때도 헤롯 왕이 예수를 죽이기 위해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들을 다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예수는 이집트로 피난 가서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것은 예수 당시 아이들이 죽었느냐 하는 역사적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수도 모세와 맞먹을 정도로 위대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말하려는 유대인 특유의 이야기 방식이었다. 유대인들은 이런 이야기가 문자적 사실이 아니라 예수의 위대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데, 2세기 중반부터 예수 공동체에 유대인이 점점 사라지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무지한 이방인들'이 주를 이루면서 복음서에 나오는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문자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믿는 문자주의적 믿음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지난 2천년 가까이 이방인들이 저지른 이단설에 '포로'Gentile captivity, p. 41)되어 있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속 신앙은 복음서를 문자적으로 읽었을 때 나온 중대한 오류라고 강조한다.

스퐁 신부는 단언한다. "교회에서 성경 문자주의를 분명히 배격하기 않으면 그것은...그리스도교 신앙을 죽이고 말 것이다."(p. 4)

셋째 책 영어 제목은 Unbelievable: Why Neither Ancient Creeds Nor the Reformation Can Produce a Living Faith Today 이다. '믿을 수 없는 것들: 어찌하여 옛 신조나 종교개혁이 오늘날 산 신앙을 이루어내지 못하는가' 쯤으로 해석될 수 있다. 스퐁 신부의 마지막 책이 된 이 책은 그가 필생을 거쳐 가르쳐온 것들을 요약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스퐁 신부에 의하면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주로 교회의 '권위와 권력(institutional authority and power)'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이었는데, 이제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무엇을 믿을까(what a Christian must believe to be a Christian) 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 개혁해야 하는가? 근본 이유는 '경험과 설명'이 분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질이라는 병을 앓는 사람의 경험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그것에 대한 설명은 다르다는 것이다. 성경이 쓰인 1세기에는 그것이 '귀신이 들린 것(demon possession)'이라 설명했지만 21세기에는 '뇌세포의 전기적 화학작용'의 문제로 설명한다. 이처럼 같은 경험을 두고도 성경에 나오는 설명들은 고대 사회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엄청난 지식을 축적한 21세기 현대인들은 이런 옛 설명 대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믿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스퐁 신부가 그리스도교 교리 중에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것 12가지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1. 신관, 2. 예수 그리스도, 3. 원죄, 4. 동정녀 탄생, 5. 기적, 6. 대속 신학, 7. 부활, 8. 승천, 9. 윤리관, 10. 기도, 11. 사후 생명, 12. 보편주의

여기서 이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결국 지금 교회에서 정통으로 받들고 있는 이런 교리들을 철저하게 재검토해서 문자적이고 표면적 뜻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의미 있는 그리스도교, 심층적 차원의 그리스도교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스퐁 신부가 쓴 책 중 많이 알려진 것의 제목이 말해주듯,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메시지를 힘차게 전달하는 그에게 그리스도인 모두 귀 기울 때가 된 것 아닌가?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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