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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정승환 목사의 책 이야기(8)

로완 윌리암스/ 복있는사람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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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복있는 사람)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책 표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어떠한 사람이 된다는 것일까? 사람마다 저마다의 정의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고, 하나님과 신비로운 영적 관계를 가지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다. 분명한 신앙고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거나 아주 윤리적인 사람을 지칭할 수도 있다. 저마다 공부했던 교리와 경험했던 기독교문화 등에 영향을 받아 그리스도인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어떠한 사람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것은 내가 앞으로 추구할 삶의 원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로완 윌리엄스는 성공회 대주교로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주었다. 이 책은 본래 일반대중을 위해 진행되었던 공개강좌를 책으로 만든 것이기에 지나치게 학문적인 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충 읽을 만한 글은 아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라는 주제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그의 신학적 관점들이 글에 자연스레 녹아져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메시지를 들으며, 그리스도인에 대한 자신의 고백을 성찰해보며 신앙의 여정을 걸어가게 된다면 좋겠다.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

로완 윌리엄스는 세례, 성경, 성만찬, 기도라는 그리스도인이 되면서 행하는 기본적인 행위들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인 됨에 대해 설명한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스도와의 긴밀한 연관성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와 어떤 식으로든 연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완 윌리엄스는 4가지 행위들이 어떻게 그리스도와 연관되는지 설명한다. 세례는 예수의 삶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을 읽는 것은 성경 이야기의 중심인 예수의 이야기에 사로잡혀 전체를 바라보는 일이다. 성만찬에 참여하는 것은 예수의 환영을 받고, 예수를 환영하고, 예수와 같이 사람들을 환영하는 삶에 참여하는 것이다. 기도는 예수의 자리에 서서 예수의 기도가 우리 안에서 일어나도록 하는 일이다.

세례와 성경, 성만찬과 기도라는 그리스도인의 4가지 핵심적인 행위들은 다 그리스도와 연결되고, 연합되는 행위들임을 알 수 있다. 결국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이 핵심적으로 행하는 것들에 비추어보면, 그것은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살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원형은 예수 그리스도다. 그리스도가 은혜 가운데 불러주신 연합의 여정에 믿음을 가지고 응답하여, 그리스도와 온전한 연합의 삶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 대한 관심

그리스도와 연합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사건에는 분명 영적이고 신비적인 차원이 있다. 우리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예수의 영을 통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영역들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리스도와 연합된 사람이라면, 나타나야 할 눈에 보이는 영역들도 있다. 나는 로완 윌리엄스의 글에 기초하여, 이를 '우리'에 대한 관심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는 세례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참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일인데, 참 인간다움이란 하나님의 사랑과 곤경 속에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곤경 가운데 있는 인간의 삶 한 가운데 서서 하나님의 사랑에 힘입어 살았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걸어가는 일이다.

성만찬을 통해서도 동일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예수께서 행하신 일은 사람들을 환대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예수의 만찬에 초대를 받은 자는 예수의 초대에 마음을 열고, 초대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웃에게도 마음을 열고 초대하는 삶으로 이끌려진다.

기도는 우리가 예수의 자리에서 예수의 영을 통해 예수의 기도에 참여하는 일인데, 이러한 기도는 궁극적으로 '우리' 안에서 관계가 회복되고, '우리'의 필요를 채우는 일에 관심을 가게 하고, '우리'의 평화를 이루어가는 길로 인도한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와 이웃이라는 '우리'에 눈을 뜨고, '우리'의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리스도와 연합된 삶의 흔적이다.

현실에 기초 한 영적 상상력을 품는 사람

주변에서 만나는 극단의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있다. 이 세상의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과 영적인 세계 속에서만 사는 사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신앙의 신비함을 부정하고, 현실의 사회, 정치, 문화적 운동 속에서만 사는 사람이다.

로완 윌리엄스가 마주한 그리스도는 현실의 곤고함 속에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만 매여 있지는 않았다. 현실에 매몰되지 않도록 만드는, 현실을 뚫고 나가게 만드는 영적 상상력과 비밀한 추동력에 의해 살아갔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현실 속에 살지만, 현실을 변혁하는 영적 상상력과 내적 추동력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것이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자리에 살지만, 희망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에 사로잡혀 희망을 이야기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세례와 성경, 성만찬과 기도는 우리를 그러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게 만들어준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성찰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 결국 그 성찰의 결과가 우리의 삶의 궤적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삶의 종착점이 되도록 할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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