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듀크대 수잔 이스트먼 명예교수 "타자 없이는 구원도 없다"

연세대 연신원 BK21팀, 해외석학 초청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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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듀크대 수잔 이스트먼 명예교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BK21팀·팀장 임성욱 교수)이 최근 세계적 신약학자이자 듀크대학교 신학대학원(Duke Divinity School) 명예교수인 수잔 이스트먼(Susan Eastman)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개최했다. 이스트먼 교수는 바울 서신을 중심으로 인격, 과학, 철학 간의 접점에서 신학적 통찰을 모색해온 학자로, 이번 강연에서 "타자 없이는 구원도 없다: 분열된 세계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No Salvation Without the Other: Praying for Peace in a Divided World)"라는 주제를 통해,은혜와 상호 환대에 기반한 화해의 신학을 제시했다.

이스트먼 교수는 로마서 속 바울의 메시지가 하나님의 자비와 인간의 상호연결성에 기반한 깊은 연합의 신학 임을 강조했다. 로마서 8장부터 12장을 중심으로, 그녀는 고대 지중해 세계 갈등 속에 있던 유대인과 이방인이 서로 자리를 바꾸며 하나님의 구속 안에서 함께 구원에 이르게 되는 바울의 '자리 바꿈(exchange)'의 신학 혹은 "상호 의존적 구원(interdependent redemption)"의 신학을 풀어냈다. 그녀는 이 비전이 단순한 종교적 화해를 넘어, 오늘날 미국과 한국사회의 정치적·문화적·사회적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신학적 상상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타자 없이는 구원도 없습니다. 낯선 이, 심지어 원수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공동체의 구원은 전체의 구원과 연결되어 있다"라고도 부연했다.

강연의 핵심 주제는 탄식의 기도, 종말론적 희망, 그리고 인내하는 연대였다. 이스트먼 교수는 로마서 8장에서 바울이 온 피조물이 구속을 기다리며 함께 "탄식하다(groaning)"고 서술한 것을 인용했다. 이 탄식에는 성령까지도 동참하며, 고통가운데 중보하는데 이러한 고통과 기도를 통해, 신자들은 하느님 뿐 아니라 고통받는 타자들과도 깊은 연대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한 로마서 12장을 통해 이러한 신학이 어떻게 윤리적 삶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했다. 바울은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17절), "선으로 악을 이기라"(21절)고 권면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14절)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비폭력의 윤리를 넘어, "값없이 주어진 은혜(undeserved grace)" 를 실천하는 "초월적 환대(hospitality)"의 윤리다.

이어 이스트먼 교수는 시편 44편을 인용하며, 타자 혹은 적을 비인간화하거나 제거함으로써 이루는 거짓된 평화의 환상에 경고를 보냈다. 대신, 현재의 고통과 미래의 화해를 동시에 바라보는 능력, 즉 '이중 초점의 시선(bifocal vision)'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시각을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조명했다. 남북한이라는 적대적 경계 너머에서 서로의 삶에 "자리 바꿈"하여 들어간 두 주인공은, 그 경험을 통해 연대와 사랑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우리가 하나님과 타자, 심지어 원수라도 서로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처럼 살아간다면 그것이 바로 참된 평화를 위한 희망의 실천이라고 결론 맺었다. 바울이 말하는 구원은 자기만을 위한 구원이 아니라, 모든 이들과 함께 이루어지는 공동의 구원이며, 그것은 타자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켰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아직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어렵다는 청중들의 솔직한 고민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스트먼 교수는 즉각적인 감정의 해결을 강요하지 않는 목회적 지혜로 응답했다. 화해에는 시간과 진실함이 필요하며 하나님의 평화의 약속을 붙잡는 방향성과 인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은 현대의 갈등과 분열에 대한 종교적 신학적 응답을 모색하는 국제적 담론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강연을 기획한 임성욱 교수는 "국제 사회에 팽배한 양극화 속에서 타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타자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성찰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임 교수와 윤이실 교수는 이스트먼 교수와 함께 인터뷰 영상을 촬영했으며, 해당 영상은 조만간 유튜브 "연세신학TV"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이스트먼 교수는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제26차 바울 에큐메니칼 콜로키움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녀의 주요 저서로는 『바울의 모국어를 회복하다: 갈라디아서의 언어와 신학』(Recovering Paul's Mother Tongue: Language and Theology in Galatians, 2007, 개정판 2022), 『바울과 인격: 바울 인간론의 재구성』(Paul and the Person: Reframing Paul's Anthropology, 2017), 『타자 안의 자기: 바울 신학에서의 참여와 인격』(Oneself in Another: Participation and Personhood in Pauline Theology, 2023), 『로마서: 해석 성서 주석』(Romans: An Interpretation Bible Commentary, 2025년 8월 출간 예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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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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