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활 이야기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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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부활 이야기

부활절을 지내면서 부활에 대한 생각이 나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은 상당수 기독교인들에게는 거슬리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거슬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냥 지나시고, 혹시 읽으신다면 이런 이론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성공회 주교였던 존 쉘비 스퐁 신부가 쓰고 변영권 목사님이 번역하신 요한복음 해설서에 보면 요한복음에 나오는 인물이나 기적은 모두 요한복음서 저자(들)의 상상력에 의한 산물이라고 했는데, 나사로의 부활 이야기는 그의 말을 뒷받침하기 좋은 예라 할 수 있어서 제가 오래 전에 긁적여 놓았지만 어디에도 발설(?)하지 않았던 글을 여기 조심스럽게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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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1장1-45에 보면 베다니에 살던 마리아와 마르다의 오빠 나사로가 죽어 동굴 무덤에 장사된 지 나흘이 지나 예수님이 그리로 가서 동굴 무덤을 향해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부르니 나사로가 일어나 나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요한복음에는 제2장의 가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기적으로 시작하여 11장까지 일곱 가지 기적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사로의 부활은 그 중 최후 최고의 기적이다. 이 나사로 부활 문제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로마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꼼꼼히 기록해 놓는 것으로 유명한데 왜 이렇게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 같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대사건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을까. 로마 문헌 저자들에게는 그 당시 예수님이 그렇게 중요한 인물로 여겨지지도 않았고 또 유대 시골에서 있었던 일이니 그의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요한복음을 제외하고 마태 마가 누가, 이른바 공관복음서라고 하는 이들 복음서에는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가. 예수님의 생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공관복음서 기자들은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부분에 행하신 이 중대한 사건에 대해 왜 침묵하고 있을까? 기원전 100여년에 쓰이어졌다고 하는 요한복음보다 먼저 쓰이어진 공관복음 저자들 당시에는 이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둘째, 이 이야기는 예수님이 베다니(Bethany)에서 죽은 나사로(Lazarus)를 다시 살리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집트의 <사자(死者)의 서>에 보면 Anu 라고 하는 이집트 도시에 죽음과 부활을 재현하는 예식이 매년 거행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도시의 지명이 Anu인데 Anu를 히브리 식으로 부르면 '베들레헴'(떡의 집)이나 벧엘(하나님의 집)이라는 지명처럼 '집'이라는 뜻의 'Beth'가 앞에 덧붙여져 BethAnu가 되고 여기서 'u' 가 'y'로 바뀌어 Bethany가 된다.

셋째, 이 예식에서 이집트 신 Horus는 죽은 자기 아버지 Osiris 신이 묻힌 동굴 무덤 안을 향해 "일어나 나오십시오"하고 외친다. Osiris 신이 살아서 밖으로 걸어 나온다. 그런데 Osiris 신은 예전에 Asar 혹은 Azar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름에다 엘리야, 엘리사의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주님"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el'을 붙이면 El-Asar가 된다. 여기에다 라틴어 남성 명사 어미인 'us'를 끝에다 붙이면 El-Asar-us가 된다. 그 후 제일 앞에 나오는 모음 'e'가, 많은 경우에서 그렇듯, 탈락되어 Lasarus가 되었다. 이 Lasarus를 우리말로 '나사로'라 음역했다.

그 외에 "울었다"는 것, 마리아와 마르다의 등장, 마리아가 예수를 모시고 나사로의 무덤으로 인도했다는 것 등 모두가 요한복음보다 5천년 이상 오래된 이집트 이야기에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넷째, 그럼 이런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나사로의 부활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요한복음의 저자가 이런 기적 이야기를 열거한 것은 우리에게 역사를 가르쳐주기 위한 역사 교과서를 남기려 한 것이 아니다. 저자가 말해주려고 하는 본의는 일차적으로 이사야 35장에서 "그 때에 눈먼 사람의 눈이 밝아지고, 귀먹은 사람의 귀가 열릴 것이다. 그 때에 다리를 절던 사람이 사슴처럼 뛰고, 말을 못하던 혀가 노래를 부를 것이다."고 한 것처럼 하느님의 나라가 임할 때 이루어지리라고 한 예언이 예수님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 따라서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한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것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받아야 할 교훈은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할 때 우리의 껍데기 나는 죽고 우리 속에 있는 참된 자아, 참 '나'가 새사람으로 부활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일깨워 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꼬리말: 요한복음의 기적은 사실 우리말 성경에 "표적"이라 되어 있다. 영어로는 'signs'이다. 방향을 표시하기 위한 손가락 그림 ☞처럼 싸인은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는 바가 중요하다. 흔히 쓰는 말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손가락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달을 보는 것이다. 요한복음의 표적들은 모두 이전 상태에서 새로운 상태로 이전하는 변화transformation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지 역사적이나 생물학적 정보information 전해주려는 것이 아니었다.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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