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뉴스 뒤끝] 리더십 부재 트럼프, 링컨에게 배우라
전례 없는 위기 닥친 미국, 트럼프 리더십으론 탈출 어렵다

입력 Jun 01, 2020 04:41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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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CNN)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압적 체포과정에서 사망하자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일고 있다. CNN은 "화염과 분노가 미 전역에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서 벌어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압적 체포과정에서 숨진 뒤, 항의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CNN은 "화염과 분노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시위 상황을 전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 놀랍다. 시위가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가 플로이드 추모를 먹칠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거리로 나온 시위대를 폭도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트럼프는 "주 정부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연방군대를 투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판 5.18광주의 비극이 벌어질 기세다.

이쯤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미국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1일(현지시간) 기준 확진자는 5백 10만을 넘었고 10만 4천 명이 숨졌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재개를 밀어 불였다. 경제 재개에 반대하는 주에 대해선 지지자를 결집해 재개를 압박했다. 대외적으론 책임론을 거론하며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의 리더십에 금기가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초라는 판단이다. 올해 1월 미국은 이라크 공항에서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카젬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다. 문제는 방식이었다. 미국은 무인항공기(드론)를 이용해 흡사 게임 하듯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을 벌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드론 암살을 지시한 이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미국의 시선에서 솔레이마니는 제거 대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형 하듯 벌인 공개적인 작전은 중동정세를 위기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실제 솔레이마니 암살 직후 미국과 이란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감이 높았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협정'을 체결하며 개선되는 듯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사상 최악의 합의'라며 핵협정에서 탈퇴했고, 양국 관계는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다 솔레이마니 암살로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이다.

그러다 코로나19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처음에 트럼프는 스스로를 전시 지도자로 칭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 시절 글로벌 에이즈 조정관을 지낸 데보라 벅스 박사를 백악관 코로나19 테스크포스 조정관에 임명하며 초당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트럼프는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앤소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데보라 벅스 조정관 등 참모들의 조언마저 배제하는 양상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와중에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 불거졌다. 앞서 적었듯 트럼프는 사태를 수습하기보다 성난 군중에 기름을 붓는 언사로 일관하고 있다. 급기야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케이샤 랜스 보텀 시장이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라며 "사람은 그저 조용히 있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가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릴 지경이다.

트럼프의 리더십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볼 수는 없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감이 고조되던 1월, 북한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위의 조치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암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을 깰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키웠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달리 북한에는 유화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지만, 만약 강경한 입장이었다면 한반도 상황은 영향이 불가피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것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6월 미국에서 개최하려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9월 이후로 연기하고, 한국·호주·인도·러시아 등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를 G7에 초청하겠다는 제안은 반갑다. 하지만 한국 등 4개국을 G7에 초청한 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우리로선 부담스러운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링컨의 유산,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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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링컨 기념관

제16대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다. 특히 그의 소속당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스스로를 링컨의 후예라 자부한다.

링컨은 특히 간단명료한 단어로 청중을 매료시킬 줄 아는 연설가였다. 그의 집권시기는 미국이 노예제도를 두고 남부와 북부가 첨예한 갈등을 벌이던 시기와 맞물린다. 남부와 북부의 갈등은 결국 전쟁으로 비화됐고, 링컨은 전쟁지도자로서 남부를 제압하고 연방을 지켜냈다.

링컨은 노예제도에 반대했지다. 하지만 노예제도 폐지가 주 관심사는 아니었다. 노예제도가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건 순전히 남·북의 정치적인 이해득실 때문이었다. 흑인 노예는 참정권이 원천적으로 배제됐다. 단 노예에겐 1인당 2/3에 상당하는 참정권이 배정됐는데, 참정권은 궁극적으로 노예 소유주에 속했다. 즉, 50명의 노예소유주는 30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산업이 활발했던 북부는 궁극적으로 노예가 필요하지 않았고, 1인 1표의 보통선거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북부는 노예 소유주들이 흑인 노예의 참정권을 행사하는 걸 굉장히 부도덕하게 봤다. 더구나 남부 노예의 참상은 악명 높았기에 남부를 바라보는 북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해리엇 비처 스토우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북부가 남부를 바라보는 시선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토 확장은 남부와 북부의 갈등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었다. 새로이 편입되는 주가 노예주냐, 자유주냐에 따라 정치적 무게중심이 옮겨질 것임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남부와 북부의 정치적 갈등은 전쟁으로 비화됐다. 남북 전쟁을 ‘시민전쟁(Civil War)'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링컨은 갈등의 와중에 신생 미 연방을 지켜내려 했다. 링컨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부에도 남부에도 나중은 어떻게 되든 연방을 탈퇴하려고 기회를 엿보는 사람, 또한 그러기 위한 구실이면 무엇이든 환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습니다. (중략) 불만을 품고 있는 동포 여러분 ! 내란 발발의 열쇠는 내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손에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을 공격할 생각이 없습니다."

링컨의 노력에도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 전쟁은 북부의 승리로 끝났고, 이후 북부가 미국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링컨은 연방의 재건에 온 역량을 집중했다. 특히 링컨은 연방유지를 위해 관대한 평화조건을 내걸었다. 즉, 연방존속과 노예제도 폐지가 포함된 조건에 남부가 동의만 하면 언제든 평화조약에 서명하고자 했다. 물론 남부는 전쟁의 와중과 그 이후 패배에 따른 지독한 피해의식에 시달렸지만 말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링컨이 아니었다면 신생 미 연방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몰랐다. 미국인들이 링컨을 존경하는 이유도 오늘날의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을 있게 한 대통령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공화당 출신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화합'의 정신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링컨은 훌륭한 롤모델이다.

밖에서 보기에도 미국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 수준의 리더십으로 위기탈출은 어렵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나머지 세계가 감당해야 한다. 부디 트럼프 대통령이 링컨의 교훈을 오늘에 되살려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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