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믿음이 우리를 살려주는가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asan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사진은 50일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침수된 아산시 21번 국도

여러해 전 서울의 대형교회 목사님 중 한 분이 한국에 게릴라 호우로 수해가 극심할 때 교회가 있는 동네는 비가 덜 오고, 절간이나 무당집이 있는 마을에는 호우가 극심하여 수해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번 홍수에 대해서도 같은 설교를 했는지 모르겠다. 신에 대한 믿음이 천재지변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대단한 믿음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에서도 이런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으면 바이러스도 문제없다고 믿고 예배를 강행한 교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교회에서 지금도 확증자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신에 대한 믿음이 아무리 강해도 신이 직접 바이러스를 물리쳐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 여러해 전에 들은 농담이다.

어느 마을에 홍수가 들었다. 어느 믿음 좋은 사람의 집에도 물이 들었다. 아래층이 물에 잠기자 조그만 배가 와서 타라고 했다. 집 주인은 하나님이 자기 같은 믿음 좋은 사람은 구해주시리라 굳게 믿고 배를 돌려보냈다. 물이 윗 층까지 차오르자 다시 구호정이 와서 타라고 했다. 이 사람은 다시 하나님이 구해주실 것이니 문제없다고 배를 돌려보냈다.

물이 불어 이제 지붕에 올라갔는데 다시 배가 와서 타라고 했다. 하나님이 어떻게 해서든 자기를 구해주리라 믿고 다시 배를 돌려보냈다. 결국 물이 지붕 위로까지 덮치게 되어 그 사람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천당에 가서 하나님께 따졌다. 나같이 믿음 좋은 사람을 구해주시지 않으면 어떻게 하시냐고.

하나님 왈: 내가 너한테 세 번이나 배를 보냈는데 네가 다 거절하니 어쩌겠나.

코로나19든 홍수든 신은 믿음이 좋다고 기적적인 방법으로 도와주지 않는다. 의료진이나 구호원들의 손길이 바로 신이 보낸 도움의 손길이라 믿고 그들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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