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코로나19 팬데믹, 전통적 실재관의 근본적 반성 촉구

초월적 유신론도 자연주의적 범신론도 아닌 범재신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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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생태계 위기라는 말로 압축되는 인류문명사적 도전과 위기의 징후인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질병은 인간중심적으로 기획된 그리스도교의 전통적 실재관과 신관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근대 과학혁명 이후 자연과의 관계에서 유아독존으로 설정된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로서 그 지위를 내내 누려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초미세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파괴되는 오늘의 인간 생명 현실은 주제 파악이 덜 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함을 확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최근 「신학과교회」 최신호에 투고한 '생태계 위기와 신학적 패러다임 전환'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전통적인 실재관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유기체적·과정적 실재관을 검토하는 한편 그것에 걸맞는 하나님 이해를 성경에 근거한 현대 신학사조의 조명을 받아서 고찰했다.

김 교수는 전통적 실재관이 '창조주 하나님'과 '인간'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피조물'과 '창조주 하나님'과의 구체적인 관련 형태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신학적으로 기울여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에 의하면 성경에는 피조물과의 관계에서 창조주 하나님의 초월성과 과정성 그리고 내재성이 강조되고 있다.(엡4:5-6)

김 교수는 인간의 유한성 탓에 인간은 하나님의 세 가지 존재양식을 통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했고 따라서 어느 한 가지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 결과 초자연주의적 유신론(초월적 유신론, transendental theism), 자연주의적 범신론(naturalistic pantheism)의 면모를 띠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전자는 '만유 위에 계신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초월성을, 후자는 '만유 안에 계신 하나님'이라는 내재성에 집중한 것이다.

인간 종교사에서 초월적 유신론이 오늘날까지 여전히 강렬하게 종교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그것의 강점은 하나님의 초월성을 강조하되 인간적 유한성과 구별해 공간적 거리둠을 사용해 창조주와 피조물의 '질적 차이'를 강조하고 인간존재가 인격적 존재이므로 궁극적 실재이신 하나님을 인격적 유비로서 담대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신앙인들의 심성에 친근감을 주고 지성적으로 이해되는 대중성을 지니게 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러한 초월적 유신론이 앞으로도 기독교인에게 강렬한 영향을 끼치는 주류적 신관으로 작용할 것을 전망하면서도 현대인들에게 몇 가지 난점을 던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초월적 유신론이 첫째, 마치 이층집 구조와 같은 자연과 초자연이라는 이원론적 우주론 혹은 형이상학을 전제하고 있는 초월적 유신론이 현대 우주 천문학이 발견한 결과들에 의해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 둘째 창조주와 피조물의 '질적차이' 강조를 위해 영원성, 무궁성, 기적적 초능력 등을 채택하지만 이것이 실제로는 시간성, 제약된 공간성, 인과율 등 인간의 유한개념을 확대연장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무신론자들의 '인간투영설' 비판에 직면한다는 점, 셋째, 초자연계와 자연계가 접촉하는 계기가 '우발적 간섭'으로서 보이는 하나님의 초자연적 개입을 전제하기 때문에 신정론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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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평생 안경알을 닦으면서 경건하게 살았던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1632-1677)

하나님의 내재성을 강조한 자연주의적 범신론에 대해서는 "자연 안에서 하나님의 영광과 하나님의 임재를 보고 느끼는 기독교의 경건 운동은 반드시 그것이 범신론은 아닐지라도 신비주의 운동 속에서 면면히 내려왔다"며 "성 프란시스, 마이스터 에카르트, 야곱 뵈메, 슐라이에르마허 등에서 그러한 면을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서양철학사에서 범신론에 관한 가장 논리적 진술은 "평생 안경알을 닦으면서 경건하게 살았던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에게서 표현되었다"며 "스피노자의 신비적 범신론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실체론, 양태론, 동일성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스피노자에 의하면 종교인들이 하나님이라 부르는 '하나의 영원한 실체'만이 참으로 존재하는데 그 실체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며 '그 자신이 원인'(casua sui)이며 그 실체가 존재하기 위해서 다른 원인이나 개념이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하위개념에 의해서 설명되거나 완전히 파악되지도 않는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이어 김 교수는 "참된 실체로서 신과 신의 속성이 나타난 현상적 양태로서 자연은 본질적으로 동일성 원리가 작용한다"며 "자연은 신의 몸이요, 나타내는 양태이고 활동하는 결과적 결실이다. 하나님은 만유 '안에' 존재하며 만유의 존재론적 근거이며 능력이다. 이것이 범신론의 핵심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그러나 스피노자의 범신론을 흔한 애니미즘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스피노자가 범신론을 말할 때 산, 강, 바다, 생명체 등 자연 그 자체를 신이라고 생각하는 원시적 사상이 아니다"라며 "신은 '객관적 자연물들의 창조적 지반이자 능력'이라는 의미이다"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범신론적 신관은 개신교 신학 전통과 교회에서는 경계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이단시 되어왔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그 이유가, 창조주 하나님의 초월성과 창조주와 피조물의 질적차이를 허물어 버리는 이교적 종교사상으로 의심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러한 경계심은 옳다"면서도 "경계심이 지나쳐서 '만유 안에 계신 하나님'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주 혹은 자연이라는 실재가 신앙과 신학의 영역에서 경원시되고 추방되어 자연과학의 일거리로 팽개쳐진 후에 기독교 신학은 '역사, 구원사, 타계주의 신앙'에 치중하면서 커다른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현대신학자들이 통찰을 빌어 코로나19 이후 신학적 패러다임 전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몰트만의 아래와 같은 통찰도 인용했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연에 대칭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신이 자연의 한 사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연은 언제나 새로운 삶의 형식들과 삶의 형태들을 생성시키며 최종적으로 인간을 생성케 하는 위대한 주체이다. 따라서 인간은 객체이다. 다시 말하여 그는(인간은) 생산적인 자연의 한 산물이다."(몰트만의 『창조 안에 계신 하나님』 중에서)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학적 패러다임 전환 요구에 부응한 작은 시도로서 범재신론(panentheism)의 재등장을 알렸다. 김 교수에 의하면 범재신론의 대두는 새로운 20세기 이후 '과학과 종교'의 대화 만남, 생태계의 위기,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의 경험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대유행 질병 현상과 맞물려 있다.

범재신론의 주요 특징은 "자기 혼자 스스로 자기 완결적이고 불변한 것이라는 실체를 부정한다는 것" "실체 개념을 부정하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원자 환원주의적 기계론을 부정하고 유기체적 실재관을 주장한다는 것" "관념적 이성 못지않게 경험적 체험과 정서적 느낌을 중시한다는 것" "전통적인 두 가지 개념, 곧 '작용인'(efficient cause)과 '목적인'(final cause)을 동시에 살려내고 있다는 것" 등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근대적 세계관은 우주를 기계론적으로 해석했고 생명세계를 적자생존태의 살벌한 전잰터로만 해석했고 인간을 자연과 동떨어진 독불장군으로 해석했다"며 "그러나 창조세계가 유기체적 관계의 그물망을 이루고 인간도 그중 하나라는 것이 (코로나19 이후)분명해졌다. '만물동체'라는 큰 생각을 갖고 돌범과 겸비의 영성, 청지기의식, 단순성을 회복하고 물질적 풍요 위주의 바알 신앙을 극복하는 것이 새 시대 '뉴오멀'(new normal)의 필수적 가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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