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기고] 미얀마 총든 군경 앞의 노 수녀 누 따우엥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입력 Mar 04, 2021 10:04 AM KST
seokwangsun
(Photo : ⓒ베리타스 DB)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미얀마의 총든 군경 앞에 홀로 선 노수녀의 두 장의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슬이 퍼렇게 POLICE 방패를 높이 들고 서 있는 대열을 가다듬고 어느 순간에라도 총을 겨누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미얀마 민중을 향해 총질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쿠데타 군인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수녀의 뒷모습이었다.

그 사진에 대한 기사는 미얀마의 민중들이 지난 2월 초부터 아웅산 수치여사를 총선 비리를 내걸고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대항하여 연일 목숨을 내 걸고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총파업을 선언하고 거리에 나서고 있고 쿠데타 군부와 경찰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부르짖는 민중을 향하여 무차별 총질을 하고 있는 가운데, 누 따우엥이라는 이름의 나이 많은 수녀가 군경들의 총칼 앞에 서서 "총을 쏘지 말라. 나는 교회와 국민,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고 눈물로 외치고 있었다. 총칼 앞의 군중은 이 늙은이 수녀가 손짓하며 외치는 동안, 서슬이 퍼런 데모 진압 군인들을 피해 안전하게 물러섰다는 것이다.

두 번 째 사진은 이 노 수녀가 총을 든 군인들 앞에 돌아 서서, 군중을 향해 두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수녀 복을 입고 외롭게, 그러나 당당하게 서 있는 수녀님은 환갑이 넘어 보이는 얼굴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얼굴, 눈물로 얼룩진 붉게 상기된 얼굴에서 성모 마리아의 얼굴을 떠 올렸다. 젊은 아들 예수가 가시 면류관을 쓰고 십자가에 매달려 온 몸에 피를 흘리면서 "아버지,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고 외치고 있는 그 골고다 형장에 어머니 마리아는 가슴을 치며 눈물을 쏟으며 통곡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두 장의 사진속의 미얀마 노 수녀---무시무시한 군인들과 경찰들이 총을 겨누고 있는 대열 앞에 서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민중들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의 두 팔을 들고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민중의 어머니의 모습에서, 우리 옛날, 유신 군부 독재의 횡포에 맞서 싸운 한국의 젊은 대학생들 앞에 홀로 서서 최루탄을 겨누고 서 있는 대한민국의 포악한 군인들을 막고 있는 "망또 입은 여자대학 총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의 어떤 다른 남자 총장들도 감히 하지 못한, 아니 하지 않았던 일을, 70을 바라보는 여자총장이 거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서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대한민국의 대학이 살아났고, 진리와 자유와 정의와 사랑을, 진.선.미의 이름으로 되찾을 수 있었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요한복음의 말씀이다 (요한 1:5). 광화문 광장이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캄캄한 암흑의 구덩이로 빠져들어 갈 때, 촛불 하나가 정의와 사랑의 이름으로 켜지고 또 켜지면서 광장을 환하게 밝혀 나가면서, 온 나라를 일깨우고, 불의와 부정과 비리와 비정의 어두운 세력을 물리친 역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이제 우리 자유 대한민국의 민초들이 떨면서 들어 올린 촛불이 남쪽 나라, 미얀마에도 불타고 있는 것을 본다. 누 따우엥 수녀의 사랑의 손길 위에 우리의 촛불이 불타오를 것이다. 그리고 미얀마의 민중이 승리할 것이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이 진리가 우리 모두를 자유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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