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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계승인가? 가문자랑의 답습인가?"
김경재 명예교수, 만우 송창근 신학 조명 강연 연사로 나서

입력 Oct 06, 2022 02:46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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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김진한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가 강연하고 있는 모습.

"창조적 계승인가? 가문자랑의 답습인가?"

6일 오후 1시 한신대 신대원 장공관에서 '한신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진행되는 한신 목요강좌에서 '만우의 신학과 신앙의 본질: 생명적이어라!'는 제목의 강연자로 나선 김경재 한신대 교수가 강연 서두에서 던진 발언이다.

김 교수는 "고귀한 전통은 오늘의 자산이요 내일의 밑거름이다. 그러나 위대한 조상을 가진 집안의 후손들은 '위대한 유산의 권위와 힘'에 압도당해 창의력과 새로운 진리 모험의 도전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며 이번 함태영, 송창근, 김재준, 강원용, 문익환, 안병무 등의 삶과 신학의 조명이 "가문자랑의 퇴행적 행사가 아니라 창조적 계승 작업의 일환이 되기를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학문적 유산에 안주해 학문적 모험 정신이 퇴행될 것을 우려한 김 교수의 발언은 참석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김 교수는 이어 만우 송창근 목사의 가정과 성장배경, 학문수련과 활동 등을 짚어보는 한편 만우의 인간적 품성, 한신대 역사의 기초 놓기 그리고 기장교단의 기본정신 정립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만우 송창근 목사는 한신대와 기장의 기초를 놓은 인물이었다.

만우는 평양신학교가 문을 닫은지 2년이 지난 후 "조선교회를 조선인의 손으로!"라는 주체적 신념으로서 큰 뜻을 품은 김대현 장로의 정재(淨財) 헌금을 계기로 해 조선신학교 설립기성회를 조직하고(1939) 지금의 한국신학대학의 정신인 조선신학교 설립의 기초를 놓았다.

김 교수는 "일경의 요주의 인물로 항상 감시를 받은 만우는 용정중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장공을 실무 추진자로서 불러 이끌어냈다"며 "해방직후 일본인들의 천리교 재단을 불하받아 동자동교사를 확보한 주역도 만우였다"며 "조선신학교 학장에 추대받아 취임한 짧은 기간이지만 미군정하의 문교부에 교섭해 한신을 한국 최초 정규대학으로 승격시켰고 거제도 진정률 장로의 부동산 45만평을 희사받아 한신을 재단법인체로 튼튼한 기초 위에 놓았다"고 평가했다.

또 "김정준, 박봉랑, 정대위, 이장식 등 한신 초기 교수들을 제자로 키워 봉직하게 했고 강원룡, 조향록, 강원하, 신양섭 등 큰 목회자의 스승이었다. 예장과 기장이 분열되기(1953) 이전이었지만 진보적 한신교육정신의 기초를 놓은 분이다. 그가 한국전쟁기간(1950) 중 납북되어 순교했던 때 신앙적 영웅 만우의 나이는 53세였다"고 덧붙였다.

만우의 신앙과 신학의 특징 5가지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첫째로 "만우는 "직관, 직감, 감격성"을 강조한 열정적 생명신학의 크리스천이었다"고 했다. 그는 "만우는 신앙생활에서 지성, 감성, 덕성을 동시에 강조하지만 그 중에서도 감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분이다. 그의 남긴 글 중에는 살아 약동하는 신앙을 교조화, 신학 체계화, 정통교리와 동일시하는 것, 식어버린 쇠덩어리와 굳어진 소똥 같은 죽은 지식신앙 행태를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둘째로 만우의 경건한 교회론을 꼽았다. 김 교수는 "만우에 의하면 교회는 '하늘에 속한 공동체'요 예배는 '믿는 사람의 궁극적인 목적이요, 교회의 최고 선이다"라고 한다. 그러면 참된 예배 특징은 무엇인가? 만우의 교회예배론을 들으면 루돌프 오토의 명저 『성스러운 것의 의미』에서 강조하는 두 가지 역설적 특징 '경외감과 황홀감'을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셋째로 기독교 복음과 세속문화의 야합을 극히 경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말, 곧 복음과 세속명령에 이중의 지배를 허용할 때에 그 결과로서 우리에게 나타나는 두려운 사실은 교회 안에서 교회의 머리 되시는 그리스도의 퇴위와 세간적 권리를 영원히 승낙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만일 우리가 '이중의 협동'을 용인할 때에는 교회는 복음을 반역하고 그리스도를 교회에서 퇴위시키는 것입니다."(만우전집, 제1권, 109쪽)

김 교수는 "기장은 세속문화, 역사현실, 정치경제현실 속에 예수 그리스도 복음을 밀가루 반죽 속의 효모로 생각하고 그것들 속에 스며들어 '역사현실'을 소재로 삼고 소위 '역사참여적 변혁설'을 주장했다. 만우는 그 과정 속에서 교회와 복음이 순수성, 순결성, 자기정체성을 잃고 오히려 세상에 먹히우고 변질될 것을 심각하게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지구촌 교회와 한국 기독교가 특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속에서 '자본주의와 국가주의'와 야합함으로써 그 순수성과 본질을 상실하고 있음은 부정하지 못할 일이다"라며 "한국에서 사랑제일교회 태극기부대의 행태와 명성교회의 성직자 세습문제가 그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넷째로 만우 삶을 지배한 성 프랜시스의 청빈 정신을 꼽았다. 김 교수는 "만우는 한국의 예루살렘이라 칭하던 평양의 산정현교회에서 목회할 때 교회건축문제로 당회원과 견해를 달리하여 담임목사를 사임하고 부산으로 내려가서 성빈학사를 세우고(1936) 잡지 『성빈』을 출판했다"며 "프랜시스 청빈의 영성은 단순히 무소유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생태학적 윤리'를 넘어서서 지구촌 전체를 안목에 넣는 '가이아적 신학, 하나님-자연-인간적 영성'(cosmotheandric spirituality) 수립에 영감을 주는 영성신학의 원광맥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만우의 "나의 신학은 잡종신학이다"라는 뜻을 새겼다. 김 교수는 "만우의 신학사상엔 역설적으로 레디칼(radical)한 급진신학 사상과 정통보수신학이 공존한다"며 "만우의 신학계보를 굳이 말한다면 바울-어거스틴-종교개혁자 루터와 칼빈-바르트를 잇는 복음적 정통신학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 특징은 하나님의 은총의 강조,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대속신앙 강조, 성령의 감동강화로 인한 인간이 거듭남과 성화 강조, 사회 윤리적 책임 강조, 성경 말씀 중심의 교회 신학 강조 등일 것이다"라며 "그러나 만우를 어떤 신학계보에 가두어 놓을 수 없는 레디칼한 측면이 있다. 1920년대 그는 이미 오늘날의 '민중신학'과 '과정신학' 같은 전위적 신학사고를 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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