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이 금경축을 맞이해 동창신부들이 가슴에 꽃을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정진석 추기경 사제수품 50주년 축하행사가 지난 사순 제 1주간 18일(금) 명동 천주교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축하미사는 서울대교구와 청주교구의 사제 300여 명과 20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정진석 추기경은 "현직에서 금경축을 맞게 해준 교황님께 감사드린다"는 말로 미사를 시작했다. 이어 "하느님께서 철부지를 불러 존엄한 사제직에 올려주셨다"며, "성직자는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구원을 위해 가족과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져야 한다. 나는 거기에 '예'하고 대답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그러나 그 동안 시늉만 하고 온 정성을 다해 따르지 못했다는 반성이 든다"며, "주님이 부족함을 채워주는 은총을 주셨다"고 고백했다. 한편 "주님께서는 짊어지기 힘든 십자가는 주지 않으신다. 십자가를 지더라도 주님이 함께 짋어지고 협조자를 보내주었다"며 "세속 근심걱정을 초월할 수 있도록 믿음을 청했으며, 혹시 교구와 한국교회에 필요한 게 있으면 하느님이 다 채워주셨다"고 말했다.
미사에 이어진 축하식에서는 서울대교구와 청주교구 교구민들이 드리는 영적 예물 증정이 있었으며,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안병철 신부의 '정진석 추기경 화보집' 증정이 있었다.
이날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축하메시지를 통해 정진석 추기경이 보여준 교도권에 대한 충성심을 치하고, 특별히 추기경 서임 이후에 사도좌를 위해 교황청 가정평의회와 사회홍보평의회, 사도좌 조직 및 재무심의추기경단과 주교대의원회의에 참여해 온 것을 치하하며 사도적 축복를 내렸다. 이어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이반 디아스 추기경은 주한 교황청 대사로 한국에 있을 때 보여준 정 추기경의 노력에 감사를 드리며, 건강을 빌었다.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자신을 "정 추기경의 얼마나 교황님께 신뢰를 가지고 순명을 하는지에 대한 목격 증인"이라고 소개하며, 축하메시지를 통해 2005년 정 추기경이 서울대교구 교구장을 사직하려는 교황청에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결정을 내릴 때까지 교구장직을계속 맡아달라"고 요청했음을 확인해 주었다. 이어 "오늘까지 이어지는 교구장 직무수행은 교황에 대한 깊은 순명 때문"이라고 전하며, "이런 완전한 순명은 우리모두에게 특히 추기경에게 속한 사제들에게 완벽한 모범이 된다. 이 자리에서 정 추기경의 교황에 대한 충실함과 교황청 직무에 대한 충실함에 감사 드린다"고 강조했다.
한국 천주교회 주교들을 대표해서 축사에 나선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의장)는 "현역 중에 사제수품 50주년을 맞이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며, 이런 큰 은총을 받은 추기경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교회 역사상 앞으로도 아마 있을 것 같지 않은 이 희귀한 축복의 자리에 함께한 여러분도 역사적 사건에 참여하신 것을 축하드린다"며, "이런 축복의 자리에 동참해서 축사를 할 수 있는 주교회의 의장도 앞으로 없을 것 같아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정진석 추기경이 청주교구와 서울대교구에서 지난 50년 동안 걸어온 여정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뇌의 과정을 땀방울을 흘리셨는지 짐작할 수 없다면서, 주교회의 관련 여러 회의에서 정진석 추기경을 자주 뵙고, 자신이 제주교구로 이동되기 전 3년 동안 정 추기경을 곁에서 모셨지만, "속되게 말하는 것이 허락한다면 한마디로 추기경님께서 지난 50년 동안 무슨 낙으로 사셨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강 주교는 "사제들도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데, 음악을 좋아해 악기를 다루거나, 여행을 좋아하거나, 운동을 좋아해 연락해도 만날 수 없는 사제들이 많다. 나도 등산을 좋아해 몸을 혹사한다 싶을 정도로 땀을 흘려야 다시 일할 의욕이 생긴다. 그런데 추기경의 유일한 취미는 '방콕'이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정 추기경은 방문객을 접견하시거나 이 때문에 외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방을 굳게 지키고 계신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들과 산에 신록이 돋아나 보통사람들은 마음이 설레고 꽃구경이라도 가려고 들썩거리지만, 추기경은 결코 가볍게 몸을 일으키는 법이 없다. 연휴에 되어도 줄기차게 당신 방에 계신다. 거기에서 혼자 티비 드라마나 비디오를 보는 것도 아니고, 정말 무슨 낙으로 사는 지 모르겠다. 아무도 흉내내기 힘든 특별한 탈란트를 받은 것 같다.
옛날에 김수환 추기경은 밤에 불면증이 있어서 늦게 자서 일찍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 했는데, 정 추기경은 초저녁에 잠자리에 드시고 새벽 3시경에 벌써 일어나... 아침미사를 드리기까지 세 시간 이상이 남았다. 여쭈어 보니, 그 시간은 온 세상이 다 잠들어 정신집중이 잘 된다며, 그 때에 글을 쓰신다고 한다. 알아봤더니 2010년까지 추기경이 직접 저술하신 책이 36권, 번역하신 책이 13권, 총 49권이라고 한다. 그러면 금년에는 50권째 책이 나올 것이다. 일년에 한권 씩 책을 쓰셨는데, 이런 일도 한국교회에 앞으로 안 나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우일 주교는 "그걸 생각하니 저 자신은 하느님이 주신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고 허송세월하고 살았구나 회한도 든다. 하느님이 주신 시간을 정말 최선을 다해서 활용하고 교회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살아오신 정 추기경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고 축사를 마쳤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를 보내와 "정진석 추기경은 우리사회에 갈등과 분열이 있을 때마다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선포하며 희망을 주셨다"고 전했으며,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의 최홍준 회장은 정 추기경을 "언제나 기도의 모범으로 다가오신 착한 목자"라며, 앞으로도 추기경의 가르침을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정진석 추기경의 동창 대표로 축사에 나선 최창무 대주교(전 광주대교구장)는 "서품연도가 아니라 55학번 중심으로 동창회 결성했는데, 54명이 신학교에 입학해 서제수품 50주년이 되는 지금은 20여 명과 생존하고 이 자리에는 17명만 참석했다며, "슬픔과 감사가 교차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미 죽은 동창신부들의 명복을 빌며, "앞으로 9년 있으면 주교축성 50년이 되고, 그 다음해는 사제수품 회갑이 된다며 "필요한 은혜와 축복"을 빌었다.
정진석 추기경은 금경축을 마치면서 답사에 나서 "모든 동창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신학교에 늦게 들어가 생활이 쉽지 않았는데 드센 동창들 덕분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2011년 3월 19일자 한상봉 기자 isu@nahnews.net
(기사제휴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