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초동교회] 변화산 아래

2011년 3월 6일 설교자 강석찬 목사

성경본문
 
마가복음 9:17-29/로마서 10:9
 
설교문
 
오래된 광고에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없습니다.”가 있었습니다. 다른 회사의 유사한 상품과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사상품의 우위성을 광고한 것입니다. 복음서나 사도들의 서신에도 광고와 같은 성격이 있습니다. 유대교 율법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었던 시대에 교회는 유대교와 어떻게 다른지를 세상에 알리려 했습니다. 차별화 작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리스도이라는 것과, 복음에 따른다는 것은 율법적 삶과 다름을 의도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때로는 이런 목적을 감추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해석할 때 의도나 목적을 헤아려 봄으로 바른 뜻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현절 마지막 주일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수요일(Ash Wednesday)이 이번 주간에 있는데,  변화산 사건으로 설교하는 교회력 전통에 따릅니다.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신 것은 메시아로서의 사역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비밀에 부치려 했습니다. 학자들은 이것을 “메시아 비밀론”이라 말합니다. 변화산 변모 사건 직전, 길 위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질문했고,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오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합니다. 이때부터 예수께서는 드러내놓고 자신이 누구인지, 왜 죽어야 하는지를 말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변화산 변모사건입니다. 엘리야와 모세는 예언과 율법의 상징으로, 예수께서 율법과 예언자로서 “영광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루살렘에서 별세 하실 것”(눅 9:31)을 대화했습니다. 이 장면이 황홀하여 “여기가 좋사오니 여기 있게 하소서.” 제자들이 말함으로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신앙의 지향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에는 귀신들린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저 낮은 곳을 향하여”라는 신앙의 새로운 지향점을 이끌어 냈습니다.

“저 낮은 곳을 향한” 예수께서 귀신들린 아이를 고치신 사건을 통해 교회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합니다. 산 아래에 “예수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남은 제자들, 서기관, 귀신들린 아이와 아버지입니다. 교회란 예수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렇다면 산 아래 사람들의 모임은 교회일까요? 중요한 물음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였다고 모두가 교회가 아닙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모였어도 “예수님이 없으면” 교회가 아닙니다. 예수가 없으므로 귀신이 내쫓기는 능력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복음서 기자는 무섭고 무서운 선언을 합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모였어도, 예수가 없으면 교회가 아니다.”

변화산을 내려오신 예수께서, “예수의 이름으로 모인” 그곳에 오셨습니다. 말 못하게 하고 듣지 못하게 한 귀신은 아이에게서 쫓겨났습니다. 예수께서 “사람들 모임”에 계시자, 교회가 되었습니다. 능력도 나타났습니다. 여기에서 복음서 기자가 말 못하고 듣지 못하게 하는 귀신을 등장시킨 것은 무엇을 말하려 한 것일까요? 귀신이 가로 막으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도 바울의 말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롬 10:9)입니다. 귀신이 막은 입은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외치려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진리, 생명, 살림이심을 말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사람의 가슴 속에 두신 사랑을 토해내지 못하도록 그 목에 악으로 가로막은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목구멍에 막혀있는 악을 제거한 것입니다. 말문이 열린 아이는 예수의 사랑을 소리쳤습니다. 말은 그 마음에 품은 것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귀신이 막고 있던 말문이 열리자, 아이는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과 예수께서 사랑이심을 소리쳤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변화산 아래로 오심으로 예수의 이름으로 모였던 그곳이 비로소 교회가 되었습니다. 치유와 회복의 은혜가 넘쳤고, 말문이 열려 예수 사랑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의 우리 교회를 변화산 아래로 걸음을 옮기시고 말 못하던 아이를 말하게 하신 예수님의 빛으로 비추어 보아야 합니다. 우리 교회도 주님이 계시는 교회 되게 해야 합니다. 십자가 아래 모였어도 사람만 있으면, 교회로서 불완전합니다. 예수께서 계셔야 합니다. 예수가 계신다는 것은 예수의 사랑의 말이 우리들의 마음과 입에서 흘러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귀신은 교묘하게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말을 막아 혼란과 분열을 획책합니다. 성령을 훼방하며 하나 되게 하심을 방해합니다.

우리는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믿습니다. 예수께서 우리 안에 계시게 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입의 말이 살림과 생명의 말, 치유와 회복의 말이 될 때 교회의 능력이 나타납니다. 우리는 변화산 아래로 내려가신 예수님의 걸음을 새기면서 주님의 교회를 바르게 세워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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