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고백교회 이강실 목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상렬 목사의 항소심 모두 진술서를 자신이 소속된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 진술서에서 한 목사는 흥미롭게도 자신의 검지 한 마디가 없게 된 이유를 소상히 밝혀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주변의 사람들이 물어올 때 단지 웃기만 하거나, 때가 되면 알게 되리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답변을 미뤄왔던 것을 공개한 셈이다.
한 목사는 "1974년 12월 29일은 제가 은명기 목사님을 통해 세례 받는 날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저는 날마다 목욕재계하고 전주 남문교회 성전에서 밤마다 철야기도를 드렸다"며 "세례란 이전 사람은 죽고 새 사람으로 탄생하는 거룩한 예식이다. 지나온 과거를 회심하고 정리하며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하였던 것이다. 드디어 12월 29일 바로 그날 새벽 저는 손가락을 잘랐다"고 밝혔다.
검지를 자른 보다 구체적 이유도 제시했다. 첫째, 오직 주님 뜻대로만 살리라는 신앙고백의 표현이었다고 했다. 그는 "검지는 무엇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며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언급한 뒤 "이젠 내 맘대로가 아니라 주님의 지시에 따라 살리라 다짐하면서 마치 할례처럼 이것을 신체에 각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둘째로 평화의 왕인 주님을 따라 인류의 평화와 민족 통일의 삶을 살리라는 결단의 한 표현이었다고 했다. 셋째로는 가정적인 이유도 있다고 했다.
그는 "그 무렵 45세 나이로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심으로 7남매의 장남인 저로서는 아버님이 운영하시던 가게를 인수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입대하여 집을 오랫동안 떠나있을 형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후 저는 1년 6개월여 동안 집에서 출퇴근하며 방위로 근무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마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한상렬 목사는 위의 모두 진술을 한 지난 15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남북통일의 신념과 의지 등을 직접 재판부에 설명하며 선처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