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이웃의 얼굴 떠나 하나님의 얼굴 찾는다는 것은 착각”

한국기독자교수協 이정배 회장, 연신원 채플서 밝혀

▲감신대 이정배 교수(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회장)
감신대 이정배 교수(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회장)가 오늘날 한국교회를 지배하는 이기적 영성을 두고  "자신의 삶을 향유하려고만 하지 가난한 이웃의 얼굴 속에 계시는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하려 하지 않는다"고 성토해 주목을 모으고 있다.

31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연세대 신학대학원 신학과 채플에 초청된 이 교수는 ‘이웃의 얼굴, 어려운 자유‘란 제목의 설교에서 자기 중심적으로 흐르는, 그야 말로 자신의 인생을 향유하려고만 하는 한국교회 목회자들 그리고 그런 길을 무의식적으로 따르고 있는 신학생들을 향해 영성의 재발견을 요청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영성이란 자신이 기독교에 몸담고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종교적 이상이 무엇이고 그것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이며 또 그렇게 살다가 벽을 만날 때 그 난관을 극복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는 영성을 점검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인 ‘고독 체험’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영성을 말하는 사람이라면 나라는 주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는 없다. 다 군중심리만 있고, 홀로 고독한 시간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 고독한 시간이 사라져 버린 자리에 자기 비움이 아닌, 자기 채움의 욕망만 불타 오르게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살면서 내가 주인이 되는, 그래서 내가 중심이 되는 세계를 구성하려 살려고 기를 쓴다"며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어떻게 하든지 내 밖에 있는 것을 자신의 영역으로 가두어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아가려 하는 것을 철학적으로 ‘향유’한다고 말한다"며 "여러분들 역시 목회라는 차원에서 길이 다를 뿐 여전히 향유하는 존재들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 안에 존재의 유지를 위해 먹고 마시는 ‘ 향유하는 영성’ 밖에 없는걸까? 이 교수는 인간이 지닌 또 다른 영성, 즉 자신을 초월하고자 하는 형이상학적 영성도 있음을 알렸다.

그는 "자신의 존재의 유지를 위해 먹고 마시는 그런 세계를 떠나 내가 어떤 것으로 규정할 수 없는, 신비라고 밖에 말할 수없는 그 무한자에게로 가고자 하는 욕망도 있다"며 "나라는 주체 밖으로 초월하고픈 욕망, 나의 세계를 떠나 전적인 타자로 가는 초월의 가능성이 바로 내게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 영성이고, 종교이고, 신앙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고통 받는 타자의 얼굴을 무시하고픈, 듣기도 보기도 싫은 벽으로만 느낄 것이 아니라 그 타자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자기 초월의 가능성으로 삼을 것을 권면했다. 그는 "자기를 충족시키려는 욕구 속에 사는 우리들에게 고통 받고 있는 이웃의 얼굴은 큰 벽이다"라며 "오늘 이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어있지만, 우리는 이 타자의 얼굴 속에서 어려운 자유를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신앙의 출발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껏 기독교인들이, 특히 강단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전한다는 이들이 타자의 얼굴을 그동안 어떻게 대해왔는지 소상하게 고발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지금껏 타자를 자기를 위한 수단이요 방편으로 생각해왔다"며 "목회자들도 그럴듯하게 성도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교회를 성장시키려는 수단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자기의 세계를 만들고 향유하기 위해 오로지 타자가 필요했을 뿐, 그런 타자는 자기에게 귀속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성공회대 총장을 역임한 김성수 주교의 말을 인용해 예수께서 명하신 ‘소금’이 되기 보다 ‘소금장수’가 되려는 목회자들의 행태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기 자신은 없어지고 사라지고 죽어지는 그런 신앙을 하는게 아니라 그럴싸하게 포장된 제품을 남에게 팔려고 하는 오늘의 목회적, 교회적 세태를 그 분은 아프게 자신의 제자들에게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자의 얼굴이 자신을 한없이 무력하게 만든다고 고백한 이 교수는 "나에게 어려운 자유를 선사하는 이 타자의 얼굴, 바로 이것이 하나님의 계시인 것을 오늘 성서 본문이 말하고 있다. 이 얼굴을 떠나서 우리는 어디서 하나님의 얼굴을 만나려 하는가"라고 타자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발견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이 얼굴을 떠나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며 "예수께서는 감옥에 갇혀 있고 굶주려 있고 외로움에 지쳐있는 그들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고통 받고 있는 내 곁에 초라한 존재. 바로 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끈, 그들의 얼굴 앞에 벽을 느끼고 그 어려운 자유를 이겨내는 내 삶이 바로 구원이고, 영생이고, 소망이다"라고 말하며 사순절 기간 이 어려운 자유와 씨름하는 용기를 달라고 하나님께 울부짖는 신학생들이 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설교 본문은 마태복음(10:40-42), 누가복음 (14:12-14)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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