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우상화한 성경 제자리에 두는 데서 개신교의 개혁 시작"

김경재, 이정배 교수 한국 개신교 개혁 놓고 대담

두 명의 조직신학자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교수)와 이정배 교수(감신대)가 한국 개신교에 대한 우려를 담아 나눈 대담을 최근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김경재 교수는 한국교회가 "성경을 우상화하고 있다"고 질타했고, 이정배 교수는 자본주의와 손잡은 한국교회를 걱정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김경재 교수는 개신교를 태동시킨 16세기 종교개혁이 오히려 개신교에 독이 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의 모토인 '오직 성서, '오직 믿음', '오직 은혜'가 개신교의 특징이라지만 그 독 때문에 교회가 죽어버렸다"며, "'오직 성서'로 성서주의라는 책 종교가 되었고, '오직 믿음'으로 자기 성화(聖化)와 수행과 책임에 대한 열정이 죽어버렸고, 은총 강조로 인간 가능성에 대한 일체의 노력을 터부시하고 정죄하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개신교의 개혁은 우상화한 성경을 인류를 위한 책으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 교회가 "책 속에 하나님과 메시아와 진리를 가둬놓고, 우리가 관리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배 감신대 교수 ⓒ베리타스 DB
이정배 교수는 중세 교회가 교회 건축을 위해 면죄부를 판 것은 "돈으로 영혼도 구원받게 된" 타락상이라고 비판하고, "종교개혁은 그런 가치관을 역전시켰기에 문명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오늘날처럼 자본주의에 먹힌 한국 교회가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종교개혁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경재 교수 역시 "개신교가 춥고 배고프고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보다도 중산계층에 뿌리내리고 안주해버렸다"는 고 장공 김재준의 말을 인용하며, "헌금이 기독교의 확장에만 쓰이고 구제엔 실제 3%도 쓰이지 않는다는 통계가 만인을 위한 복음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명', '개체와 전체'와 같은 유기체적 가치를 담은 키워드를 한국 교회의 미래 지표로 제시했다. 김경재 교수는 "성서 안의 두 개의 큰 수맥은 '계약 전통'과 '창조 전통'인데, 계약 전통의 전승은 가난한 자의 해방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고, 창조 전승은 자연이라는 생태계에 임재한 신을 훼손하지 말고 찬양하고 노래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오늘날 개신교가 가져야 할 것은 계약 전통 못지않게 창조 전통에 입각해서 피조물의 신음에 대한 예민한 감성과 자기 절제, 비움, 고통받는 생명에 대한 연대적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배 교수는 "종교개혁이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과 만나서 근대 과학 혁명을 일으키는 힘은 됐지만 오늘날 보면 자연의 능등성과, 인간의 가능성과 다른 종교의 가능성을 다 부인해버리는 원초적인 계기를 제공했다"며 "개체와 전체가 분리된 게 아니기에, 이웃이 아프면 나도 아픈 것이므로 거시적인 차원의 구원도 얘기하고, 더 큰 나의 구원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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