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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성경 완역 100년,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 끼쳤나

대한성서공회, 한글성경 완역 및 출간 100주년 기념 예배및 학술 심포지엄

▲4일 연동교회에서 대한성서공회가 주최하는  '한글 성경 완역 및 출간 100주년 기념예배 및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조선이 쇠하면서 일제시대에 진입하는 시기였던 1911년, 중국과 한국을 선교하던 선교사들의 열정과 한국인 신자들의 간절한 열망의 결실로 '한글성경'이 몇번의 역본을 거친끝에 발간되었다. 그리고 이 한국어 성경은 1년동안 8천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2011년은 한글성경 완역이 출간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대한성서공회가 4일 '한글 성경 완역 및 출간 100주년 기념예배'와 관련 학술 심포지엄을 4일 오후 종로 연동교회에서 열었다.
 
기념예배는 김순권 이사장의 인도, 은준관 목사(실천신대)의 설교, 상임이사의 한글 성경 번역 약사 발표, 사이먼 반스 부총무(미국성서공회)와 마이클 페로 총무(세계성서공회연합회), 마코토 와타베 총무(일본성서공회), 오동춘 이사(한글학회)의 축사, 방지일 목사(예장 통합 증경총회장)의 축도로 진행되었다.

이어 열린 학술 심포지엄은 '한글성경이 한국교회와 사회, 국어문화에 끼친 영향'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국사학), 이덕주 교수(감신대 한국교회사), 옥성득 교수(UCLA 한국기독교), 민현식 교수(서울대 국어교육), 현길언 교수(한양대 국어교육)가 각각 발제했다.

발제자들은 한글역 성경의 출간이 종교적으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중세봉건적이었던 한국의 사상을 격상시키고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한글을 지켜내는 것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성경, 자기시대와 사회에 응답하게 하다"

평민이 사용하던 한글로 성경이 번역되고 교회들이 한글배우기 운동을 일으키자 성경의 높은 진리가 대중들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만열 교수는 "대중들이 성경의 교훈과 사상을 체화하면서 영적인 자양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시대에 대한 책임을 요구받았고 자기시대와 사회에 대한 응답적인 삶을 살도록 독려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숙명적인 것으로만 여겨지던 혈통신분제도 성경의 가치관이 들어옴에 따라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현길언 교수도 성경이 일반인에게 보급되면서 조선 사람들이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가치를 만나게 되었다며 "성경을 수용한 사람들이 일제강점기 민족에 대한 자주권을 확보하고 진보적인 의식을 갖고 현실에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민현식 교수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격동기를 거치며 교회가 피난처의 역할을 함으로써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민 교수는 "한민족은 교회라는 피난처를 통해 평양대부흥운동과 같은 민족적 회개를 하고 고난 속에서도 출애굽의 광복을 기다린 결과 비록 분단국가로서나마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오늘날 산업화, 민주화의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성경, 한국어 정착에 결정적 기여하다"

발제자들은 또한 한글성경이, 당시 한글을 한자보다 저급한 언어로 생각하는 사회구조에서 한글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무엇보다도 한국어가 정착되게 하는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이만열 교수는 성경번역이 한글을 한국의 문자로 정착시키는 데에 공헌한 것은, 마틴루터의 성경번역이 독일어에 미친 영향과도 비교할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또 로스·언더우드·매킨타이어·게일 등의 선교사들이 한국어를 연구하며 관련책을 저술한 활동 등은 한글 연구의 기운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민현식 교수도 성서번역에 관여한 선교사나 관련 학자들에 의해 국어학이 수립되고 국어규범도 정립될 수 있었다면서, 성서번역이 ▷띄어쓰기 한글 전용체의 확립 ▷장절체 성서 번역을 통한 간결한 언문일치체의 확립 ▷기독교 어휘의 생활화를 통한 국어 어휘부의 확장 부분에서 공을 세웠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제의 한국어 말살정책 중에서는 한글성경이 '한국어의 방주'역할을 하면서 한글을 지켜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성경, 문학에 스며들다"

한국의 문학인들이 성경을 접하면서 문학에도 성경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발제자들은 발표했다. 육당 최남선은 어린시절부터 현대정신을 이해하려고 신약성경과 천로역정 및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기독교 서적들을 탐독했고,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한 윤동주도 신앙이 문학작품의 바탕이 되었다.

발제자들은 춘원 이광수의 초기 문학과 천강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이 당시 번역된 성경 및 기독교와 관련되어 있어 있다고 했고, 심훈의 상록수가 귀향형 소설이 아니라 자신의 소멸을 통해서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십자가 정신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동주의 시 또한 '죄인'이라는 철저한 자기인식에서부터 출발하였다고 전했다.

현길언 교수는 개화기, 일제강점기, 해방기, 한국전쟁을 지나고서도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이 급격하게 진행됨에 따라 문학이 이데올로기에 경도될 수 밖에 없었는데, 성경이 일부작가들로 하여금 인간의 존재론적 문제에 대한 탐구를 하도록 독려했다고도 보았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김동리의 「을화」가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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