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 4월 조찬기도회 및 월례발표회에서 발표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제단 앞에 나아와 림인식 목사의 축도 아래 자신을 내려놓지 못한 죄를 회개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10당 5락”. ‘10억이면 당선이요 5억이면 낙선한다’는 말의 준말로 어느 방송사가 성직매매가 관행처럼 되어버린 오늘날 한국교회의 세태를 두고 비꼬듯 던진 말이다. 이처럼 돈으로 신앙 양심을 팔면서까지 높은 자리, 명예로운(?) 자리에 앉으려 하는 교계 지도자들을 향해 질타의 메시지를 보내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8일 오전 7시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 4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에서 주제 발제자들은 자신들을 포함한 교계 지도자들의 반성과 회개를 촉구했다. 이들 모두 철저한 자기 포기만이 한국교회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교회의 갈등과 문제점’으로 강연한 이정익 목사는 주도권의 갈등, 신구간의 갈등, 경영상의 갈등, 신앙상의 갈등, 이념상의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자화상을 그리며 이 같은 갈등들이 한국교회의 지도력 상실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이 목사는 해결방안으로 '종교인들 스스로의 정화'를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종교개혁을 단행하는 심정으로 우리 기독교 지도자들부터 뼈를 깎는 자성의 몸부림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불가불 외부의 힘으로 기독교 내부가 발가벗겨지고 정화되는 수치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목사는 교계 지도자들의 자기부정 의지 발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기독교 지도자들부터 뼈를 깎는 심정으로 내려놓음의 의지를 발휘하여야 한다"며 "모든 갈등의 문제는 당사자들이 내려놓지 않음으로서 야기된 데서 기인한다. 각종 기득권과 자기 주장들을 무서운 마음으로 포기하는 의지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꼬 주장했다.
아울러 원칙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에는 가장 기초적인 상식조차도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내면의 투명화와 질서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새로남교회 오정호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두 번째 발제자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교회) 역시 종교개혁 시기를 돌아볼 때 그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오늘날 한국교회 상황을 돌아보며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과거 성직매매를 일삼았던 가톨릭을 비판하며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으나 이제 오히려 그들로부터 비판을 받게 된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예욕과 권력욕으로 가득찬 결과로 파생된 ‘성직매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오 목사는 "돈을 주고 교계의 한 자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돈을 받고 목회자의 양심을 쓰레기처럼 던져버리는 사람들은 주님과 한국교회 성도들의 신뢰를 반역하는 것은 물론, 일반 국민들로부터 입에 담을수조차 없는 '개독교'라는 비판을 받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특히 성직매매 문제의 발단이 된 한기총에 대해 해체론, 무용론 주장에 힘을 실은 오 목사는 "우리중에서 누가 자신있게 한기총이 자정능력을 회복하며 다시금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자정능력을 상실한 한기총의 현 모습을 직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더불어 한기총 (금권선거)사태의 중심에 있는 교단(예장합동)에 속한 인물로서 힘든 고백도 했다. 오 목사는 "(이 같은 사태에)더욱 가슴 아프로 쓰린 이유는 지난해부터 계속해 추문에 휩싸인 한국교회의 중심에 발표자가 속해있는 합동교단이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선봉에 서있다는 사실이다"라며 "그런데도 우리 합동교단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우리가 남이가"하는 천박한 패거리 의식과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보신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이것은 사람의 명예를 생각하다가 하나님의 영광을 저버리는 어리석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밖에 오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토록 부패한 데에 교계 원로들의 책임을 추궁하기도 했다. 그는 "한기총의 구조적 악순환에 교계 원로들의 비겁한 침묵도 일조했다. 한기총이 이렇게 추락하도록 때론 방관자적 침묵으로, 때론 알듯 말듯한 교묘한 언행으로 일관한 원로그룹들이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인가"라며 "이렇듯 교계에서 원로가 사라지는 것은 자연발생적인 사건이 아니라 윤리적인 미성숙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림인식 노량진교회 원로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마지막으로 림인식 목사(노량진교회 원로)는 목회자들이 사람보다 신학, 교리, 교파, 교회를 사랑한 데서 한국교회가 분열의 아픔을 겪게 되었다며 "이제는 깨끗이 회개하고 이제는 예수님처럼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신학, 교리, 교파, 교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림 목사는 특히 "소돔 고모라는 의인 10명이 없어 심판 받았는데 나는 아직 한국교회 10명의 의인이 있다고 믿고 싶다"며 "우리가 이제라도 의인이 되고 세속에 굴하지 아니하고 정의를 행하며 인류를 구하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아끼고 사랑하실 것"이라고도 말했다.
주제발제에 이어 손인웅 목사(덕수교회)의 응답이 있은 후 참석자들은 림인식 목사의 축도 아래 제단 앞으로 나아가 회개의 기도를 하는 순서를 가졌다.
한편, '한국교회의 갈등, 분쟁의 문제와 그 해결방안'을 주제로 4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마친 한복협은 이어 '피스메이커(화해자)의 사명과 역할'이란 주제로 내달 13일 오전 7시 남서울교회에서 5월 월례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철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남서울교회), 김성영 목사(한복협중앙위원, 백석대석좌교수), 허문영 박사(한복협 남북협력위원장, 평화한국) 등이 발제자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