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총회장 김종성) 십자가 행진이 공권력의 횡포에 의해 중도에 가로막히자 선두에 선 윤인중 목사(총회 교회와 사회위원회 서기)가 항의를 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8일 오후 3시 30분경. 명동 향린교회에서 출발해 시청 광장으로 향하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총회장 김종성, 이하 기장) 십자가 행진이 공권력의 횡포로 중도에 가로막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국기도회를 무사히 마친 뒤 서울시에 신고된 집회로 알려진 ‘4대강 되찾기 범 종단 성직자 선언 및 생명·평화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발단은 경찰이 동원한 경찰차가 이동 중인 기장측의 방송차량을 가로막은 데서 비롯됐다. 기장측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차량은 어떤 정치적 발언이나 구호가 아닌 오직 찬송가만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측은 이런 설명을 무시한채 일방적으로 방송차량을 통제했고,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기장인들은 인도에서 도로로 행진을 이어갔다.
갑작스런 사태에 경찰측은 앞서 동원한 인원들과 2차. 3차 추가로 투입시킨 인원으로 차단벽을 만들어 십자가 행진을 가로막았다. 밀고 당기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기장인들은 모두 도로 위에 자리를 만들어 앉고, "방송차량을 보내주기 전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시위를 벌였다.
▲도로 위에 앉은 기장 목회자들이 경찰의 강압적인 평화 행진 제지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진한 기자 |
경찰측은 기장인들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 한동안 요지부동하다가 십자가 행진을 진행하는 지도부와 실무자들과의 대화 끝에 상당 시간이 지난후에야 비로소 방송차량을 풀어주었다.
이에 다시 기장인들은 도로에서 인도로 올라왔고,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방송차량과 함께 나란히 행진을 계속했다. 그러나 경찰의 일방적 통제 조치로 인해 집회장소에는 예정시간 보다 30분 가량이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한편, 경찰이 애초 문제 삼던 방송차량은 십자가 행진 시작부터 끝까지 어떤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등 법에 저촉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이는 경찰측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주관적 추측을 앞세워 평화롭게 전개되고 있던 십자가 행진을 무분별하게 통제했음을 보여줬다.
십자가 행진이 가로막힌 사건과 관련, 기장측의 한 관계자는 "범종교인들의 4대강 사업 반대 집회를 훼방하기 위한 경찰의 의도적이며 강압적인 통제 조치였다"면서 "일방적으로 평화로운 행진을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십자가 행진을 지연시켰다는 설명이었다. 다시 말하면 개신교를 대표하는 기장인들의 4대강 반대 범종교인 행사 참여에 훼방을 놓으려는 경찰측의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경찰측은 신고되지 않은 거리 행진에 따른 정당한 통제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기장측이 참여하는 4대강 범 종단 모임은 신고된 집회였으나 평화 행진은 신고되지 않은 집회로 집시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