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성 칼럼] 정치적 마음과 종교적 마음

예수원교회 김성 목사

▲예수원교회 김성 목사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올렸다가 엉뚱한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습니다. 예수의 말씀을 강해한 어느 신비주의 철학자의 책을 읽다가 마음에 깊이 와 닿은 문장이 있어 소개하다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책을 읽던 중 제가 공감한 대목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독자적인 방식으로, 작든 크든, 정치개혁자들이다. 모두가 상대방을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모두가 상대방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그것이 정치적인 마음과 종교적인 마음의 차이이다. 정치적인 마음은 언제나 세상을 변화시키기를 원한다. 그는 자신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 전체가 잘못된 것이다. 만약 그가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세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고 상황 전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 종교적인 사람은 정확히 반대편 끝에서 바라본다. 그는 생각한다. “내가 잘못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세상의 잘못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그곳에 어떤 변화도 있을 수 없다”… 종교적인 사람은 자신을 변화시킨다. 그는 오직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뿐이다.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다. 그리고 그대가 변하는 순간 세계도 변하기 시작한다. … 한 사람의 붓다는 단지 보리수 아래 앉아서 전 세계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세계는 결코 붓다 이전의 시대와 다시는 같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다. 하지만 그것이 분기점이 된다. 역사는 그 날로부터 나누어진다. 역사는 두 번 다시 그 이전과 같아지지 않을 것이다…>

제가 위엣 글에 깊이 공감한 이유는 종교인 가운데도 정치적인 마음을 가지고 신앙생활 하는 사람과 종교적인 마음을 가지고 신앙생활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위엣 글 중 두어 문장을 뽑아서  페이스북에 소개할 때 제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바로 한기총 회장 길자연 목사였습니다. 돈 봉투를 뿌린 대가로 세 번씩이나 한기총회장직을 거머쥔 그는 교계안팎에서 빗발치듯이 쏟아지는 사퇴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내 그 흔한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앞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선거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미 드러난 자신의 비리에 대해서는 사과 한마디도 없이 자신이 나서 선거관리의 잘못을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정치적 마음이란 바로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정치적 마음은 자신은 가만히 놔둔 체 세상을 뜯어고쳐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세상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돈 봉투를 뿌려서라도 회장직을 거머쥐어야겠다는 잘못된 생각이 잘못된 선거풍토를 만드는 것이지 잘못된 선거제도가 잘못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적 마음은 자신을 변화시킬 생각은 늘 뒷전이고 세상의 변화를 주문합니다. 그러나 종교적 마음은 다릅니다. 세상이 잘못되어 있다면 거기엔 나의 잘못이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풍토가 잘못되었다면 거기엔 돈 봉투를 주어서라도 감투를 쓰려드는 사람의 잘못도 있고 눈먼 돈이니 먹는 게 임자라며  널름널름 받아먹은 사람들의 잘못도 있습니다. 선거풍토가 잘못되었다면 거기엔 내 잘못도 있다. 이것이 종교적 마음입니다. 자신에게도 책임을 묻습니다.

교회 안을 살펴보면 신앙생활을 정치하듯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변화를 주문합니다. 목회자가 변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교회가 변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주문의 내용이 때론 옳을 수도 있고 때론 터무니없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변화에 정작 자신은 쏙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은 변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자신에게는 변화를 주문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타인이 변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치적 마음을 가지고 신앙생활 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목사는 교회 안에서 이런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납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주장하고 주문하지만 정작 자신은 한 치도 변화하려들지 않는 사람들, 신앙생활을 정치하듯이 하는 사람들, 안된 말이지만 이들은 참된 종교인이 아닙니다. 겉은 종교인이지만 속은 정치인입니다. 참된 종교인은 자기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는 세상을 거듭나게 하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람인 네 자신이 거듭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참된 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천 년 전 빌라도총독의 관저에는 두 사람의 예수가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름이 예수였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하나님의 아들’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사람은 ‘바라바 예수’였고 또 한 사람은 ‘그리스도 예수’였습니다.(마27:17) 바라바는 ‘아바의 아들’이란 뜻입니다. ‘아바’는 아버지란 뜻입니다. 예수는 하나님을 가리켜 ‘아바’라고 부르셨습니다. 본명이 예수였던 바라바는 이스라엘 백성들에 의해 ‘하나님의 아들’로 불린 사람입니다. 그는 로마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해줄 정치적 영웅으로 추앙받은 사람입니다. 그는 혁명가였습니다. 로마가 지배하는 정치질서의 변화, 세상의 변화, 사회변화를 약속한 혁명가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유월절 특사로 바라바의 석방을 빌라도에게 요구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자기 자신부터 거듭날 것을 주문한 예수보다는 세상의 혁명적 변화부터 약속한 바라바가 이스라엘을 구원해 줄 ‘하나님의 아들’로 보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고 바라바를 석방하라고 아우성쳤습니다. 하지만 성서와 역사가 증언하는 것은 자신의 변화 없이 세상의 변화를 꿈꾸었던 바라바가 세상을 구원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 이전에 자신의 거듭남부터 구하라던 예수가 세상을 구원했다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의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다. 하지만 그것이 분기점이 된다. 역사는 그 날로부터 나누어진다. 역사는 두 번 다시 그 이전과 같아지지 않을 것이다>

부활, 그것은 거듭남입니다. 예수의 부활은 십자가 죽음을 통한 예수의 거듭남입니다. 그 부활이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정치인은 자신을 변화시키려 들지 않습니다. 정치인이 십자가를 지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십자가는 자기변화요 자기 거듭남입니다. 오직 참된 종교인만이 자신을 변화시키려 듭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네 십자가를 지라’하신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세상의 일부인 자신부터 변화시킬 때 세상은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신앙생활하십니까? 정치적 마음입니까 아니면 종교적 마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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