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2011년 부활절 앞둔 남북교회 공동기도문 확정

“부활의 능력이 갈등과 싸움의 바다 서해에 임하길”

부활절을 앞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하 조그련 등 남북교회가 공동기도문을 최종 확정했다고 NCCK가 19일 전했다.

공동기도문 작성을 담당하고 있는 NCCK 화해통일위원회(위원장 김기택 감독)는 지난 3월 공동기도문 초안을 작성해 같은 달 15일 북경에서 조그련 대표를 만나 기도문 초안을 전달했다. 이에 조그련에서는 4월 8일 조그련 오경우 서기장 명의로 NCCK측에 공동기도문에 동의한다는 답변을 주었다.

기도문은 "이제 부활의 능력으로 갈등의 바다, 싸움의 바다, 서로 오고 가지 못하는 이산(離散)의 서해바다에 평화를 허락하시고, 한강 하구가 열리고, 남과 북의 무역선이 왕래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바다어장이 회복되게 하시며, 이런 기도의 씨앗들이 굳게 닫힌 비무장지대의 봄소식처럼 한라에서 백두까지 꽃소식처럼, 무리지어 피어나고, 무성하게 열매 맺게 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기도문에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담았다. 기도문에서 남북교회는 "민족을 위해 기도하면서도 화해를 실천하지 않았고, 나눔을 외면했다"며 "제단 앞에 나오면서도 형제와 화해하지 못한 채, 불신앙의 제물을 드려 왔다"고 했다.

이어 "그 결과, 어렵게 열어 놓은 대화의 문에 무거운 빗장이 걸렸다. 힘들게 허물어 가던 불신과 오해의 담장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며 "화해와 협력의 불씨는 오히려 시커먼 재가 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젠 완전히 사라졌어야 할 전쟁의 소문과 불안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최대한 사회와 교회 교인들에게 친근한 언어를 기도문에 담아 함께 기도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고, 평화 통일에 대한 강한 믿음을 고백하도록 했다고 NCCK는 전했다. 아래는 2011년 부활절 남·북/ 북·남 교회 공동기도문 전문.


영원한 생명의 하나님!

이 시간, 죽음을 이기고 무덤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찬양합니다. 어둠 속에 빛이 깃들고, 마른 땅에서 꽃이 피어나듯, 십자가의 죽임에서 부활의 생명으로 다시 일어나신 우리 주님을 기쁨으로 맞이합니다.

이 자리, 부활의 증인으로 모인 우리가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시옵소서. 그리하여 어둠에서 깨어나게 하시고, 세상을 향해 달려가게 하시며, 다시 사신 주님을 힘껏 외치게 하옵소서.
그러나 주님,

우리 가운데 많은 이들은 아직도 빈 무덤 주변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두움과 두려움을 분별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엠마오를 향해 살길을 모색하며, 방황하고 있습니다. 냉소와 의심, 깊은 두려움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부활하신 주님에 대한 믿음이 사람마다, 민족마다 되살아나게 하시옵소서. ‘남과 북 / 북과 남’의 그리스도인들이 연합하여 기도할 때에 마음마다, 삶의 자리마다 사랑과 평화의 새 생명이 부활하게 하옵소서.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

진정으로 주님의 부활이 필요한 이 민족 ‘남과 북 / 북과 남’ 위에 함께 하옵소서. 우리는 부활의 능력을 찬미하면서도 정작 평화가 없는 복음과 이웃이 빠진 구원을 노래하였습니다.

민족을 위해 기도하면서도 화해를 실천하지 않았고, 나눔을 외면하였습니다. 제단 앞에 나오면서도 형제와 화해하지 못한 채, 불신앙의 제물을 드려 왔습니다. 그 결과, 어렵게 열어 놓은 대화의 문에 무거운 빗장이 걸렸습니다. 힘들게 허물어 가던 불신과 오해의 담장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화해와 협력의 불씨는 오히려 시커먼 재가 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이젠 완전히 사라졌어야 할 전쟁의 소문과 불안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주님,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분단된 지 66년이 되었지만, 평화의 꿈은 요원하고, 통일의 소망은 막막합니다.

주님, 용서해 주시옵소서.

우리 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을 민족공동체로 확장해 나가는 일에 너무 게을리 했습니다.

부활하신 나의 주님!

이제 이 땅, 이 민족 위에 부활의 능력으로 함께하시옵소서.

갈등의 바다, 싸움의 바다, 서로 오고 가지 못하는 이산(離散)의 서해바다에 평화를 허락하옵소서.

한강 하구가 열리고, 남과 북의 무역선이 왕래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바다어장이 회복되게 하시옵소서.

이런 기도의 씨앗들이 굳게 닫힌 비무장지대의 봄소식처럼, 한라에서 백두까지 꽃소식처럼, 무리지어 피어나고, 무성하게 열매 맺게 하시옵소서.

주님,

민족의 하나됨에 대한 기도가 마음마다 뜨거운 함성으로 다시 불붙게 하옵소서.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대한 소망의 간절함이 가슴마다 다시 깨어나게 하옵소서.

이제 한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게 하시고, 서로 사랑으로 감싸며, 믿음으로 연합하게 하시옵소서.

우리의 불순종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불신앙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다시 부르셔서 평화의 전도자로, 화해의 사명자로 세워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삼천리 방방곡곡 사랑과 평화로 넘쳐나는 주님의 나라가 되게 하시옵소서.

부활의 아침에,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2011년 부활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조선그리스도교련맹중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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