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소외받고 버림받은 이들과 함께 부활의 의미를 나누다

고난함께 부활절 연합예배 보신각 앞서 열려

▲부활절을 맞아 24일 오후 3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가 열렸다. 강남향린교회 이병일 목사가 설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부활 신앙은 2천년 전에 예수가 죽었다가 살아났음을 굳게 믿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나와 너와 우리 모두가 살아있음을 서로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다른 생명의 삶을 인정하며 북돋우는 삶입니다. 지금도 나를 위해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든 존재에 감사하는 삶이 다른 이들을 부활하게 하는 삶입니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가 24일 오후 3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설교자 강남향린교회 이병일 목사는 우리 사회 속 신음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서 고난 받는 이들에게 예수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 목사는 "오늘 우리는 이 땅에서 수많은 생명들의 죽음을 보면서 살고 있다. 그 죽음 중에는 억지로 내몰려 죽을 수 밖에 없는 죽임 당한 이가 많다"면서 △구제역으로 생매장 당한 수백만의 가축들 △4대강 개발 토목공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과 생명들 △살인과 같은 해고에 맞서다 기근에 기어이 죽음을 택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작은 차이로 차별 받고 학대 받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 △성적과 취업이라는 무한 경쟁에 내몰려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 못받는 청소년·청년·대학생들 등으로 생명이 아닌 죽음의 문화가 팽배한 현실을 고발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부활절 연합예배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 목사는 "이렇게 죽임당하는 생명들을 안타까워하며 그 죽음의 희생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더이상 이 땅에 죽는, 죽임당하는 생명들이 없기를 간절히 원하며 예수의 부활과 함께 우리 삶 속에 수많은 생명들의 부활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활 신앙에 대한 고백도 있었다. 이 목사는 "부활의 신앙, 부활의 삶은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우리 공동체가 살아있음을, 여러분이 살아있음을 모든 생명이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생명 하나라도 헛되게 죽임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또 그 존재가 나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의 횡포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연약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목사는 "권력과 자본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그러나 바로 너희가 죽이려고 하는 생명들, 억압하고 숨통을 조이는 그 연약한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다시 살리실 것이라는 것이 믿음이고 부활 신앙이다. (이것이)오늘 억압 받는 현실에도 희망을 잃을 수 없는 절대적 근거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목사는 "예수는 그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다른 이들을 부활하게 하는 것이 내가 살아있음을, 내가 부활하는 삶임을 보여주려 하셨다"며 "이 시대의 아픔을 지고 가는 이웃들, 인간의 잘못과 탐욕으로 신음하는 모든 생명들은 예수님의 부활과 함께 우리를 통해 증언되어야 한다. 나만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살때 나의 삶과 부활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중보기도 시간.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자들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설교에 앞서 중보기도 순서에는 김희선(새터교회),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오수영 사무국장(재능교육노조), 레쓰씨(차별없는세상을위한 기독인연대, 청소년인권 이수나로), 이재훈씨(KSCF), 방현섭 목사(남북평화재단) 등이 각각 △하나님의 창조와 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개발이라는 욕망 아래 스러져간 생명을 위하여 △하나님의 정의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사회적 약자의 다양성과 인권이 준중되기를 바라며 △하나님 나라를 이어갈 교회의 <다음 세대>를 위하여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등을 제목으로 기도했다,

특히 일본 원전 폭발 이후 지속적으로 핵발전 폐기를 주장해 관심을 모아왔던 양 목사는 이날 중보기도에서도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는 이명박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일본 원전폭발로 인해)방사능 오염은 바다와 땅과 먹을 거리를 통해 확대되고 있어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도 "이명박 정부는 그러나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속히 중단을 요청하며 "더 이상 개발 세력들에 의해 저 소중한 생명이 유린되지 않게 지켜주시고 모든 생명들이 저마다 고유한 빛깔을 갖고 평화롭게 숨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좁은 길 단순하게 소박하게 사는 길만이 인류가 지구와 공존할 수 있는 길임을 깨닫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설교 후에는 김주연 목사(기독여민회)의 집례로 부활성찬식이 있었으며 최재봉 목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의 인도로 보신각-청계천-국가인권위-시청광장으로 이어지는 예배 행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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