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신학자협의회(공동회장 김애영 오주연 유연희)가 창립 31주년을 맞아 29일 정동제일교회에서 <오늘 생명을 택하라>는 주제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창립 31주년 기념행사 ⓒ이지수 기자 |
여신협은 한국여성신학회와 함께 한국 여성신학의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단체로서 1980년 박순경(이화여대 명예교수)을 초대회장으로 출범했으며, 여성 안수 허용, 교회 내 성차별 관행 타파, 남성중심적 신학과 성서해석에 대한 비판 등을 의제로 설정하고 활동해 왔다.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신학도, 신학자들이 모여 31주년을 기념하는 한편 ‘생명’을 주제로 담론을 펼쳤다.
주제강연을 전한 김애영 교수(한신대)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자살 사건이나 카이스트 연쇄 자살 사건 등에서 보듯 오늘날 한국사회는 ‘생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고, “우리는 오늘 당장 생명을 택해야만 이 땅에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성서적으로 설명하면서는 구약성서의 신명기를 본문 삼았다. 신명기 30장 15절~20절에는 하나님의 뜻에서 멀어져 가는 이스라엘을 향하여 하나님이 ‘생명’을 어떻게 권고하고 있는가를 기록하고 있는데, ‘오늘’이라는 시점을 여러 번 강조함으로써 “과거회상적 복고주의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오늘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생명’이라는 주제가 생태신학이나 생태여성신학을 통해 한국 신학계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전부터 생명문화운동을 전개해 온 그룹이 “바로 한국기독교장로회 여신도회”라며, 생명운동의 주체가 여성이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들은 이미 1970년대 말 문제제기와 토론을 거쳐 1980년대에 생명문화 창조운동을 조용히 시작했고, 지금까지 줄기차게 반공해운동, 반전반핵운동, 여성해방운동 등을 전개해 왔다”고 전했다.
이날 여신협은 성명서를 발표, 근래 고조되고 있는 반핵 여론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들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 절차 및 핵발전 정책을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며 △중앙집권적 거대 시스템과 거대 재벌에 의존하는 에너지 권력을 해체하여 모든 인류가 에너지 정책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에너지 민주주의’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신대 신대원 학생들이 공연으로 여신협 31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한신대 신대원 여성신학회가 축하 공연으로 분위기를 돋웠고, 참석자들은 “세상 만물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의미로 분홍색 풍선을 불어 옆 사람에게 덕담과 함께 선물하기도 했다.
유연희 여신협 공동대표는 여신협의 역사를 회고하며 “그동안 여신협 회원들은 여성신학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여성 기독교 단체들을 낳았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고, 창립 회원들이 지금까지도 헌신하며 후배들을 지원하는 모습을 볼 때 미래가 더욱 밝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여신협이 창립된 80년대에 비하여 현대 사회는는 “여성 간의 간격이 더욱 커졌다”며 “다양해진 여성들의 요구에 맞추어 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