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하고 있는 정재현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김진한 기자 |
열린 신학강좌 새길신학아카데미 제 4기 첫 강좌가 4일 오후 7시 우리함께 빌딩 5층 새길 공동체 모임실에서 열렸다. 평신도의 신학적 지평 확장을 위해 마련된 이날 강좌에는 현대신학을 맡은 정재현 교수(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가 ‘폴 틸리히의 신학사상’을 주제로 강의했다.
정 교수는 강연에서 ▲현대의 시대정신: ‘무엇’에서 ‘어떻게’를 거쳐 ‘왜’로 ▲현대신학: ‘교리’에서 ‘고백’을 거쳐 ‘체험’으로 등의 주제로 각각 폴 틸리히도 함께 나누는 학문의 역사와 시대정신을 탐구했으며 동시에 신학이 전개되어 온 역사와 오늘의 신학을 진지하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 교수는 특히 인간이 다른 네발 달린 동물들과 달리 직립보행을 거쳐 무한한 욕망을 지닌 존재로 탈바꿈 했고, 이 과정에서 죽고 사라지고 마는 유한을 넘은 무한에 대한 동경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애당초 간절했던 것은 '힘'이었다"며 "죽음을 겪으면서 그 너머 저편으로부터 죽음을 넘어 설 수 있는 힘을 받기를 갈망한 유한자로서 인간은 그렇게 해서 힘을 구하고 이를 숭배하면서 '신'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다. 말하자면 '힘=신'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간의 무한에 대한 동경이 인간의 종교성을 자극해 신의 출현이 가능케 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신은 무한한 힘으로서의 신이었다. 무한한 힘에 대한 동경은 자연스레 (신을)거룩히 여기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불행하게도 이 거룩성의 속성이 곧 모순으로 치닫는게 문제였다.
정 교수에 따르면, 무한한 힘으로서의 신 앞에 인간은 때로는 신의 품 안에 와락 안기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혀 그런 안정감과 만족감을 적극적으로 누리려 한다. 그러나 반대로 그런 무한한 힘으로서의 신 앞에 미움이라도 사는 날에는 가차없이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떨쳐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한한 힘으로서의 신 안에서 평안을 누리려했던 인간이 그와 모순되게 한시라도 불안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불현듯 나타나는 신(神) 대신에 언제든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신(神)을 모시려는 활동을 펼치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와 예술의 만남의 기원이었다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신과 인간의 갑작스러운 조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내기 위해 원시음악·원시예술이란 장르가 생겨났고 이를 통해 신과의 만남을 그야말로 일상화 시키려 했다는 분석이었다.
이밖에 힘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되어 ‘무엇’으로서의 정체성 탐구 대상이 된 신(神)에 동일성이란 원칙에 근거, 보편성마저 추구하다 보니 ‘참’ 추구에 집중하는 정신활동으로서 학문을 태동시키게 되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그런 학문과 신(神) 만나게 되는 과정도 도표와 예를 들어가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정재현 교수는 앞으로 총 4강을 남겨두고 있다. 5월 11일에는 △상호관계방법의 목적과 구조 △상호관계방법에 대한 비판 등을 5월 12일에는 △믿음의 얼/꼴과 뜻: 신앙과 회의의 역동성 △믿음의 길: 자기비움과 우상파괴 등을 주제로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