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목회사회학연구소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공동주관으로 ‘교회와 함께하는 지역공동체 세우기’ 세미나가 열렸다. ⓒ김진한 기자 |
과도한 성과 속의 구별 의식에서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느새 교회 안과 교회 밖에서의 교인들이 판이하게 다른, 아니 심지어는 모순되기까지 하는 삶의 양식을 보이고 있다는 데에 반박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위 건물로 지어진 교회 안에만 구원이 있다는 의식 그리고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세상을 긍정하기 보다는 부정하는 보수적 교회의 가르침은 교인들의 그런 이중적인 삶을 방조하는 것을 넘어 부채질하기까지 한다.
이중적, 모순적 삶에 처한 교인들에게 일치되고 참된 삶의 양식이 요청되고 있는 때에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서 실제로 교회가 지역사회를 향해 빗장을 열어젖히고, 지역공동체를 세워나가는 전략을 소개하는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모은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이동원 목사)는 13일 오전 서울 명동 청어람 3실에서 '교회와 함께하는 지역공동체 세우기' 세미나를 가졌다.
발제를 맡은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는 "지역 공동체는 과거에 자연발생으로 형성된 촌락공동체와 같은 자연적 공동체가 아니라 새로운 맥락에서 공동의 목적과 이념,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도적 공동체로 이해되어야 한다"며 "따라서 지역 공동체는 일정한 지리적 영역 안에 거주하는 지역의 구성원들이 목적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구축해 나가는 일련의 조직화된 활동을 전제로 한다"고 지역 공동체의 의의를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지역 교회 역시 지역 단체의 하나로서 교회가 가진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지역 공동체 운동을 견인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며 교회가 적극적으로 닫혀있던 문을 개방,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껏 공동체 형성을 위한 교회의 노력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전개된 사회사업, 사회봉사, 사회복지 등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해 왔음을 방증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교수는 "이러한 활동들이 매우 의미있고 우리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해왔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은 많은 경우 복음전도의 수단으로 여겨져 온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도덕적 우월감 위에서 시혜를 베푸는 식으로 이뤄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지역 사회와 관계를 하는데 있어 지역 사회 구성원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시혜자와 수혜자라는 비대칭적 관계에서 수혜자를 대상화해온 것이라는 평가다.
이어 참된 지역공동체를 세우는 데 있어 전략을 설명했다. 정 교수는 ▲교회 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동원하며 ▲교회 역량을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덧붙여, 구체적으로는 시민사회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마을 만들기'에 요청되는 전략을 연이어 소개했다. 정 교수는 "‘마을 만들기’는 단순히 경제 발전이나 개발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체 형성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인주의 사회에선 경쟁을 앞세운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한다면, 공동체 운동은 배려와 관심으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추구한다"며 "이러한 ‘마을 만들기’ 운동에 교회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그 의미가 크다. 시민의식은 기독교 정신과도 통하는 것이며,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의식을 형성하는데 있어 기독교의 가치를 지향할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역공동체를 세우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활공동체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타결하는 참여민주주의 정신을 가져야 하고, 더불어 주민자치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지역 실정에 맞는 적절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 작업을 가능하게 해 주는 힘이 바로 신뢰와 협동, 자치와 참여라는 사회자본이다. 여기서 교회가 하나의 사회자본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지역교회 역시 지역단체의 하나로서 교회가 가진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지역공동체 운동을 견인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마을 만들기’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가치 창조이다. 탈산업화 시기에는 환경보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시되고 경쟁과 배제보다 배려와 포섭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이러한 가치는 기독교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므로 교회는 이러한 가치를 창조해 활성할 수 있는 공동체를 세우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