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60년대 산업화 이후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돼 전국적으로 5만 이상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전 인구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이 높은 도시화율은 전통적 공동체를 파괴시키는가 하면 환경 파괴에 따른 생태위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도시형 생태공동체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신(New) 개념의 공동체를 만드는데 있어 지역교회의 과제를 제시하는 논문이 발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조용훈 교수(한남대, 기독교윤리)는 『한국기독교신학논총 7집』에 ‘생태적 도시공동체 형성을 위한 지역교회의 과제’란 주제의 논문을 게재했다. 그는 "생태적 도시공동체 형성은 의식 있는 개인이나 시민단체, 혹은 지방자치단체나 국가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지역교회의 과제이기도 하다"며 생태적 도시공동체 형성에 있어 지역교회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생태적 도시공동체운동에 대한 개괄적 이해에 초점을 맞춘 이 논문에서 조 교수는 기독교 생태도시공동체운동을 활성화 시는데 지역교회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에 필요한 신학적 토대는 무엇인지를 논의했다.
앞서 생태적 도시공동체운동의 유형과 의의를 설명하기도 했는데 그에 따르면 먼저 생태적 도시공동체운동은 생활협동조합, 주거공동체운동, 지역환경운동 등으로 나눠지며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인 인간소외와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사회운동 △인간적 도시재개발운동 △도시에서의 환경운동 △공동체운동 등의 의의를 갖는다.
이어 생태적 도시공동체운동의 실제적 문제들과 지역교회의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제한된 프로그램으로 인한 참여율 저조, 종교기관과 시민 사회와의 소통 부족, 종교간 협력 관계 부족 등의 상황에서 교회의 역량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한 그는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지역교회에 아래와 같은 조언을 했다.
조 교수는 △지역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도력 계발이 필요하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환경운동에 관심하는 다른 교회나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의 연대와 협력 등을 전했다.
도시에 대한 신학적 이해도 덧붙였다. "도시에 대해 신학적으로 균형잡힌 시각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 조 교수는 "도시가 지니고 있는 특징인 세속성, 익명성, 유동성, 자유로움에 대한 균형잡힌 신학적 해석을 의미한다. 도시문명이 곧 하나님의 나라의 실현으로 보는 태도나 악마적이고 세속적이라고 비판하는 태도 대신에 어떻게 하면 도시를 인간의 얼굴로, 즉 보다 더 생태학적이고 공동체적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를 제각각 달리 바라보는 두 신학자의 견해를 짧게나마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자끄 엘룰은 『도시의 의미』에서 인간의 도시를 하나님 나라에 대비시킨다. 그는 도시문명이 살인자 가인에 의해 세워진 도성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본다.
이와 달리 하비 콕스는 『세속도시』에서 도시의 속성인 익명성과 유동성의 긍정적 의미를 탐색한다. 그는 오늘의 기독교가 도시화와 세속화가 융합되어 나타나는 세속도시를 무조건 기부하지 말고 그 대신 유신론적 하나님 이해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를 모색하는 토대로 삼으라고 강조한다.
끝으로 공동체운동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언급했다. 조 교수는 "하나님은 삼위일체로서 성부와 성자, 성령의 코이노니아 속에 존재한다"며 "공동체적 관계를 통해 존재하는 하나님은 인간은 물론 자연세계와도 사귐을 가진다. 종말론적 신앙공동체는 모든 인간세계와 자연세계를 아우르는 범우주적 생명공동체로서 인간과 자연세계가 하나님 안에서 완전한 평화를 이루는 새하늘과 새땅을 지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