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WCC 부산 총회 준비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NCCK 회원 교단들 간 불협화음이 발생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5월 30일 '한국총회준비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원회)가 WCC에 공문을 발송한 것을 둘러싸고, WCC 가맹 교단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이 신경전은 WCC 한국측 가맹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하 예장통합)측과 역시 가맹 교단들인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대한성공회(이하 성공회)·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측 간의 대립 양상을 띠며 전개되고 있다.
기획위원회의 이름으로 WCC에 공문이 발송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기장·성공회·기감 등은 먼저 지난 20일 ‘제10차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구성에 대한 3개 WCC 회원교단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으며, 기획위원회의 월권 행사를 통렬히 비판했다.
기획위원회 위원장단의 서명으로 WCC에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 5월 4일 개최된 제6차 기획위원회의 결의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이 공문이 적시하고 있는 한국준비위원회 구성에 대한 합의내용은 여전히 미완이며, 따라서 현재 WCC 회원교단을 포함한 기획위원회 참여자들의 합의도출을 위한 협의과정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감리교, 기장, 성공회는 이 공문이 발송되는 과정에서의 절차와 내용을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회일치와 연합에 심각한 상처를 남긴 기획위원회 위원장단의 월권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감리교, 기장, 성공회 등이 WCC 총회 준비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기획위원회가 아닌 제 3의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이들은 "총회준비가 협의와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이뤄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빠른 시일 내 총회준비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본 3개 교단은 지금까지의 모든 기획위원회 합의사항을 파기하고 원점에서 NCCK 회원교단과 에큐메니칼 기관을 중심으로 '한국준비위원회'(가칭)를 재조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이에 기획위원단을 꾸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예장 통합측은 물러서지 않고, 다음날인 21일 'WCC 제10차 총회 준비에 대한 총회의 입장'이란 제하의 반박 성명에서 "NCCK가 오랜 기간 동안 WCC 준비를 위해 노력해 온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리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통합측은 또 에큐메니칼 기관을 중심으로 조직을 준비하겠다는 기장·성공회·기감측에 우려를 표명했다. 통합측은 "복음주의 및 오순절 계열의 교회를 배제한 채 3개 교단과 에큐메니칼 기관 중심의 WCC 개최를 주장하는 것은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운동에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며 "그동안 WCC 부산 총회는 WCC회원교회 및 NCCK, 복음주의 및 오순절 계열의 교회 등 전체 한국교회가 참여하여 준비해 왔으며, WCC 본부도 이같은 한국교회의 움직임을 환영해 오고 있는 바이다"라고 했다.
이밖에도 "오랜 기간 동안 진통 끝에 한국교회가 만들어 낸 WCC 준비의 큰 틀을 바깥에서 흔들려는 모든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본 교단은 한국교회가 연합과 일치를 통해 WCC 부산 총회가 준비되며,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생명과 평화의 길로 성숙해 나가는 것이 WCC 부산 총회에 대한 본 교단의 비전이다. 이같은 비전을 이루기 위해 전 한국교회와 함께 기도하며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WCC에 보낸 공문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양측은 큰 이견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삼환·박종화·이영훈 목사의 서명으로 보내진 이 공문에는 WCC 제 10차 부산총회 총괄책임자를 박성원 박사(WCC 중앙위원, 예장통합)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기장·성공회·기감 측은 총괄책임자로 박성원 박사를 선정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총괄책임자로서 박 박사 대신 NCCK 김영주 총무의 임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장·성공회·기감 측이 앞서 성명에서 발표 했듯이 WCC 총회 준비를 위해 NCCK 가맹 교단과 에큐메니칼 기관들이 함께 새로운 축을 형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조직의 총괄책임자는 누가 맡게 될지에 교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