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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보물의 비유와 장사꾼의 비유- 예수의 비유(2)

역사적 예수(21)

▲성공회 박태식 신부.
마태 13,44-46: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비슷합니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발견하자 숨겨 두고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그 밭을 삽니다. 또한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장사꾼과 비슷합니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물러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습니다."
 
어떤 사람이 남의 밭에 귀한 보물이 숨겨져 있음을 알고 전 재산을 팔아 그 밭을 사들였다. 선뜻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다. 밭에다 보물을 파 묻어둔 이유는 무엇이며, 또한 그 밭에 보물이 숨겨진 것은 어떻게 알았으며, 수만금의 돈을 들고 간들 주인이 순순히 밭을 팔겠는가 말이다. 누군가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불통일 게 빤한 노릇이다.
 
고대로부터 이스라엘 주변에는 강대국들이 즐비했다. 아프리카의 패자인 이집트, 막강한 전차부대를 가졌던 동방의 바빌론, 아시리아, 페르시아 제국, 게다가 지중해 건너편의 그리스, 마케도니아, 로마 세력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대의 강대국들이란 체질적으로 ‘정복’이라는 속성에 길들여져 있었다. 이스라엘 주변의 강대국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세력 확장을 끊임없이 시도했고 그러려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곳이 이스라엘이었다. 그같이 열악한 지정학적 환경 때문에 유대인의 역사 수천 년 간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조건이었다.
 
그런 조건에서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군대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일종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매번 도망칠 적마다 번거롭게 귀중품을 갖고 다닐 게 아니라 아무도 몰래 자기 밭에 슬쩍 묻어놓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보물을 파묻고 급히 도망갔던 밭주인이 전쟁 통에 그만 불귀의 객이 되고 만 것이다. 전쟁 후에 밭은 딴 사람에게 넘어갔고, 그 참에 누구인가에게 보물의 위치에 대해 귀띔을 받았다. (아니면, 밤에 몰래 확인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땅의 새 주인은 보물의 은닉 사실을 모르는 상태였고. 온 재산을 팔아 그 밭을 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진주도 마찬가지다. 요즘이야 진주 양식 덕분에 양질의 진주를 구경하기 어렵지 않지만 당시에는 울퉁불퉁하고 칙칙한 빛을 내는 천연 진주뿐이었다. 따라서 모양 예쁘고 재질이 단단하고 반짝이는 진주를 만나기란 대단히 어려운 노릇이었다. 그런데 낯선 해변 어느 노점상에서, 정말로 우연히 최고 품질의 진주를 만났다. 진주 장사꾼은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그 진주를 손에 넣고 싶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설파한 두 가지 비유는 당시 정서에 비추어볼 때 나무나 자연스러웠다.
  
비유의 뜻을 알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40대 중반의 어떤 남자가 있었는데 모든 일이 순탄하게 풀리고 있었다. 사업도 잘되고 집안은 화목하고....... 장래 계획도 만만치 않아 사업 확장에, 100평짜리 아파트로 이사 가기 위해 수소문 중이고, 여름에는 꿈에도 그리던 가족 유럽 여행을 떠날 판이었다. 그런데 자식이 갑자기 몹쓸 병에 걸렸고 수억 원의 수술비가 필요했다. 사업 확장이나 100평짜리 아파트나 유럽 여행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들을 고치기 위해 그 남자는 전 재산을 바칠 것이다.
  
이번에는 며칠 뒤에 하느님의 종말이 닥친다고 해보자. 그 남자와 비슷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앞의 두 비유는 하느님나라의 종말론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말씀이다. 최고의 위기 상황이 닥쳤다. 지금 결단해야 한다. 나의 전 재산을 바쳐서라도 밭과 진주를 사야 한다. 하느님나라도 그와 같다. 나의 전존재를 바쳐서라도 반드시 승부를 걸어야 할 대상이다.
  
하루라도 늦으면 금쪽같은 아들이 죽고 만다. 아니, 아직도 망설이고 있느냐? 예수님의 서리 발 같은 경고에 정신이 번쩍 든다.


글: 박태식 박사(서강대, 가톨릭대, 성공회대 신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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