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여성상담소 박성자 소장 ⓒ이지수 기자 |
최근 밀양시 모 교회 담임목사의 조카 성추행 사건이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 목사는 5촌 조카딸을 입양해 데리고 살면서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일 때부터 대학교에 다닐 때까지 수시로 아이 바지에 손을 넣는 등 성추행 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이러한 목회자에 의한 성추행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기독교 여성들이 밝혔다. 12일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양성평등위 심포지엄에서다.
기독교여성상담소 박성자 소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100여 건의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을 다뤄왔다”며 그러나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0여 년 간 교회나 교단 측에서는 일말의 노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가해 목사들을 처벌해야 할 교단 측 심의위원들이 고소 여성들을 ‘유혹자’ 내지 ‘스토커’로 몰아세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교회에서는 목회자를 지지하는 직분자들로부터 ‘주의 종을 음해하려는 사탄’이라는 정죄를 받고 쫓겨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은 신고조차 꺼리고 있다.
성추행 하는 방법도 갖가지다. 장애인 여성과 결혼을 빙자하여 성관계를 갖고 폭행한 경우, 심방 중에 강제로 강간한 경우, 홀로 사는 여신도를 상담해준다며 불러내 모텔에서 강간한 경우 등이다. 심지어는 여신도들을 자신이 사랑하는 ‘라헬’(구약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두 번째 아내)이라고 하면서 추행한 경우도 있었다.
박 소장은 목회자에 의한 성추행을 “여성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목회자에 의한 성추행은 “근친강간”과 그 과정이 유사해서 절대적인 위계관계 속에서 거부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목회자의 성추행엔 항상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신도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는 이상 목회자의 파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이것은 자녀를 성폭행한 아버지에 대해서 자녀가 저항하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각 교단이 성폭력예방지침서를 만들고, 교회와 신학교에서 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에서 행해지는 모든 성폭력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힘쓰고 피해자 치유와 보호를 위한 시설을 운영하거나 후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목회자들을 향해서는 “홀로 심방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상담하는 것을 삼가라”고, 여신도들에게는 “평소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는 태도를 갖고, 불쾌한 성적인 접촉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