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해병대 2사단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천주교인권위원회(천주교인권위)가 군대 내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강을 강조하기보다 인권과 배려가 우선되는 군대문화가 필요하다고 7월 14일 논평했다.
천주교인권위는 안타깝게 숨진 병사 4명의 명복을 빌며 이번 참사가 1949년 해병대 창설 이후 60년 넘게 병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존재했던 ‘기수열외’, ‘작업열외’와 같은 반인권적 병영문화가 불러온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참사가 벌어졌을 때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한 군대의 모습이 변화하지 않고 있다며 “군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찾아내고 치유하지 않는다면, 더 큰 아픔과 고통이 찾아올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군의 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에 이런 참사가 벌어진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 천주교인권위는 “집단 공동생활을 위해 최소한의 질서와 기강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해도 그것은 인권존중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만 세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이 무시되고 폭력과 가혹행위에 숨 막히는 군대문화는 참극을 빚어낼 수밖에 없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부임 이후 군은 ‘강한군대’, ‘강한기강’을 강조해왔다.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해병대 사고는) 구타 자체보다 자유롭게 자란 아이들이 군에 가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말한 바 있어 이 정권이 군대 내 폭력을 제대로 뿌리 뽑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천주교 인권위는 이명박 정권이 “군대문화 전반의 개선, 물리적•정신적 폭력의 근절, 피해자와 제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인권교육 시행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정권에서는 군대 내 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대체복무제도 도입, 군복무기간 단축, 각 군에 인권과를 만들고 인권•평화 단체들과의 협력을 추진했다.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인권교육을 위해 인권교육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했고 수시로 시민사회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했다.
천주교인권위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군은 추진되던 개혁과제들을 모두 백지화했고 어렵게 열었던 빗장을 다시 걸어 잠그고 과거로 회귀했다”며 시민사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은 최근 잇따른 사건과 관련해 7월 12일 김관진 국방 장관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혀 사임 가능성을 비췄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해병대는 이 말이 사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태도를 바꿔 유 사령관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2011년 7월 15일자 고동주 기자 godongsori@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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