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기독교 사회복지단체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운영에 따른 잡음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기독교 사회복지단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이정서 교수(안양대, 실천신학)는 기관 운영에 있어서 “평신도들의 역할이 증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신학계간지 <신학과 실천> 최근 호에 게재한 논문 <기독교 사회복지에서 평신도의 역할>에서, 16세기 종교개혁시대의 개신교 계열 자선기관들이 철저하게 평신도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그 결과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톨릭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중세 가톨릭교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성직자들이 평신도의 중요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평신도들은 모든 것을 성직자들에게 맡기고 비난만 하였고, 종교적으로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는 성직자들은 사회적인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네바 시의 개신교회는 사회복지기관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대폭 증대시켰다. 가톨릭이 운영했던 일곱 개의 자선시설(Hospital)을 폐쇄한 자리에 세운 하나의 커다란 종합병원(General Hospital)을 평신도들로 하여금 운영하게 했다. 감독업무와 재정모금, 재정분배 역시 평신도 집사들의 몫이었다.
또 하나의 사회복지기관인 ‘프렌치 펀드’(French Fund) 역시 평신도들의 공헌이 컸다. 이 펀드는 집사로 불리어진 세 명의 프랑스 피난민 평신도들에 의해 운영되었다. 이들은 제네바로 망명 온 수많은 피난민들을 위해 돈을 모금받아 분배해주었고, 주거지를 얻도록 도와주었고,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연장도구와 함께 도제훈련에 필요한 수업료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 교수는 “당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수천 명의 프로테스탄트들이 제네바로 망명왔는데, 이때 이들이 평신도들을 통하여 기독교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으며 이곳에서 받은 칼빈주의를 가지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기에, 칼빈주의의 개혁사상이 확산되고 성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교회가 평신도들을 대폭 신뢰하고 사역을 맡기는 등 “교회와 평신도간의 불가분리적 상호관계성”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여러 사회문제들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적인 영역에서 취급될 수 있었다며, 기독교 사회복지 사역에 있어서 교회와 평신도 간의 신뢰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16세기 기독교 사회복지를 이룬 평신도들의 역할과 헌신을 볼 때, 기독교 사회복지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평신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평신도 역할을 통하여 세상이 교회에게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회 역시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