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방한 중인 홍콩기독교교회협의회(Hong Kong Christian Council, HKCC) 전 총무 궉 나이 왕 목사(KWOK NAI WANG, 71)를 만났다. 방한 목적을 묻자 그는 "옛 친구들이 그리워서 한국을 찾았다"며 국내 에큐메니칼 원로 박상증 박사(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오재식 박사(월드비전 전 회장), 안재웅 박사(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전 총무)와 현역 시절 함께 활동했던 기억들을 더듬었다. ⓒ김진한 기자 |
국내 에큐메니칼 원로들인 박상증 박사(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오재식 박사(월드비전 전 회장), 안재웅 박사(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전 총무) 등과 현역 시절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두터운 친분을 쌓았던 홍콩기독교교회협의회(Hong Kong Christian Council, HKCC) 전 총무 궉 나이 왕 목사(KWOK NAI WANG, 71)가 얼마 전 방한했다. 출국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묵고 있던 그를 지난 23일 만났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벌써 11년이나 되었으나 궉 나이 왕 목사는 여전히 교육가로서 편집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홍콩 대학을 나와 예일대 신학부(Yale Divinity School)에서 학위를 받은 그는 중국과 홍콩 등지 각 지역 대학에서 홍콩의 역사와 홍콩 교회의 사회 운동 등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HKCC 총무로 재임 시절(1978-1988) 그가 주도해 설립한 HKCI(Hong Kong Christina Institute)가 펴내는 격월지 『Reflection』의 편집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방한 목적을 묻자 궉 나이 왕 목사는 "옛 친구들이 그리워서 한국을 찾았다"며 "안재웅, 오재식, 박상증 박사는 제네바, 홍콩 등지에서 오랜 세월 함께 활동하며 가깝게 지냈던 신앙의 동료들이다. 지난 몇 년 간 이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마음을 먹고 한국을 찾았고 귀한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십수년 간 같은 배를 타고 지내온 친구들과 옛 추억을 회상했다는 그에게 현역 시절 어떤 활동들을 했었는지 물었다.
"1970, 80년대 홍콩의 상황은 당시 한국의 상황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재권력에 대항해 저항의 필요성을 느꼈으며 HKCC 총무 재임 시절 홍콩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 또 한국처럼 홍콩 역시 당시 산업화를 거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었고, 도시 빈민들이 급증했었기에 이 문제에도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 빈민 선교를 하며 약한 자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상처를 싸매주었다." 같은 시기 독재정권에 맞서 역시 힘겹게 민주화 투쟁을 이어나가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중심으로 한 한국 기독교인들의 활동에 크게 고무되었던 기억도 되살린 궉 나이 왕 목사는 당시 (한국 기독교인들과의)연대의식이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궉 나이 왕 HKCC 전 총무는 진보교회와 보수교회와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사안에 대한)접근 방법이라고 했다. ⓒ김진한 기자 |
화제를 돌려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개최를 둘러싸고 한국교회 일각에서 일고있는 반 WCC, 반 에큐메니칼 정서에 기반한 보수 교회와 진보 교회의 대립 양상에 대해 궉 나이 왕 목사는 "홍콩 기독교의 상황도 비슷하다"며 "홍콩 기독교 역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있으며 보수 쪽이 진보 쪽보다 수적으로 우위에 있다. 나는 무엇보다 양쪽의 차이를 낳는 것이 (어떤 사안에 관한)접근(Approaching)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성경을 해석하는 것은 그 좋은 예일 것이다. 보수쪽에서는 성경의 텍스트(Text)에 의존해 문자적으로(Literally) 해석하는 반면에 진보쪽에서는 그 배경이 되는 컨텍스트(Context)에 주목하여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관점의 차이, 시각의 차이를 서로 이해하는 데서부터 양쪽의 대화를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궉 나이 왕 목사는 지난 2009년 WCC 국제문제 관련 조직 교회위원회(CCIA)가 홍콩 츄엔완에서 가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국제회의시 홍콩 보수 교계에서 강한 반발이 있었다고 회고하며 보수·진보 교회의 대립이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연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WCC 한국측 총회준비위원회 인사들에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교회에서도 있는 일이니 너무 서두를 것도 조급해 할 것도 없고 (2013년 WCC 제10차 총회를)차분히 잘 준비해 나가면 된다"고 격려했다.
이밖에 2013년 WCC 총회가 아시아 교회에서 갖는 함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에서 WCC 총회가 개최되는 것은 아시아 교회 차원에서도 큰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이번 WCC 제10차 총회가 세계 교회 지도자들 앞에 아시아 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알리는 자리가 되어 아시아 교회의 세계교회사적 위치를 고양시켰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