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감리교회 소예배실. ‘하나님과 맘몬 사이에서’를 주제로 진행된 경제분야에서 『고래가 그랬어』 김규항 발행인(왼쪽)이 특강을 하고 있다. ⓒ박종배 기자 |
“맘몬이 휘몰아치는 방향에 따라 부자가 못되서 힘들어하고,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미쳐가는 현실 속에서 그 반대 방향으로 역주행 하는 신앙적 고민을 예수님의 말씀에서 찾았으면 합니다.”
‘하나님과 맘몬 사이에서’를 주제로 진행된 경제분야에서 일일강사로 초청된 김규항 씨(『고래가 그랬어』 발행인)는 참석자들로 하여금 맘몬에 대한 신앙적 고민을, 신앙적 결단을 내리게끔 했다.
‘자본주의와 기독교’란 제목으로 특강을 한 김 씨는 막스 베버의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정신적 기초를 놓은 칼빈의 ‘프로테스탄트 정신’을 먼저 살펴봤다. 김 씨는 "칼빈이 말한 근면과 성실 그리고 금욕으로 요악되는 이른바 ‘프로테스탄트 정신’이 자본주의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며 "돈을 축적하는 일은 죄가 아니라 하나님이 축복하는 선한 일이기 되었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축적이 가능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봉건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갖는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의미를 담은 프로테스탄트 정신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면인 자본주의적 성격의 이해를 촉구한 김 씨는 부의 축적이 칼빈이 말대로 근면과 성실 그리고 금욕으로 성취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부를 축적하는 원리는 어디까지나 노동자의 잉여 노동이다"라고 고발했다.
이어 그는 "기독교의 본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독교의 본래 정신은 프로테스탄트 정신도 종교개혁의 정신도 아닌 예수의 정신이다. 예수가 우리에게 가르친 삶의 방식을 외면하는 건 종교체제로 기독교나 교회에 사로 잡혀 예수를 다시 한번 팔아먹는 행위라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에게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가난뱅이든 부자든 배운 사람이든 못배운 사람이든 심지어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차별이 없었음을 강조한 그는 ‘내 형제에 대한 염려 그리고 베품’ 안에 예수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 씨. ⓒ박종배 기자 |
그러면서 맘몬에 사로잡힌 한국교회의 현실을 지탄했다. 교회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려고 하는 일부 대형교회를 향한 비판만이 아니었다. 김 씨는 대형교회가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으나 능력(?) 부재로 소형교회에 머물러 있는 대다수 목회자들의 정신 상태마저 나무랐다.
김 씨는 "오늘 한국교회를 욕하고 있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예수의 삶을 본 받으려는 세계 교회사에 중요하게 기록될 만한 소중한 실천들도 존재했다. 70년대와 80년대 초에 모든 사회운동의 중심에 진보적인 교회가 있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이제 그런 정신을 갖는 교회는 거의 없다. 이젠 거의 모든 교회가 하나님 대신에 돈을 섬긴다. 오늘 대개의 한국교회는 교회가 아니라 교회를 가장한 상점들 뿐이다. 그 살발하던 파시즘 시절에도 살아있는 교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젠 거의 없다. 파시즘보다 ‘자본의 신’이 기독교인에게 더 무서운 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교회 다워지려면 예수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김씨는 예수의 말씀을 정말로 실천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가 던진 성서 본문은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라는 명령에 뒤돌아 섰던 부자 청년의 비유와 산상수훈에 나오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등이었다.
김 씨는 특히 후자에 주목하며 "이 말씀이야말로 예수의 급진성과 파격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내가 잘 먹고 잘 살고 여윳돈 생기면 적당히 이웃을 도와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내 몸 같이 이웃도 먹이고 입히라는 말씀이다. 기독교인인 우리가 예수의 말씀을 정말 실천하고 사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라며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