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들꽃피는편지] 글에서 만난 아이

한신예수가정/ 김영빈 생활교사

최근 한 아이의 과거를 글로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에서 아이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고,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글에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옮겨서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어릴 때 할머니,아버지,고모,누나 랑 같이 살다가 아버지랑 누나랑만 살게됐어요.

어머니는 제가 어릴 때 이혼하셔서 얼굴은 기억도 안날만큼 오래전에 헤어졌구요.

그렇게 아버지랑 누나랑 살다가 서울에 보육원에 갔어요, 거기서는 학교도 잘 다니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그랬는데 중3때부터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서 방황이 시작이 됐어요.

그때는 뭣도 모르고 밖에서 계속 친구들하고 노는게 좋아서 그런지 집도 들어가기 싫어지고 나쁜짓도 하게 되고, 학교도 빠지게 됐는데 그땐 몰랐는데 지금은 정말 후회가 되긴해요. 그래서 중학교도 겨우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를 갔는데 고등학교를 들어가서도 또 집에 안들어가고 친구들과 놀고 그래서 한달 정도 다니다가 그만뒀어요. 그땐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이여서 앞날 걱정 해본적도 없었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제가 사고친게 쌓이고 쌓여서 작년에 재판을 보게 되었는데요. 그때 효광원이라는데 갔어요. 가서 있다보니까 지난날이 너무 후회되고 부끄럽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검정고시도 보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도 했어요.

직업훈련 (자동차 정비)도 배우고 열심히 생활했어요. 근데 나가면 갈 곳이 없어서 그곳에 수녀님이랑 담임선생님이랑 같이 들꽃피는 학교에 상담을 하러 왔었어요. 그러고나서 검정고시를 보고 들꽃피는 학교 그룹홈에 들어왔어요. 검정고시 합격 통보를 받고 기뻤어요. 그래서 지금은 한양 검정고시 학원 수능반에서 수능 준비를 하고 있어요. 대학교에 가고 싶어요. 제 장래희망은 꿈이 좀 크지만 판사에요. 제가 직접 법정에 서봐서 그런지 판사라는 사람은 위엄있고 정말 멋지거든요. 그래서 한번 해 보고싶어요. 공부는 그렇게 잘하는건 아니지만 학원에 꼬박꼬박 다니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주위에서 많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좋아서 그런지 더 잘하게 되고 그래요. 저도 예전과 많이 다른 제 모습이 너무너무 좋아요. 비록 예전엔 아무것도 모르고 철없이 놀기만하는 애였지만 이제는 나도 뭔가좀 생각해보고 행동해보고 스스로 공부도 해보고 그래요. 앞으로도 그럴꺼고요. 그래서 그런지 저에대한 기대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기도 해서 부담스럽지만 열심히 해볼려고요. 아니, 열심히 할거에요.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아이가 실질적으로 원한 것은, 대학교 학비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진로에 대해서, 조언과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원했습니다. 이 아이는 성격이 참 급합니다. 하지만, 처음 만나고 6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는 스스로 참으려고 노력하며, 화풀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짜증내지 않으려고 집에 와서 저에게 이런저런 일을 하소연 합니다.

저는 들꽃에서 가장 좋았던 글귀 중에 하나가 ‘온 세상이 배움터’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배움터로 달려가는데, 우리 어른들이 도와 줄 수 있는 것은, 특히 각자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 합니다.

저는 들꽃에서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제 예상으로 알고 있던, 그런 아이를 실제로 만난 것입니다.

첫 만남은 도벽이었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무섭거나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음 만남은 거짓말 이었습니다. 아이는 매일 매일 거짓말을 했습니다. 마치 작은 거짓말들이 모이고, 모여서 그 아이가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다음 만남은 성적인 문란함 이었습니다. 아이는 이성에게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과감하게 스킨십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성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었습니다. 다음 만남은 생각 이었습니다. 아이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지금껏 만나본 모든 사람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만 한 것은 아니었고, 그 것은 아이가 스스로 거짓말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만남, 기대가 됩니다. 아주 서서히 보여주는 생각들을 계속 만나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와 기대감으로 함께 만나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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