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전병금 목사)가 주최한 제20차 열린대화마당서 박은조 목사가 기조발제 하고 있다. ⓒ베리타스 |
"13년 전인 1998년 여름 서울영동교회의 네 번째 분립교회인 샘물교회를 개척하도록 주의 부르심을 받았다. 이미 분당에 200여 개 교회가 있는데 또 하나의 교회가 왜 세워져야 하는가? 교회의 주인이신 주께 묻고 또 물었다. 그 때 주신 응답은 "같은 교회를 또 하나 세우라는 것이 아니고 건강한 교회를 하나 더 세우라"는 것이었다."
아프간 피랍 사건으로 한 때 힘겨운 시기를 보냈던 분당샘물교회 박은조 목사가 25일 오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전병금 목사) 제20차 열린대화마당에서 ‘교회 사유화, 그 대안을 모색한다’는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섰다.
요즘 한국교회, 특히 많은 성도수를 자랑하는 일부 대형교회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데 있어 주요 전거로 제기되어 온 ‘교회 사유화’ 문제에 박 목사는 ‘목사 장로의 임기제’ ‘재정’ 등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에 따르면, 분당샘물교회는 개척 초기부터 건강한 교회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임기제라고 의견 모았다. 많은 교회들이 말로는 하나님이 주인이라고 하면서 개척 목사가 주인 노릇 하기도 하고, 열심히 섬긴 장로가 주인 노릇 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박 목사는 "담임목사는 6년 사역 후 신임을 묻고 1년 연구년을 가지게 하는 7년 임기제를 결정했다"며 "당회에서 2/3 이상 그리고 공동의회에서 2/3 이상 찬성을 얻으면 한 번 더 시무할 수 있도록 정관을 통과시켰다"고 했다. 이 제도에 의하면, 박 목사의 임기는 내년 연말이면 끝난다. 최장 시무기간은 14년이기 때문.
장로의 시무 기간에 대해서는 "장로는 5년 시무 후 당회와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와 같은 방법으로 신임을 얻은 후 한번 더 시무할 수 있게 되었다"며 "사람이 주인 노릇하지 못하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박 목사는 전했다.
‘재정’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교회의 사유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있었다. 박 목사에 따르면, 분당샘물교회는 모든 수입과 지출을 회중에 공개한다. 때문에 제직회에서 보고할 뿐 아니라 모든 성도들은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교회의 수입과 지출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어느 정도 규모있는 교회라면 담임목사 활동비 차원에서 (당회에서 결정한)적정 예산을 목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액 예산을 일일이 당회를 거쳐 집행함에 있어 선교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서다. 순전히 담임목사의 편의를 고려한 것.
박 목사는 이조차도 거부하며 불편을 감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에서 결정하지 않은 돈은 십원 하나라도 지출이 불가능하도록 제도화했다"며 "재정이 건강하면 교회도 건강해지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교회 사유화 문제와 관련해 평신도에 대한 목회자의 의식구조 전환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성도는 목회자의 사역 비전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며 "성도 자신들이 주의 비전을 따라 사역하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교회들이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이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박 목사의 발제에 이어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차우열 목사(상록수성결교회), 나이영 부장(CBS) 등이 참여해 토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