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성 박사 ⓒ김진한 기자 |
얼마 전 한국교회의 원로 신학자 이종성 박사(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는 자신의 최근 연구 과제인 ‘통전적 신학’을 소개, 한국교회가 좀 더 폭넓은 신앙, 폭넓은 신학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 신학의 대립과 갈등을 넘어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선 ‘통전적 신학’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가 말한 통전적 신학이란 무엇일까? 14일 한국기독교학술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한국교회 신학의 갈 길을 물었다.
1960년대 동경신학대를 졸업하고, 풀러신학교(B.D.), 미국 루이빌신학교(Th.M), 미국 샌프란시스코신학교(Ph.D)에서 신학을 공부한 이종성 박사는 향후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총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으로 활동하며 한국교회 신학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 한국교회 내 신학의 흐름을 진단해 주십시오.
“한국교회는 1920년대 미남침례교 및 보수장로교단의 근본주의(Fundamentalism) 신학의 전통을 이어 받았다. 당시 정통신학을 고수했던 한국교회의 주류 세력들은 오직 이 근본주의 신학만을 정통신학으로 고수하며 숭배했다. 때문에 이 근본주의 신학에서 벗어난 학문을 이단시하고, 배척했다.
현재 한국교회 내 근본주의 신학은 예나 지금이나 그 입지가 크며 보수적 장로교단들은 이 근본주의 신학을 고수하고 있다. 즉, 세월이 바뀌었는데도 신학은 여전히 구미 신학의 기초에 놓여 개혁과 발전을 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풀러신학교는 내가 입학할 당시만해도 근본주의 신학으로 무장한 학교로 정통에서 벗어난 신학들을 모조리 배척하며, 이단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당시 이단시 했던 칼바르트 신학이 학내에서 자유롭게 토론되고, 조명될 정도니 그동안 학원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말이다. 알고보니 약 30년 전부터 근본주의 개혁(Reform Fundamentalism) 운동을 하고 있었더라”
▲ 이종성 박사 ⓒ김진한 기자 |
- 한국교회의 주류 신학이 근본주의 신학이란 말씀인데, 비주류 신학이라 할 수 있는 에큐메니컬 신학의 입지는 어느정도일까요?
“기장(한국기독교장로회), 기감(기독교대한감리회), 성공회(대한성공회), 통합(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등은 에큐메니컬 신학을 지지하고 있다. 자유주의 신학을 이단시 해오던 통합에서도 이제는 점차 소수지만 칼바르트 신학 등을 조명하는 연구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어 에큐메니컬 신학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이 활성화 되고 있는 현재 한국교회에 에큐메니컬 신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보수 근본주의 신학을 고집하는 몇몇 교단들에겐 여전히 논외 대상이 될 수 있다”
- 칼바르트 신학은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다루고 있는 주류 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수 장로교단에서 바르트 신학이 논외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실 자유주의 신학을 파괴하며 신정통주의를 내세운 사람이 바르트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당시 시대적 상황 때문인지 칼 바르트를 자유주의 신학자로 오해했고, 때문에 보수적 장로교단은 그의 신학을 배척하게 된 것이다. 이제라도 오해 받은 칼바르트 신학이 집중 조명되고, 연구·발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통전적 신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오늘날 한국교회에는 특정 교리에 치우치지 않고, 성경 전체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는 통전적 신학이 필요하다. 나와 다르다고 정죄하고, 배척하면 안되며 (다른 신학 등)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교회는 편파적이고, 교파적이고, 충분치 않은 신학을 숭배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하나님은 통전적으로 우주를 지배하시고, 통전적으로 인류를 창조하셨는데, 왜 우리가 하나님의 역사를 좁히려고 하는가? 타 종교의 가르침에도 귀를 기울여 무조건적으로 이단시 하지 말고, 하나님의 세계 통치 안에서 복음에 이르는 ‘준비과정(preparatio evanglica)’이라고 볼 줄도 알아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한국교회 강단이 너무 엔터테이먼트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교회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교인들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와 목회 철학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은 몰라도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교회가 성숙해 지려면 탄탄한 신학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신학 공부를 게을리 해선 안된다. 메시지 하나에도 이런 신학의 뼈대가 깃들게 할 수 없는지 진지한 고민을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배출될 때 한국교회에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