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깨달음과 수행, 기독교에도 필요한가? “필요하다”

학술대회 <믿음과 수행, 그 접점을 찾아서> 열려

▲지난 4일 사간동 법련사에서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와 한국교수불자연합회의 공동주최로 학술대회 ‘믿음과 수행, 그 접점을 찾아서’가 열렸다. 이날 개신교 측에서는 정재현 교수(연세대 신학과)가 발제자로 나섰다. ⓒ베리타스

개신교 신학자들이 불교의 ‘수행’을 개신교의 ‘믿음’과 접목시켰다.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깨달음을 얻는 데 힘쓴다는 수행은, 계시의 종교인 기독교와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11월 4일 오후 2시 사간동 법련사에서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회장 이정배)와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최용춘) 공동주최로 학술대회 <믿음과 수행, 그 접점을 찾아서>가 열렸다.

“기독교에도 수행이 필요하다”

개신교 측에서 발제한 정재현 교수(연세대 신학과)는 “깨달음이나 수행이 (하나님의) 은총과 모순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기독에도 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라’고는 가르치지 않고 ‘믿으라’고만 하는 바람에 행위를 강조하는 가치들이 들어설 공간이 없게 됐다며, 이제라도 가치 회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행, 예수의 가르침과 모순되지 않아”

정 교수는 예수의 가르침의 요체가 신약성경 누가복음 9장 23절에 있다고 보고, 이 구절을 가지고 진정한 믿음이란 ‘행위’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깨달음·수행과 같은 행위가 기독교에도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 구절은 예수가 사람들에게 이른 내용으로서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것이다.

▲정재현 교수(연세대 신학과)ⓒ베리타스 DB

먼저 그는 ‘(크리스천들이) 무엇을 믿는가?’라고 질문하며, 오늘날 크리스천들은 “예외 없이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있는 하느님’을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양한 교회전통이나 개교인들 사이에서도 발생하는 신관 차이” 등을 볼 때 ‘내가 믿고 있는 하느님’을 절대성을 주장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크리스천들이 자기 믿음의 절대성을 우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믿음이 삶과 분리된 양태를 띄기 쉽다는 것. 자기 믿음의 절대성 주장은 “그 모양새가 거의 집착적이거나 마술적이어서 일상적인 삶과 따로 놀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믿음을 가진 크리스천들에게 있어서 삶에서 실천하는 깨달음이나 수행은 “믿음의 절대성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질 따름이다.

정 교수는 누가복음 9:23의 ‘자기를 부인하라’는 가르침이,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하느님’으로부터 벗어나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며, “여기서 ‘믿고 싶은 대로’에 주목하여 이를 성찰함으로써 (믿음은) 깨달음과 수행의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 질문에 대해 누가복음의 구절은 ‘따름’(‘나를 따르라’)이라고 대답하는 데 주목하며, “따름은 자기 기득권을 포기하고 언제든 어디로든 이끄시는 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따름은 순간적인 마술과 같은 동의나 즉각적인 수용이 아니라, 깨달음과 수행이 함께 얽히면서 지속적으로 엮여 가는 삶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누가복음의 구절 속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는 권면이 결국 자기를 비우라는(kenosis) 명령이자, 동시에 자기 비움에서 오는 자기도취적 우상숭배에 빠지지 말 것을 권면하는 우상파괴(iconoclasm)의 명령이라고 해석하고, 이러한 “비움과 파괴의 ‘수행’은 은총에 모순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믿음과 행위의 관계에 대한 부질없는 논쟁 종식돼야”

예수의 가르침 속에서 ‘행위’의 중요성을 재조명한 그는, “기독교 안에서 오랜 세월 동안 벌어져 왔었던 믿음과 행위의 관계에 대한 부질없는 논쟁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행위를 강조한 성경구절들이 “교회에서 즐겨 새겨지지 않는 이유는, 그러지 않고서는 ‘교회의 장사’가 잘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사람들이 ‘들어야 할 소리’보다 ‘듣고 싶어 하는 소리’를 연출해주어야 교회가 부흥된다는 현실의 역리는 이 말씀을 걸림돌로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많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대속적 십자가’라는 가르침에 기울어져 있는 현실의 이면에는, ‘자기 십자가’를 부인하려는 사람들의 종교적 이기주의가 숨어 있다고 지적하며, “슈퍼맨의 마술과 같은 모양새를 취하는 구원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깨달음과 수행의 덕목이 살아 있는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 밖에도 가톨릭에서 최현민 수녀(씨튼연구원 원장)가 ‘그리스도교의 청빈서원에 대한 고찰 – 불교의 무소유 정신과의 비교를 시도하며’를, 불교에서 한자경 교수(이화여대)가 ‘불교의 수행 : 간화선의 원리와 구조’를, 유교에서 이광호 교수(연세대)가 ‘유학에서의 믿음과 수양’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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