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문화연구소(소장 윤승용)는 19일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종교와 동물’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심포지엄 ‘종교와 동물’ ⓒ이지수 기자 |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 ‘종교와 동물’에 대해 윤승용 소장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동물애호단체도 아닌데 왜 하필 이 주제인가 의문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며 “그러나 종교와 동물의 관계를 묻는다는 것은, 결국 ‘종교, 동물, 인간’ 3자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라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인간에 의해 동물권이 억압되어 온 역사를 살피고, 동물권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종교적인 사유에 근거해 역설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장석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근래 들어 동물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인간중심적 관점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학자와 운동가들이 계급, 인종, 젠더에 따른 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지배적인 관점에 의해 억압된 측면을 폭로하였다”며 “하지만 이제 이 같은 차별에의 항의조차 또 다른 차별에 눈감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동물’ 혹은 ‘동물적인 것’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데 대한 비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인간중심적 관점 및 제도 속에서 동물권은 침해당할 수 밖에 없음을 밝히고, “동물의 최소한의 복지를 고려하는 사육방법”과 “동물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 등 동물권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김형민 호남신대 교수는 동물권을 인권과 동일시할 수 없으나, 동물권 역시 존중해야 한다는 게 기독교적 해석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물을 바라보는 두 가지 전형적인 입장을 소개하며 “환생을 믿는 타종교의 전통에 따르면 동물은 고유한 권리를 가지는 반면, 데카르트의 전통에서 볼 때 동물은 영혼이 없는 기계”라고 말하고, 이러한 입장들과 달리 기독교는 “동물을 인격으로도, 기계로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이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한 부분으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생명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물권리론자들의 주장과 같이 동물에게도 ‘인권’이라는 칭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인간과 동물에게 동일한 가치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평준화의 위험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신 오늘날 대량살육과 학대를 당하고 있는 동물의 미래를 위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이 깊이 인식되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이 지으신 각 동물이 자기류에 맞는 생식과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방원일(종교학, 한신대 강사)은 동식물이 인간과 신비적 관계 또는 친족관계에 있다고 보는 토테미즘에서 보여지는 원시인들의 사고를 현대인들이 이해함으로써 “인간위주의 사고에 갇힌 나머지 동물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실패한 부분에 대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의 사용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사회에서 동물은 점차 인간과 상호 교감을 나누는 대상으로 인식되어가고 있으며,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늘고 있다”며 “원시종교라고 불렸던 체계에서는 이미 동물을 인격적 상대로 인식하고 그들과의 관계 맺음에 대한 고민이 존재했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인도종교에 나타난 동물존중태도>(이병욱), <간디와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채식주의의 노스탤지어>(박상언), <중화민족이 용의 후예가 되기까지>(홍윤희)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