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서 날치기 가결된 것과 관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 총무 김영주)는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기습적으로 단독 처리한 처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표하며 23일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강력히 규탄한다'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회협은 먼저 지난 10월 13일 발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FTA)에 대한 한국 교회의 입장'이 국정 운영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항의를 표시했다. 교회협은 당시 한·미 FTA 비준안은 국가의 근간인 경제구조를 변경하는 사안이이기에 반드시 여야 합의로 처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어 '날치기 가결'이란 한나라당의 국정 운영 방식에 "이러한 폭력적 국회 운영에 항의한다"고 밝혔으며 특히 경찰이 민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의를 외친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살포한 것에 "폭력을 휘두르며 마구잡이로 시민을 연행한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가 시행되면 업종, 지역, 계층에 따라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한다는 점을 상키시킨 교회협은 또 이해관계 조정자로서 집권 여당이 가져야 할 책임을 강조하며 한나라당이 단독치리를 한 것에 "이것은 여당이 스스로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파괴하는 폭력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한미 FTA가 가져올 국가적 재난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교회협은 "한·미 FTA는 농축산가의 붕괴에 따른 식량주권의 상실, 제약·의료기기 산업의 타격과 진료비 상승에 따른 국민 건강권 악화, 대규모 해외 금융자본에 의한 우리 자본 토대의 붕괴 등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했으며 또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을 밝히긴 했지만 이미 양국 의회의 비준을 마쳤고, 개정에 대한 어떤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의 재협상은 무의미한 것이다"라고 했다.
한미 FTA 성사가 미국으로서는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새로운 경제 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창설에 있어 결정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요건이라는 점을 언급한 교회협은 이 밖에 "오히려 급한 쪽은 미국이기에 우리 정부는 좀 더 여유를 갖고 국민 의사를 통합하면서 협상의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음에도 도리어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이 서두르는 바람에 실익을 놓치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며 "한·미 FTA는 단순히 손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 시스템의 대 변혁과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들의 파산이 예상되는 중대한 일임에도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폭거를 단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교회협은 "한·미 FTA 비준안 통과의 과정과 결과가 우리의 신앙인 생명·평화·정의와는 배치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무효화하라 △민주주의를 말살한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여당 대표와 국회의장은 사퇴하라 △연행한 시민들을 즉각 석방하고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찰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